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 약세 속 전력 평준화

입력 2011.07.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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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세계선발전서 새 흐름 재확인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태권도 세계화의 완결판’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종주국 한국의 독주가 끝났음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절대 강자’를 꼽기 어려울 만큼 전력이 평준화된 것을 이른 말이었다.



이 같은 세계 태권도계의 새 흐름은 지난달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선발전에서도 재확인됐다.



남자 4체급(58㎏·68㎏·80㎏·80㎏초과급)과 여자 4체급(49㎏·57㎏·67㎏·67㎏초과급)으로 치러지는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는 총 128명이 출전한다.



국가별로는 최대 4명(남자 2명, 여자 2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다.



이번 세계선발전에 배정된 런던올림픽 출전권은 총 24장이었다. 각 체급 상위 3명의 선수가 소속된 국가에 런던올림픽 출전 자격을 줬다.



나머지 올림픽 출전권은 5개 대륙선발전에 96장(아시아·유럽·팬아메리카 각 24장, 아프리카 16장, 오세아니아 8장), 와일드카드로 4장이 할당됐다. 개최국 영국에는 4장의 자동출전권이 돌아간다.



◇전력 평준화에 속도 붙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총 108개국에서 332명의 선수가 출전해 ’런던행 티켓’을 놓고 기량을 겨뤘다.



이 중 단 한 장이라도 출전권을 건진 나라는 15개국이다. 93개국이 참가해 16개국이 출전권을 가져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세계선발전 때보다는 1개국이 줄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가 있다. 바로 평준화다.



한국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네 체급 모두 출전권을 가져왔다. 남자부의 강호 이란이 두 장, 여자부에서 강한 중국, 대만, 크로아티아가 두 장씩 챙겼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한국(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두 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멕시코를 포함해 미국, 스페인, 독일 등 전통적인 강호들은 부진했다.



이들은 단 한 장의 출전권도 얻지 못해 대륙선발전을 기대해야만 한다.



역시 유럽의 강자인 이탈리아도 남자 80㎏급 동메달로 한 장의 출전권만 가져가는데 그쳤다.



대신 러시아(2장), 아제르바이잔(2장), 터키(1장), 도미니카공화국(1장) 등 신흥국의 선전이 돋보였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이제 팬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선발전이 아주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팬아메리카는 오는 11월, 유럽은 내년 1월 대륙선발전을 치른다.



◇호구가 희비 갈랐다 



이번 대회는 런던 올림픽 때 쓸 스페인 대도사(社)의 전자호구로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또 다른 용품 공급업체인 한국 라저스트사(社) 간의 법적 다툼으로 전자호구를 쓰지 못하고 일반 호구로 대회를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은 불과 대회 개막 사흘 전이었다.



전자호구로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에게 당장 비상이 걸렸다.



호구에 따라 득점 패턴이나 경기 운영 스타일은 달라진다.



실제로 경기를 치르고 나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나 그렇지 못한 선수나 모두 호구에 대한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랭킹을 바탕으로 시드를 배정했다.



WTF 랭킹은 최근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전자호구에 잘 적응한 선수들이 순위가 높다.



그런데 1번 시드를 받은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여자 49㎏급의 우징위(중국)와 여자 67㎏초과급의 글라디 에팡(프랑스) 둘 뿐이다.



남자 58㎏급과 80㎏초과급, 여자 67㎏급에서는 1∼3번 시드 배정 선수 중 한 명도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동안 전자호구 적응에 대한 노력 부족으로 국제대회에서 거푸 체면을 구겼던 한국으로서는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겼다. 일반 호구나 반자동 전자호구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 이번에는 오히려 약이 됐다.



그러나 남자 58㎏급에서 3위를 차지해 아슬아슬하게 출전권을 딴 이대훈(용인대)처럼 전자호구 시스템에 잘 적응해왔던 선수들은 역시 호구의 변화로 애를 먹었다.



