성명·사퇴·눈물…역대 검찰총장의 ‘승부수’

입력 2011.06.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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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이 6일 직접 성명을 발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총장이 이번처럼 `특정 이슈'에 관해 성명을 내고 입장을 표명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총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한 사례가 있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다.

대검 중수부는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으로서 전국 검찰의 사정수사 업무를 지휘하며 검찰총장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총장의 `직할부대'다.

그런 점에서 중수부 폐지 논의는 곧 `검찰총장의 권한 약화',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총장으로선 더없이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총장도 중수부 폐지 논의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도전 등 조직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비장의 승부수는 공식 행사의 발언이나 사과 성명, 총장직 사퇴 등의 형태로 표출됐다.

재임시 `국민검사'로 불리기도 했던 송광수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수부 폐지가 논의되자 내부 행사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그해 6월14일 수도권지역 검찰 중견간부 전입신고식에서 격려사를 하다가 그는 원고에 없던 `중수부 폐지론'을 거론했다.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제도적 규제는 받아들이지만 검찰 수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면 받아들 수 없다. 만일 중수부 수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제가 먼저 (저의) 목을 치겠다"고 그는 반발했다.

화법은 `제가 제 목을 치겠다'였지만 이 말의 실제 의미는 `내 목을 (먼저) 쳐라'는 뜻으로 해석돼 지금까지도 검찰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송 전 총장의 반발 이후 논의의 물꼬가 바뀌었고 결국 중수부 존치 여론이 되살아났다.

김종빈 전 총장은 `헌정 이래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사퇴한 사례를 남겼다.

김 전 총장은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통일전쟁 발언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하자 이를 수용하고서 사직했다.

표면적 이유는 구속 수사의 적절성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과 검찰 내부의 반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정 사건의 처리를 놓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힘들어진다는 고심 끝에 내린 용단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상명 전 총장은 2006년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찰의 구속 관행에 제동을 걸던 와중에 `선문답' 형태로 화두를 던져 주목받았다.

정 전 총장은 그해 11월18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비리' 수사가 한창일 때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자 검찰 직원들과 오대산을 오르면서 "이 뭐꼬"라는 사투리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태정 전 총장의 경우 1999년 2월1일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대국민 사과성명을 함께 내놓으면서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이 사건으로 여러 명의 후배 검사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그는 "이번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 법조인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냉철한 이성을 갖고 사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는 대목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후 이 모습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검찰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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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사퇴·눈물…역대 검찰총장의 ‘승부수’
    • 입력 2011-06-06 16:39:01
    연합뉴스
김준규 검찰총장이 6일 직접 성명을 발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검찰총장이 이번처럼 `특정 이슈'에 관해 성명을 내고 입장을 표명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총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한 사례가 있지만 성격은 많이 다르다. 대검 중수부는 사정(司正)의 중추기관으로서 전국 검찰의 사정수사 업무를 지휘하며 검찰총장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총장의 `직할부대'다. 그런 점에서 중수부 폐지 논의는 곧 `검찰총장의 권한 약화',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총장으로선 더없이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총장도 중수부 폐지 논의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도전 등 조직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비장의 승부수는 공식 행사의 발언이나 사과 성명, 총장직 사퇴 등의 형태로 표출됐다. 재임시 `국민검사'로 불리기도 했던 송광수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수부 폐지가 논의되자 내부 행사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그해 6월14일 수도권지역 검찰 중견간부 전입신고식에서 격려사를 하다가 그는 원고에 없던 `중수부 폐지론'을 거론했다.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제도적 규제는 받아들이지만 검찰 수사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면 받아들 수 없다. 만일 중수부 수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제가 먼저 (저의) 목을 치겠다"고 그는 반발했다. 화법은 `제가 제 목을 치겠다'였지만 이 말의 실제 의미는 `내 목을 (먼저) 쳐라'는 뜻으로 해석돼 지금까지도 검찰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송 전 총장의 반발 이후 논의의 물꼬가 바뀌었고 결국 중수부 존치 여론이 되살아났다. 김종빈 전 총장은 `헌정 이래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사퇴한 사례를 남겼다. 김 전 총장은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통일전쟁 발언사건'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하자 이를 수용하고서 사직했다. 표면적 이유는 구속 수사의 적절성을 둘러싼 여론의 분열과 검찰 내부의 반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정 사건의 처리를 놓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전례가 없는 상황에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힘들어진다는 고심 끝에 내린 용단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상명 전 총장은 2006년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찰의 구속 관행에 제동을 걸던 와중에 `선문답' 형태로 화두를 던져 주목받았다. 정 전 총장은 그해 11월18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비리' 수사가 한창일 때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자 검찰 직원들과 오대산을 오르면서 "이 뭐꼬"라는 사투리로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태정 전 총장의 경우 1999년 2월1일 `대전 법조비리'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대국민 사과성명을 함께 내놓으면서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이 사건으로 여러 명의 후배 검사로부터 사표를 받았다. 그는 "이번 사건을 바라봄에 있어 법조인들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냉철한 이성을 갖고 사태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는 대목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이후 이 모습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검찰의 자정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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