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한·EU FTA 발효…달라지는 것은?

입력 2011.07.03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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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일 한-EU FTA가 잠정 발효됐습니다.

우리 수출기업과 국민의 소비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제부 김태형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당장 와인과 자동차, 의류 등 유럽산 제품들의 가격이 속속 인하 되고 있죠?

<답변>
네, 현재 유럽산 와인은 수입 와인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관세 15%가 모두 없어지면서 판매가격도 인하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와인은 지난 1일부터 대략 10% 안팎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고요.

국내에서 비교적 인기 있다는 2만 5천 9백원짜리 와인이 2만 2천 5백원으로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새로 수입되는 와인이 시장에 풀리면, 다음달부터는 대부분의 와인이 무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류 관세도 즉시 철폐돼 유럽산 의류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와인과 의류처럼 EU에서 수입되는 품목 81%의 관세가 지난 1일부터 바로 철폐된 것인데요.

품목 수만 9천개가 넘습니다.

수입 의류업체 관계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인터뷰>김동억(수입의류업체 관계자):"관세인하의 많은 부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계획이고요. 시기와 할인율은 본사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실제 마트에 가보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체감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들도 많아요. 왜 그런 것이죠?

<답변>
예, 당장 철폐된 품목만 9천여개, 이 숫자만 보면, 분명 관세가 사라져, 소비자 혜택이 곳곳에서 클 것처럼 보이는 데요.
하지만, 한-EU FTA는 말 그대로 한국 제품과 유럽 제품의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유럽산 수입 물건을 자주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EU FTA의 혜택이 크게 느껴질 수가 없는 것이죠.

특히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산 공산품은 이른바 명품 제품이나 자동차 등 값비싼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품들은 보통 마트나 시장에서는 팔지 않죠.

그래서 일상 소비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유럽산 제품의 관세 혜택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유럽산 명품 의류나 고가의 시계가 관세 혜택을 입어 가격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런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일부 유럽산 명품은 관세보다는 제조 원가를 비롯해서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최근 들어 오히려 가격을 잇따라 올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래도 유럽산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농산물 부분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인하됐구나, 느끼기 쉬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축산물 가운데 FTA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볼 수 있는 품목은 먼저 삼겹살이 꼽히고 있는데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이기에 삼겹살 가격은 관심이 많이 가게 되는 데요.

한-EU FTA에 따라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져, 10년 뒤면 25%의 관세가 모두 없어집니다.

25% 관세 중에 2.5%는 먼저 인하가 됐고요.

시장 상황을 보면 당장 보름 뒤면 값싼 벨기에산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100그램당 천 원 선으로 국내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처럼 값싼 유럽산 농산물들은 속속 국내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문>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죠. 우리 농가가 입을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소비자들은 물가 부담을 덜게 되겠지만, 세계 최대 시장과 맞서야 하는 축산 농가들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국의 수많은 양돈 농가들은 구제역에 이어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어미 돼지 한 마리당 25마리를 출하하는 유럽에 비해 우리 양돈농가의 생산성은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오는 2017년까지 생산성을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농민들 얘깁니다.

김건호 양돈협회 부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건호(양돈협회 부회장):"한,미 한-EU, 양쪽으로 협공을 받으면 우리 농가는 10년에 걸쳐 1조 8백억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질문>
수출 쪽도 살펴볼까요? 우리 제품을 유럽에 관세 없이 팔기 위해서는 원산지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작업을 마친 기업들이 아직 절반도 안 된다면서요?

<답변>
예, 그렇습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EU 무관세 혜택을 보기위해서는 반드시 원산지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산임을 입증해야 한-EU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원산지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38%에 불과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원산지인증 작업을 처음 해 보는 경우가 많아, 이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관세청에는 원산지 인증을 어떻게 받는지, 받은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관세청은 중소기업들이 원산지인증 작업을 어렵다고 느낄 경우, 바로 찾아오면, 성심성의껏 돕겠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안문철 서울세관 FTA 1과장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안문철(서울세관 FTA 1과장):"관세사나 아니면 원산지관리사, 이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면 훨씬 더 빨라질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저희 서울세관에 찾아오시면 저희 직원이 처음부터 걸음마 단계부터 다 알려드려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까."

