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안 통과…회생 첫걸음?

입력 2011.07.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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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현장보곱니다. 국가부도의 막다른 길목에 몰렸던 그리스가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예정돼 있던 외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위태위태합니다. 앞으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지가 관건인데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부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국론이 사분오열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그리스 위기... 현지에서 류호성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에게해의 푸른 빛이 넘치는 곳. 도심을 내리쬐는 햇살도 풍성해 보이는 이곳. 유럽 문명의 발상지 그리습니다.

이번주 초 '헌법 광장'이란 뜻의 아테네 국회 앞 신타그마광장을 시민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실업자와 사회 운동가 등 계층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모두 의회의 긴축안 표결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팔마끼스 크리스토스 (시위 참가자):"그리스 국민들이 신다그마 광장이나 다른 모든 지역의 광장들에 모인 이유는 이 정부가 떠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광장 양쪽엔 텐트 촌도 만들어졌습니다. 정부를 향한 끝없는 투쟁을 의미합니다.

시민들은 한달 전부터 이곳 광장에서 텐트를 치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스스로를 한계에 달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정부의 정책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파시즘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정치인들의 마지막 서커스 등 저항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인터뷰> 람브로스 포티우(시위참가자, 실업자):"우리 가족 중에서 나 혼자 그리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 남아 마피아인 정치인들에게 투쟁할 거라고 가족에게 얘기했죠."

지난 2009년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는 13.6%. 국가 부채는 115.1%에 달했습니다. 유로존 최고 수준입니다. 무리한 감세와 과도한 연금 지출, 안정적 기반 산업의 부재 등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이때부터 그리스엔 채무 불이행,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5월, 그리스는 EU와 IMF로부터 천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아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인터뷰> 사바스 롬볼리스 (그리스 전노조연구소 소장):"비논리적 운영과 분배는 사회 불공평이나 재정 적자, 사회 복지기금 적자를 초래했는데, 정부는 탈세자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기는 커녕 지금까지 세금을 네온 연금, 월급 수령자인 우리들에게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재정 위기의 여파는 그리스 곳곳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아테네에서 명품 가구를 팔던 글리파다의 한 지역. 가구가 가득해야 할 매장이 텅 비었습니다. 1년 사이 이 지역 상점의 10%가 간판을 내렸습니다. 유리창엔 월세를 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1층 매장과 지하, 주차장까지 쓰는 좋은 매장인데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달에 8천 유로나 하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리스 (가구점 주인):"은행 융자도 어렵고, 수입업체들은 자금 부족으로 물량 확보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가구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죠."

아테네 시내 중심 상권도 예외없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급등한 물가로 월세가 올라간데다 세금도 껑충 뛴 게 부담이 됐습니다. 문을 열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아니따 (상점 점원):"처음에 19%였던 부가세가, 21%, 23%로 증가한 것이죠. 이 세금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있어요."

더구나 도심 중심가에서 붕괴된 상권은 도미노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건물엔 모두 24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절반도 안 되는 10개 업체만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정부가 집계한 그리스의 실업률은 6.2%, 81만 명에 이릅니다. 반면 노동계는 90만 명이 넘는다며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업자들의 절반 정도가 17∼24살의 젊은이라며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네타 (시위 참가자, 실업자):"나는 18세인데, 미래가 없습니다. 직업도 없고, 직장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여기에 나와 구제 금융 계약서에 반대해 미래를 위해 시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받아온 구제 금융은 공짜가 아닙니다. EU 등은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요구했고, 그리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재정 지출을 280억 유로 줄이겠다는 긴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또 공공 기관과 국유 재산을 팔아 500억 유로를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에겐 연금 혜택이 줄고,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그리스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인터뷰> 바실로뿔로스(그리스 일반 노조 사무장):"분노의 강은 넘쳤습니다. 모든 노동자들, 즉 공무원과 우리 같은 개인 회사원을 막론하고 다 끝장나게 될 겁니다.그래서 지금 반발하고 있고 끝까지 반발할 것입니다."

극심한 반대 시위 속에서 긴축안은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녹취> 페트살니코스 (그리스 국회의장):"의원 298명이 투표해 찬성 155표로 통과됐음을 공표합니다."

