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가계 부채·주식 융자’ 늪에서 허우적

입력 2011.06.20 (08:14) 수정 2011.06.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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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 주식투자 6조 넘어…전년比 1.7조↑
채무불이행 따른 반대매매율 두달 연속 4%대

대기업 직장인 김모(45)씨는 요즘 하루하루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부동산과 주식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이자 부담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6년 뛰는 집값이 무서워 빚을 내 수도권 신도시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는데 그 당시 가격이 최고점이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형편없이 내려갔다. 다달이 돌아오는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엎친데 덮친 꼴이 됐다. 낙관론 일색이던 증시가 지난달부터 약세로 전환한 탓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사에 신용으로 주식을 사고팔다 보니 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금리까지 최근 올라 설상가상이 됐다.

김씨처럼 절망적인 상황을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조정기를 맞아 크게 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증권사가 개인들에게 신용으로 빌려준 신용거래융자는 6조3천264억원(16일 기준)이다.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한 달 전보다 5천364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신용거래융자를 줄이도록 유도한 결과다.

증권사는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거래융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60%까지만 해주고 있다.

금융당국의 축소 지시에 자기자본 60%의 80% (자기자본 48%) 수준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그런데도 예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들어 최근까지 신용거래융자 평균치는 6조3천705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의 4조6천244억원, 2009년과 2008년의 2조5천595억원, 3조7천441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를 하면서 제시하는 이자는 천차만별이다. 보통 30일짜리는 연 6∼7% 수준이고, 90일짜리가 연 7∼9%다. 연 10% 이상인 사례도 있다.

따라서 대출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유지하려면 증시 상황이 좋아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올해 초 이후 코스피는 1.84% 떨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 수익률은 -5.16%다.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2.27% 하락했다. 3월과 4월에 각각 8.63%, 4.06%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심한 조정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달 이후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개미들은 수익률 하락에 이자 부담까지 가중됐다.

담보비율 이하로 평가금액이 내려오면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반대매매(증권사가 강제로 보유주식을 매도)에 들어가는 만큼 증시 조정에 개미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담당자는 "증시 조정에도 실제 일별 반대매매 금액은 많지 않다. 다만, 담보비율 유지를 위해 현금을 계좌에 계속 넣어야 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탁증권담보융자인 주식담보대출도 여전히 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예탁증권담보융자는 7조258억원이다. 작년과 2009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조8천억원과 3조2천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26일 7조3천526억원에 비해 3천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7조원 밑으로 내려선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 제때 대금을 내지 못해 반대매매에 몰리는 비율도 두달 연속 4% 수준을 웃돌고 있다.

위탁매매미수급 대비 반대매매 비율은 이달 들어 평균 4.1%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4.9%에 비해 감소했지만 3월과 4월의 3.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위탁매매미수에 따른 반대매매는 주식을 샀지만 결제일(3거래일)에 계좌에 결제대금이 없으면 강제로 매도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미수에 따라 반대매매가 이뤄진 계좌에 대해서는 미수동결 계좌로 지정돼 일정 기간 미수 거래가 제한된다. 일정 수준의 이자도 물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8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신용 잔액은 가계가 지는 실질적인 빚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카드사의 외상판매를 나타내는 판매신용을 더한 값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습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예금증서 금리(91일물)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1∼2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계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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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6-20 08:14:37
    • 수정2011-06-20 15: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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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 주식투자 6조 넘어…전년比 1.7조↑ 채무불이행 따른 반대매매율 두달 연속 4%대 대기업 직장인 김모(45)씨는 요즘 하루하루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부동산과 주식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이자 부담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6년 뛰는 집값이 무서워 빚을 내 수도권 신도시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했는데 그 당시 가격이 최고점이었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집값은 형편없이 내려갔다. 다달이 돌아오는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엎친데 덮친 꼴이 됐다. 낙관론 일색이던 증시가 지난달부터 약세로 전환한 탓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사에 신용으로 주식을 사고팔다 보니 손실 폭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금리까지 최근 올라 설상가상이 됐다. 김씨처럼 절망적인 상황을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조정기를 맞아 크게 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증권사가 개인들에게 신용으로 빌려준 신용거래융자는 6조3천264억원(16일 기준)이다.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한 달 전보다 5천364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신용거래융자를 줄이도록 유도한 결과다. 증권사는 원칙적으로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거래융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상 60%까지만 해주고 있다. 금융당국의 축소 지시에 자기자본 60%의 80% (자기자본 48%) 수준으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그런데도 예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올들어 최근까지 신용거래융자 평균치는 6조3천705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의 4조6천244억원, 2009년과 2008년의 2조5천595억원, 3조7천441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를 하면서 제시하는 이자는 천차만별이다. 보통 30일짜리는 연 6∼7% 수준이고, 90일짜리가 연 7∼9%다. 연 10% 이상인 사례도 있다. 따라서 대출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유지하려면 증시 상황이 좋아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올해 초 이후 코스피는 1.84% 떨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 수익률은 -5.16%다.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2.27% 하락했다. 3월과 4월에 각각 8.63%, 4.06%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심한 조정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달 이후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개미들은 수익률 하락에 이자 부담까지 가중됐다. 담보비율 이하로 평가금액이 내려오면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반대매매(증권사가 강제로 보유주식을 매도)에 들어가는 만큼 증시 조정에 개미들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담당자는 "증시 조정에도 실제 일별 반대매매 금액은 많지 않다. 다만, 담보비율 유지를 위해 현금을 계좌에 계속 넣어야 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예탁증권담보융자인 주식담보대출도 여전히 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일 예탁증권담보융자는 7조258억원이다. 작년과 2009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조8천억원과 3조2천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26일 7조3천526억원에 비해 3천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이달 들어 7조원 밑으로 내려선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 제때 대금을 내지 못해 반대매매에 몰리는 비율도 두달 연속 4% 수준을 웃돌고 있다. 위탁매매미수급 대비 반대매매 비율은 이달 들어 평균 4.1%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4.9%에 비해 감소했지만 3월과 4월의 3.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위탁매매미수에 따른 반대매매는 주식을 샀지만 결제일(3거래일)에 계좌에 결제대금이 없으면 강제로 매도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미수에 따라 반대매매가 이뤄진 계좌에 대해서는 미수동결 계좌로 지정돼 일정 기간 미수 거래가 제한된다. 일정 수준의 이자도 물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8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신용 잔액은 가계가 지는 실질적인 빚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과 카드사의 외상판매를 나타내는 판매신용을 더한 값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3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습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예금증서 금리(91일물)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올해 1∼2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계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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