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대북 송금 승인제 ‘논란’

입력 2011.06.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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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정부가 탈북자들이 돈을 보낼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허모 씨는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입니다.

혼자서 하루 7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110만원에 불과하지만 북한에 두고 온 두 자녀 생각만하면 힘이 솟습니다.

월급을 쪼개서 모은 돈으로 처음 30만원을 보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허모 씨(탈북자/음성변조) : "자식한테 돈 보낼 때 돈 무슨 게 나서 돈 보내냐 이렇게 생각하고 말 안하지만 요래 또 쌀 사먹겠구나, 요래 엄마 생각하겠구나"

허 씨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북한의 가족들은 허 씨가 보내준 돈 덕분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힘들어질까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일부가 입법 예고한 ‘대북 송금 승인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허모 씨(탈북자/음성변조) : "이거 힘들구나 북한에는 어떻게 살까, 앞이 막힌 것처럼 이런 생각이 또 들기도 하고. 더 열심히 벌어서 북측에 자식들 더 먹여 살리겠다, 그런 감정이 있었는데. "

2003년 탈북해 아파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순영 씨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습니다.

이 씨 역시 송금이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이순영(탈북자) : "그 사람들은 우리가 돈을 보내지 못하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어떡하겠어요. 작년에도 보내고 올해도 오늘처럼 보내는데 정부에서 승인제를 하면 많이 부담될 거 같아요. 그런다고 해서 안 보낼 수도 없고."

통일부는 지난 달 말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대북 송금과 관련된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달 25일) : "북한 이탈주민과 이산가족 등의 북한 가족들에 대한 송금은 현행 교류협력법이 관련 절차 전혀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법성 논란이 있다. 이와 같은 송금에 대해서도 관련 절차 마련해 이러한 이탈주민이나 이산가족들의 송금이 법테두리 내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그동안 대북 송금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누구든지 북한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보낼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상거래 결제대금만 승인대상이지만, 개정안은 탈북자나 실향민의 대북 송금은 물론 이산가족들이 상봉행사 때 전달하는 돈과 실향민이 북측 가족에게 상속하는 재산까지 모두 승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탈북자 수는 지난 해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자연스럽게 탈북자들의 송금 규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 단체의 조사 결과 탈북자 두 명 중 한명꼴로 북한에 송금을 했으며 연간 평균 송금액은 100만원 정도였습니다.

조사 대상의 12% 정도는 500만원 이상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돈은 한해에 적어도 100억원을 넘고 많게는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북 송금은 탈북자인 국내 중개인 중국 내 중개인, 북한 내 중개인 통상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 이뤄집니다.

1~2시간이면 북한의 가족에게 돈이 전달될 정도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위험이 높다는 점 때문에 중개인 수수료가 30%~40%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탈북자들은 대북 송금 승인제가 시행될 경우 북한에 아예 돈을 보내지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원이 드러나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 : "첫째도 둘째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신변이 걱정스럽구요. 이 사람들에게 신상을 공개하라 그리고 북한에 어떤 가족들이 있는지 역시 드러내라 이런 뜻이 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두려워하는 거죠. "

승인제가 시행되면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중개인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입니다.

<녹취> 탈북자 송금 중개인(음성변조) : "그렇게 된다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 돈 보내겠다는 자신들 있잖아, 너네가 거기다 돈 부쳐라. 그 계좌에다 부쳐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걸려도 너네 걸려라. 그 사람들 걸리는 거죠."

범법자가 되더라도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돈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중개 수수료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순영(탈북자) : "몰래 보내야죠, 뭐 어떡하겠어요. 수단과 방법을 다 써가면서 끝까지 보내긴 보내겠는데"

<녹취> 탈북자 송금 중개인(음성변조) : "중간에 브로커 비용이 그 액수에 따라가지고 비용이 높아질 수도 있죠."

통일부는 당초 법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소액 송금에 대해서는 승인을 면제하고, 액수가 커서 승인을 받아할 경우에도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한 탈북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통일부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 1일) : "앞으로 있을 대규모 송금 관련한 것, 현재 진행중인 탈북자나 이산가족 등의 재북 가족들에게 송금을 규제하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

특히 승인면제가 되는 금액을 높여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생계비형 송금은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 1일) :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실제 운영과정서 일정 금액 이하만 승인 받는 걸로 하고 운영하겠다. 실제 시행령등 세부규정 정하는 과정에서 현재 이뤄지는 송금 등 규모를 실제 파악해서 법 개정 후에도 제외될 것이다. "

이 경우에는 승인면제가 되는 금액이 얼마로 정해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총장) : "보통 이제 200 내지 300이 가는데 어떤 경우는 드물지만 천만 원도 보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일정 금액 할 때 괄호하고 천만 원 이하라고 하면 탈북자들이 아, 우리한테 덜 부담가는 부분이구나 하고 이제 좀 안도하지 않을까."

통일부는 또 탈북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신분 노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최종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 때 제출할 예정이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됩니다.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은 북한의 가족을 살리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생각까지 바꾸고 있다고 하는데요.

탈북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송금규모 역시 점점 더 커지겠죠.