전자호구는 몸통 보호대에 타격 강도를 감응하는 전자장치를 부착해 센서가 달린 경기용 양말이 닿으면 강도에 따라 자동으로 득점이 인정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일반 호구를 사용하면 몸통 득점도 얼굴 득점과 마찬가지로 심판이 점수를 준다.



최근 수년간 전자호구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고 경기를 진행해온 심판들의 판정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옥에 티’가 될 만한 몇 차례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나름대로 큰 실수없이 대회를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한국, 런던올림픽 전망 밝은 편 



한국은 런던 올림픽에 남자 58㎏급과 80㎏초과급, 여자 67㎏급과 67㎏초과급에 출전한다.



남자 58㎏급과 여자 67㎏초과급에 출전하는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이들 체급 대신 남자는 68㎏급, 여자는 57㎏급에 대표선수를 내보냈다.



올림픽 체급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메달 가능성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냥 메달도 아니고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획득한 영국 등 몇몇 나라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태극전사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툴 맞수 대부분이 출전했다.



한국은 80㎏초과급의 차동민(한국가스공사)과 여자 67㎏급의 김미경(인천시청)이 1위를 차지했고 여자 67㎏초과급의 안새봄(삼성에스원)이 2위, 남자 58㎏급의 이대훈이 3위에 올랐다.



김무천 대한태권도협회 운영부장은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기는 힘들어도 런던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만 발휘하면 넘기 어려운 벽은 없다는 것이다.



안새봄을 누르고 우승한 베테랑 에팡도 황경선(고양시청)이 과거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여 이기는 등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다.



물론 여자 67㎏급의 사라 다이애나 스티븐슨(영국)이나 남자 80㎏초과급의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 등 이번 세계선발전에 불참한 우승 후보들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혁 대표팀 전임지도자는 "예전처럼 어느 체급 하나 편하게 금메달을 점칠 수 없어졌다"면서 "이제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훈련해 경기력과 체력, 경험을 키워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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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종주국 약세 속 전력 평준화
    • 입력 2011-07-04 09:37:04
    연합뉴스
런던올림픽 세계선발전서 새 흐름 재확인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태권도 세계화의 완결판’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종주국 한국의 독주가 끝났음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절대 강자’를 꼽기 어려울 만큼 전력이 평준화된 것을 이른 말이었다.

이 같은 세계 태권도계의 새 흐름은 지난달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선발전에서도 재확인됐다.

남자 4체급(58㎏·68㎏·80㎏·80㎏초과급)과 여자 4체급(49㎏·57㎏·67㎏·67㎏초과급)으로 치러지는 런던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는 총 128명이 출전한다.

국가별로는 최대 4명(남자 2명, 여자 2명)의 선수를 내보낼 수 있다.

이번 세계선발전에 배정된 런던올림픽 출전권은 총 24장이었다. 각 체급 상위 3명의 선수가 소속된 국가에 런던올림픽 출전 자격을 줬다.

나머지 올림픽 출전권은 5개 대륙선발전에 96장(아시아·유럽·팬아메리카 각 24장, 아프리카 16장, 오세아니아 8장), 와일드카드로 4장이 할당됐다. 개최국 영국에는 4장의 자동출전권이 돌아간다.

◇전력 평준화에 속도 붙었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 규모인 총 108개국에서 332명의 선수가 출전해 ’런던행 티켓’을 놓고 기량을 겨뤘다.

이 중 단 한 장이라도 출전권을 건진 나라는 15개국이다. 93개국이 참가해 16개국이 출전권을 가져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세계선발전 때보다는 1개국이 줄었다.

하지만 더 큰 변화가 있다. 바로 평준화다.

한국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네 체급 모두 출전권을 가져왔다. 남자부의 강호 이란이 두 장, 여자부에서 강한 중국, 대만, 크로아티아가 두 장씩 챙겼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 한국(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두 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멕시코를 포함해 미국, 스페인, 독일 등 전통적인 강호들은 부진했다.

이들은 단 한 장의 출전권도 얻지 못해 대륙선발전을 기대해야만 한다.

역시 유럽의 강자인 이탈리아도 남자 80㎏급 동메달로 한 장의 출전권만 가져가는데 그쳤다.