이로써 그리스는 다음달 지원받기로 한 5차분 120억 유로를 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도 가능해져 국가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긴축안 통과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지만, 국민적 반대는 여전합니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는 좀처럼 수구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시민들은 광장을 지키며 정치권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르기코스 요르고스 (시위 참가자):"실망스럽습니다. 우리는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국회 의사당 안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리스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이익을 더 생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공기업 민영화와 국유 재산 매각도 노조의 반대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긴축안 통과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든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움직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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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긴축안 통과…회생 첫걸음?
    • 입력 2011-07-03 08:20:31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현장보곱니다. 국가부도의 막다른 길목에 몰렸던 그리스가 일단 급한 불을 껐습니다. 긴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예정돼 있던 외부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리스는 여전히 위태위태합니다. 앞으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지가 관건인데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부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국론이 사분오열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그리스 위기... 현지에서 류호성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에게해의 푸른 빛이 넘치는 곳. 도심을 내리쬐는 햇살도 풍성해 보이는 이곳. 유럽 문명의 발상지 그리습니다. 이번주 초 '헌법 광장'이란 뜻의 아테네 국회 앞 신타그마광장을 시민들이 가득 메웠습니다. 실업자와 사회 운동가 등 계층도 다양합니다. 이들은 모두 의회의 긴축안 표결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팔마끼스 크리스토스 (시위 참가자):"그리스 국민들이 신다그마 광장이나 다른 모든 지역의 광장들에 모인 이유는 이 정부가 떠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광장 양쪽엔 텐트 촌도 만들어졌습니다. 정부를 향한 끝없는 투쟁을 의미합니다. 시민들은 한달 전부터 이곳 광장에서 텐트를 치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스스로를 한계에 달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며 정부의 정책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파시즘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정치인들의 마지막 서커스 등 저항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인터뷰> 람브로스 포티우(시위참가자, 실업자):"우리 가족 중에서 나 혼자 그리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에 남아 마피아인 정치인들에게 투쟁할 거라고 가족에게 얘기했죠." 지난 2009년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 적자는 13.6%. 국가 부채는 115.1%에 달했습니다. 유로존 최고 수준입니다. 무리한 감세와 과도한 연금 지출, 안정적 기반 산업의 부재 등이 겹친 결과였습니다. 이때부터 그리스엔 채무 불이행,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5월, 그리스는 EU와 IMF로부터 천100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아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인터뷰> 사바스 롬볼리스 (그리스 전노조연구소 소장):"비논리적 운영과 분배는 사회 불공평이나 재정 적자, 사회 복지기금 적자를 초래했는데, 정부는 탈세자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기는 커녕 지금까지 세금을 네온 연금, 월급 수령자인 우리들에게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재정 위기의 여파는 그리스 곳곳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아테네에서 명품 가구를 팔던 글리파다의 한 지역. 가구가 가득해야 할 매장이 텅 비었습니다. 1년 사이 이 지역 상점의 10%가 간판을 내렸습니다. 유리창엔 월세를 놓는다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1층 매장과 지하, 주차장까지 쓰는 좋은 매장인데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 달에 8천 유로나 하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불리스 (가구점 주인):"은행 융자도 어렵고, 수입업체들은 자금 부족으로 물량 확보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가구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죠." 아테네 시내 중심 상권도 예외없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급등한 물가로 월세가 올라간데다 세금도 껑충 뛴 게 부담이 됐습니다. 문을 열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 아니따 (상점 점원):"처음에 19%였던 부가세가, 21%, 23%로 증가한 것이죠. 이 세금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있어요." 더구나 도심 중심가에서 붕괴된 상권은 도미노처럼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 건물엔 모두 24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현재는 절반도 안 되는 10개 업체만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실업률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정부가 집계한 그리스의 실업률은 6.2%, 81만 명에 이릅니다. 반면 노동계는 90만 명이 넘는다며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업자들의 절반 정도가 17∼24살의 젊은이라며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마리네타 (시위 참가자, 실업자):"나는 18세인데, 미래가 없습니다. 직업도 없고, 직장 구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여기에 나와 구제 금융 계약서에 반대해 미래를 위해 시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받아온 구제 금융은 공짜가 아닙니다. EU 등은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을 요구했고, 그리스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재정 지출을 280억 유로 줄이겠다는 긴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또 공공 기관과 국유 재산을 팔아 500억 유로를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에겐 연금 혜택이 줄고,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그리스 국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인터뷰> 바실로뿔로스(그리스 일반 노조 사무장):"분노의 강은 넘쳤습니다. 모든 노동자들, 즉 공무원과 우리 같은 개인 회사원을 막론하고 다 끝장나게 될 겁니다.그래서 지금 반발하고 있고 끝까지 반발할 것입니다." 극심한 반대 시위 속에서 긴축안은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녹취> 페트살니코스 (그리스 국회의장):"의원 298명이 투표해 찬성 155표로 통과됐음을 공표합니다." 이로써 그리스는 다음달 지원받기로 한 5차분 120억 유로를 받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상환도 가능해져 국가부도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긴축안 통과를 유럽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지만, 국민적 반대는 여전합니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는 좀처럼 수구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시민들은 광장을 지키며 정치권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요르기코스 요르고스 (시위 참가자):"실망스럽습니다. 우리는 투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국회 의사당 안에 있는 국회의원들은 그리스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이익을 더 생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공기업 민영화와 국유 재산 매각도 노조의 반대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긴축안 통과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언제든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움직임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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