유럽연합, EU는 지난 2009년 국내총생산이 16조 4천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단일경제권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원산지 인증 작업이 덜 이뤄져 우리 수출 기업들이 FTA 관세 혜택 효과를 얻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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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7-03 07: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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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1일 한-EU FTA가 잠정 발효됐습니다. 우리 수출기업과 국민의 소비생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제부 김태형 기자 나와있습니다. <질문> 김 기자, 당장 와인과 자동차, 의류 등 유럽산 제품들의 가격이 속속 인하 되고 있죠? <답변> 네, 현재 유럽산 와인은 수입 와인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관세 15%가 모두 없어지면서 판매가격도 인하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와인은 지난 1일부터 대략 10% 안팎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고요. 국내에서 비교적 인기 있다는 2만 5천 9백원짜리 와인이 2만 2천 5백원으로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새로 수입되는 와인이 시장에 풀리면, 다음달부터는 대부분의 와인이 무관세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류 관세도 즉시 철폐돼 유럽산 의류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와인과 의류처럼 EU에서 수입되는 품목 81%의 관세가 지난 1일부터 바로 철폐된 것인데요. 품목 수만 9천개가 넘습니다. 수입 의류업체 관계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인터뷰>김동억(수입의류업체 관계자):"관세인하의 많은 부분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계획이고요. 시기와 할인율은 본사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질문> 하지만, 실제 마트에 가보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체감하기 어렵다, 이런 얘기들도 많아요. 왜 그런 것이죠? <답변> 예, 당장 철폐된 품목만 9천여개, 이 숫자만 보면, 분명 관세가 사라져, 소비자 혜택이 곳곳에서 클 것처럼 보이는 데요. 하지만, 한-EU FTA는 말 그대로 한국 제품과 유럽 제품의 관세 장벽이 낮아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유럽산 수입 물건을 자주 구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EU FTA의 혜택이 크게 느껴질 수가 없는 것이죠. 특히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산 공산품은 이른바 명품 제품이나 자동차 등 값비싼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품들은 보통 마트나 시장에서는 팔지 않죠. 그래서 일상 소비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유럽산 제품의 관세 혜택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유럽산 명품 의류나 고가의 시계가 관세 혜택을 입어 가격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런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일부 유럽산 명품은 관세보다는 제조 원가를 비롯해서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최근 들어 오히려 가격을 잇따라 올리기도 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래도 유럽산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혜택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농산물 부분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인하됐구나, 느끼기 쉬울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답변> 네, 축산물 가운데 FTA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볼 수 있는 품목은 먼저 삼겹살이 꼽히고 있는데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이기에 삼겹살 가격은 관심이 많이 가게 되는 데요. 한-EU FTA에 따라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져, 10년 뒤면 25%의 관세가 모두 없어집니다. 25% 관세 중에 2.5%는 먼저 인하가 됐고요. 시장 상황을 보면 당장 보름 뒤면 값싼 벨기에산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100그램당 천 원 선으로 국내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처럼 값싼 유럽산 농산물들은 속속 국내 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질문> 하지만, 농산물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마냥 반길 수만도 없죠. 우리 농가가 입을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소비자들은 물가 부담을 덜게 되겠지만, 세계 최대 시장과 맞서야 하는 축산 농가들은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국의 수많은 양돈 농가들은 구제역에 이어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어미 돼지 한 마리당 25마리를 출하하는 유럽에 비해 우리 양돈농가의 생산성은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오는 2017년까지 생산성을 유럽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농민들 얘깁니다. 김건호 양돈협회 부회장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건호(양돈협회 부회장):"한,미 한-EU, 양쪽으로 협공을 받으면 우리 농가는 10년에 걸쳐 1조 8백억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질문> 수출 쪽도 살펴볼까요? 우리 제품을 유럽에 관세 없이 팔기 위해서는 원산지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작업을 마친 기업들이 아직 절반도 안 된다면서요? <답변> 예, 그렇습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EU 무관세 혜택을 보기위해서는 반드시 원산지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산임을 입증해야 한-EU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지난 24일을 기준으로 원산지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38%에 불과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원산지인증 작업을 처음 해 보는 경우가 많아, 이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관세청에는 원산지 인증을 어떻게 받는지, 받은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습니다. 관세청은 중소기업들이 원산지인증 작업을 어렵다고 느낄 경우, 바로 찾아오면, 성심성의껏 돕겠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안문철 서울세관 FTA 1과장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안문철(서울세관 FTA 1과장):"관세사나 아니면 원산지관리사, 이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면 훨씬 더 빨라질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저희 서울세관에 찾아오시면 저희 직원이 처음부터 걸음마 단계부터 다 알려드려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까." 유럽연합, EU는 지난 2009년 국내총생산이 16조 4천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단일경제권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원산지 인증 작업이 덜 이뤄져 우리 수출 기업들이 FTA 관세 혜택 효과를 얻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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