대신 러시아(2장), 아제르바이잔(2장), 터키(1장), 도미니카공화국(1장) 등 신흥국의 선전이 돋보였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이제 팬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선발전이 아주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팬아메리카는 오는 11월, 유럽은 내년 1월 대륙선발전을 치른다.

◇호구가 희비 갈랐다 

이번 대회는 런던 올림픽 때 쓸 스페인 대도사(社)의 전자호구로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또 다른 용품 공급업체인 한국 라저스트사(社) 간의 법적 다툼으로 전자호구를 쓰지 못하고 일반 호구로 대회를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은 불과 대회 개막 사흘 전이었다.

전자호구로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에게 당장 비상이 걸렸다.

호구에 따라 득점 패턴이나 경기 운영 스타일은 달라진다.

실제로 경기를 치르고 나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나 그렇지 못한 선수나 모두 호구에 대한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랭킹을 바탕으로 시드를 배정했다.

WTF 랭킹은 최근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전자호구에 잘 적응한 선수들이 순위가 높다.

그런데 1번 시드를 받은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여자 49㎏급의 우징위(중국)와 여자 67㎏초과급의 글라디 에팡(프랑스) 둘 뿐이다.

남자 58㎏급과 80㎏초과급, 여자 67㎏급에서는 1∼3번 시드 배정 선수 중 한 명도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동안 전자호구 적응에 대한 노력 부족으로 국제대회에서 거푸 체면을 구겼던 한국으로서는 다행히 위기를 잘 넘겼다. 일반 호구나 반자동 전자호구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 이번에는 오히려 약이 됐다.

그러나 남자 58㎏급에서 3위를 차지해 아슬아슬하게 출전권을 딴 이대훈(용인대)처럼 전자호구 시스템에 잘 적응해왔던 선수들은 역시 호구의 변화로 애를 먹었다.

전자호구는 몸통 보호대에 타격 강도를 감응하는 전자장치를 부착해 센서가 달린 경기용 양말이 닿으면 강도에 따라 자동으로 득점이 인정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일반 호구를 사용하면 몸통 득점도 얼굴 득점과 마찬가지로 심판이 점수를 준다.

최근 수년간 전자호구 시스템으로 교육을 받고 경기를 진행해온 심판들의 판정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옥에 티’가 될 만한 몇 차례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서 나름대로 큰 실수없이 대회를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한국, 런던올림픽 전망 밝은 편 

한국은 런던 올림픽에 남자 58㎏급과 80㎏초과급, 여자 67㎏급과 67㎏초과급에 출전한다.

남자 58㎏급과 여자 67㎏초과급에 출전하는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이들 체급 대신 남자는 68㎏급, 여자는 57㎏급에 대표선수를 내보냈다.

올림픽 체급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메달 가능성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냥 메달도 아니고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출전권을 획득한 영국 등 몇몇 나라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태극전사들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툴 맞수 대부분이 출전했다.

한국은 80㎏초과급의 차동민(한국가스공사)과 여자 67㎏급의 김미경(인천시청)이 1위를 차지했고 여자 67㎏초과급의 안새봄(삼성에스원)이 2위, 남자 58㎏급의 이대훈이 3위에 올랐다.

김무천 대한태권도협회 운영부장은 이번 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기는 힘들어도 런던에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만 발휘하면 넘기 어려운 벽은 없다는 것이다.

안새봄을 누르고 우승한 베테랑 에팡도 황경선(고양시청)이 과거 여러 차례 맞대결을 벌여 이기는 등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대다.

물론 여자 67㎏급의 사라 다이애나 스티븐슨(영국)이나 남자 80㎏초과급의 다바 모디보 케이타(말리) 등 이번 세계선발전에 불참한 우승 후보들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세혁 대표팀 전임지도자는 "예전처럼 어느 체급 하나 편하게 금메달을 점칠 수 없어졌다"면서 "이제 남은 1년 동안 어떻게 효율적으로 훈련해 경기력과 체력, 경험을 키워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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