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실형 받아도 의사 가능

입력 2011.06.20 (09:06) 수정 2011.06.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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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전 한 명문대 의대생들이 MT를 갔다 동료 여학생을 남학생 3명이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었습니다.

문제가 된 학교 앞에서는 매일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고, 일부 현직 의사 단체들도 출교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경기도의 한 계곡입니다.

상인들은 이번 사건 때문에 놀러오는 학생들은 줄고, 기자들만 북적댄다고 불만입니다.

<녹취>민박집 상인(음성변조) : "우리는 이 사건 때문에 장사에 정말 지장이 있거든요.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인데."

문제가 된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입니다.

매일 보는 선배, 동료가 성범죄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녹취>고려대 의대생(음성변조) : "충격의 도가니였죠. 우리 학교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기사가 뜨니까 미친거 아니냐고 알고 보니까 우리 학교인거에요."

사건이 있은 뒤 피해 여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기말고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학교 측은 성추행 사건을 뒤늦게 알게 돼 이런 일이 생겼다며 지난달 28일부터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격리했다고 한 언론을 통해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을 격리하는 구체적인 조치는 사건이 있은 지 16일 만인 지난 7일에야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6일 의대생들에게 발송된 문자 메시지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다음날, 즉 7일부터 학사 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권고됐습니다.

특히 고려대는 이 사건을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학교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성폭력 상담실을 개설해서 운영한다든지 하는 모든 정책과 조치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 이제 와서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거니까 개인 차원의 일이다 만약에 학교 당국에서 이런 입장을 취한다면 그 동안 성폭력 문제가 왜 중요한 사회 이슈였던가에 대해서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는 끝까지 공식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녹취>고려대 관계자 : "나중에 다 지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말씀 못 드려요."

이런 가운데 경찰은 여학생을 단체로 추행했다는 점에서 특수강제추행혐의로 가해 학생 3명을 구속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성추행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삭제했지만 이를 복구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 "증거를 인멸하고 6년 동안 같이 공부했는데 길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잠깐 만진 것도 아니고 몇 시간 만지고...환자를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 윤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하지만 이들 학생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실형을 살고 나오더라도 의사로 활동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원도 이미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처벌을 받고도 진료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지난주부터 고려대 정문 앞에서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1인 시위 참가자 : "이 학생들이 그대로 의사가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전 조카가 있거든요. 저희 조카 병원에 못 보낼 것 같아요. 그런 병원에."

그래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해학생들에 대한 출교입니다.

출교가 되면 재입학을 할 수 없어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해 의대에 입학하지 않는 한 의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현직 의사 단체들도 출교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고려대 의대생(음성변조) :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수사 결과가 나왔고 구속영장이 나와서 징역 살고 학교에 그대로 돌아 온다면 저희끼리 데모하려고요. 진짜 저희도 그건 용납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고려대는 최장 2개월이 걸리는 교내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정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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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행’ 실형 받아도 의사 가능
    • 입력 2011-06-20 09: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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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얼마전 한 명문대 의대생들이 MT를 갔다 동료 여학생을 남학생 3명이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줬었습니다. 문제가 된 학교 앞에서는 매일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고, 일부 현직 의사 단체들도 출교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경기도의 한 계곡입니다. 상인들은 이번 사건 때문에 놀러오는 학생들은 줄고, 기자들만 북적댄다고 불만입니다. <녹취>민박집 상인(음성변조) : "우리는 이 사건 때문에 장사에 정말 지장이 있거든요. 생계가 걸려 있는 문제인데." 문제가 된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입니다. 매일 보는 선배, 동료가 성범죄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녹취>고려대 의대생(음성변조) : "충격의 도가니였죠. 우리 학교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기사가 뜨니까 미친거 아니냐고 알고 보니까 우리 학교인거에요." 사건이 있은 뒤 피해 여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기말고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학교 측은 성추행 사건을 뒤늦게 알게 돼 이런 일이 생겼다며 지난달 28일부터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격리했다고 한 언론을 통해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을 격리하는 구체적인 조치는 사건이 있은 지 16일 만인 지난 7일에야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6일 의대생들에게 발송된 문자 메시지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다음날, 즉 7일부터 학사 일정에 참여하지 않도록 권고됐습니다. 특히 고려대는 이 사건을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학교에서도 이 문제가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성폭력 상담실을 개설해서 운영한다든지 하는 모든 정책과 조치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인데 이제 와서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거니까 개인 차원의 일이다 만약에 학교 당국에서 이런 입장을 취한다면 그 동안 성폭력 문제가 왜 중요한 사회 이슈였던가에 대해서 사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는 끝까지 공식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녹취>고려대 관계자 : "나중에 다 지난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말씀 못 드려요." 이런 가운데 경찰은 여학생을 단체로 추행했다는 점에서 특수강제추행혐의로 가해 학생 3명을 구속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이 성추행 장면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삭제했지만 이를 복구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녹취>경찰 관계자 : "증거를 인멸하고 6년 동안 같이 공부했는데 길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잠깐 만진 것도 아니고 몇 시간 만지고...환자를 치료해야 할 사람들이 윤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하지만 이들 학생들이 법원 판결에 따라 실형을 살고 나오더라도 의사로 활동하는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원도 이미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처벌을 받고도 진료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지난주부터 고려대 정문 앞에서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인터뷰>1인 시위 참가자 : "이 학생들이 그대로 의사가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아요. 전 조카가 있거든요. 저희 조카 병원에 못 보낼 것 같아요. 그런 병원에." 그래서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해학생들에 대한 출교입니다. 출교가 되면 재입학을 할 수 없어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해 의대에 입학하지 않는 한 의사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현직 의사 단체들도 출교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녹취>고려대 의대생(음성변조) :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요. 수사 결과가 나왔고 구속영장이 나와서 징역 살고 학교에 그대로 돌아 온다면 저희끼리 데모하려고요. 진짜 저희도 그건 용납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고려대는 최장 2개월이 걸리는 교내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KBS 뉴스 정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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