모쪼록 정부와 정치권이 대북송금의 현실과 효과를 두루 살펴서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어주기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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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6-11 10: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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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돈의 규모도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정부가 탈북자들이 돈을 보낼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한 허모 씨는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입니다. 혼자서 하루 7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힘들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110만원에 불과하지만 북한에 두고 온 두 자녀 생각만하면 힘이 솟습니다. 월급을 쪼개서 모은 돈으로 처음 30만원을 보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허모 씨(탈북자/음성변조) : "자식한테 돈 보낼 때 돈 무슨 게 나서 돈 보내냐 이렇게 생각하고 말 안하지만 요래 또 쌀 사먹겠구나, 요래 엄마 생각하겠구나" 허 씨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북한에 보냈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북한의 가족들은 허 씨가 보내준 돈 덕분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힘들어질까봐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통일부가 입법 예고한 ‘대북 송금 승인제’ 때문입니다. <인터뷰> 허모 씨(탈북자/음성변조) : "이거 힘들구나 북한에는 어떻게 살까, 앞이 막힌 것처럼 이런 생각이 또 들기도 하고. 더 열심히 벌어서 북측에 자식들 더 먹여 살리겠다, 그런 감정이 있었는데. " 2003년 탈북해 아파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순영 씨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습니다. 이 씨 역시 송금이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인터뷰> 이순영(탈북자) : "그 사람들은 우리가 돈을 보내지 못하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거든요. 어떡하겠어요. 작년에도 보내고 올해도 오늘처럼 보내는데 정부에서 승인제를 하면 많이 부담될 거 같아요. 그런다고 해서 안 보낼 수도 없고." 통일부는 지난 달 말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에는 대북 송금과 관련된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달 25일) : "북한 이탈주민과 이산가족 등의 북한 가족들에 대한 송금은 현행 교류협력법이 관련 절차 전혀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법성 논란이 있다. 이와 같은 송금에 대해서도 관련 절차 마련해 이러한 이탈주민이나 이산가족들의 송금이 법테두리 내에서 제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그동안 대북 송금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누구든지 북한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보낼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은 상거래 결제대금만 승인대상이지만, 개정안은 탈북자나 실향민의 대북 송금은 물론 이산가족들이 상봉행사 때 전달하는 돈과 실향민이 북측 가족에게 상속하는 재산까지 모두 승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탈북자 수는 지난 해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자연스럽게 탈북자들의 송금 규모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탈북자 단체의 조사 결과 탈북자 두 명 중 한명꼴로 북한에 송금을 했으며 연간 평균 송금액은 100만원 정도였습니다. 조사 대상의 12% 정도는 500만원 이상을 보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탈북자들이 북한에 보내는 돈은 한해에 적어도 100억원을 넘고 많게는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북 송금은 탈북자인 국내 중개인 중국 내 중개인, 북한 내 중개인 통상 이렇게 세 단계를 거쳐 이뤄집니다. 1~2시간이면 북한의 가족에게 돈이 전달될 정도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위험이 높다는 점 때문에 중개인 수수료가 30%~40%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탈북자들은 대북 송금 승인제가 시행될 경우 북한에 아예 돈을 보내지 못할까봐 우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의 신원이 드러나는 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인터뷰> 김성민(자유북한방송 대표) : "첫째도 둘째도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의 신변이 걱정스럽구요. 이 사람들에게 신상을 공개하라 그리고 북한에 어떤 가족들이 있는지 역시 드러내라 이런 뜻이 되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두려워하는 거죠. " 승인제가 시행되면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중개인도 타격이 불가피해보입니다. <녹취> 탈북자 송금 중개인(음성변조) : "그렇게 된다면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북한에 돈 보내겠다는 자신들 있잖아, 너네가 거기다 돈 부쳐라. 그 계좌에다 부쳐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걸려도 너네 걸려라. 그 사람들 걸리는 거죠." 범법자가 되더라도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돈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중개 수수료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순영(탈북자) : "몰래 보내야죠, 뭐 어떡하겠어요. 수단과 방법을 다 써가면서 끝까지 보내긴 보내겠는데" <녹취> 탈북자 송금 중개인(음성변조) : "중간에 브로커 비용이 그 액수에 따라가지고 비용이 높아질 수도 있죠." 통일부는 당초 법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소액 송금에 대해서는 승인을 면제하고, 액수가 커서 승인을 받아할 경우에도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한 탈북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통일부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 1일) : "앞으로 있을 대규모 송금 관련한 것, 현재 진행중인 탈북자나 이산가족 등의 재북 가족들에게 송금을 규제하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 특히 승인면제가 되는 금액을 높여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생계비형 송금은 영향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종주(통일부 부대변인(지난 1일) : "승인을 받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실제 운영과정서 일정 금액 이하만 승인 받는 걸로 하고 운영하겠다. 실제 시행령등 세부규정 정하는 과정에서 현재 이뤄지는 송금 등 규모를 실제 파악해서 법 개정 후에도 제외될 것이다. " 이 경우에는 승인면제가 되는 금액이 얼마로 정해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서재평(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총장) : "보통 이제 200 내지 300이 가는데 어떤 경우는 드물지만 천만 원도 보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일정 금액 할 때 괄호하고 천만 원 이하라고 하면 탈북자들이 아, 우리한테 덜 부담가는 부분이구나 하고 이제 좀 안도하지 않을까." 통일부는 또 탈북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신분 노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최종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 때 제출할 예정이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됩니다. 탈북자들이 보내는 돈은 북한의 가족을 살리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생각까지 바꾸고 있다고 하는데요. 탈북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송금규모 역시 점점 더 커지겠죠. 모쪼록 정부와 정치권이 대북송금의 현실과 효과를 두루 살펴서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어주기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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