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할인 종료 직전 뒤숭숭한 정유업계

입력 2011.07.05 (06:2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석유제품 ℓ당 100원 할인 종료를 하루 앞두고 정유업계가 뒤숭숭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가격의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히자 가뜩이나 일련의 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정유업계는 터져 나오는 불만 속에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최근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부족의 여파로 기름 사재기 장본인으로 지목된 주유소도 이달부터 각종 단속이 강화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부글부글 끓는 정유업계 = GS칼텍스는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가격을 원래대로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가격 결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기름값 담합으로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SK에너지가 100원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사실 가격 담합으로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가격 인상 계획을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봐서 적절한 수준으로 단계적 가격 환원을 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사전에 공개할 수 없으며, 나중에 보면 단계적 인상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가격을 조정하려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나머지 정유회사는 "가격 환원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GS칼텍스가 밝힌 단계적 가격 환원 방침에 대한 의구심도 숨기지 않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어떻게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으면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마땅찮다"며 "미리 가격을 슬쩍 올려놓고는 나중에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렸다고 주장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정유업계는 LPG 가격 담합과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건 등으로 가뜩이나 상호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SK에너지의 100원 할인 발표와 GS칼텍스의 단계적 인상 발표 등으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정유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LPG 가격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 면제를 받았고, 이에 발끈한 GS칼텍스가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을 신고했다는 설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100원 할인을 기습적으로 발표했을 때에는 SK에너지를 탓했지만 이번에 GS칼텍스가 단계적 환원을 밝힌 이후에는 GS칼텍스를 원망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불만이 있어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도 '긴장되네' = 석유제품 가격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유소도 여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 공급 가격이 100원 내렸을 때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해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사재기로 제품 부족을 가져왔다는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한국주유소협회는 5일 선언문을 내고 "100원 할인 기간 종료를 전후해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판매를 거부하거나 판매물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 선언문을 정식 보도자료로 배포하지 않고 관련 소비자 모임에 전달하는 식으로 간접 발표했다.

주유소 업계로선 연일 기름값 연착륙을 독촉하는 정부가 부담스럽지만 공교롭게도 이달부터 각종 단속이 강화돼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달부터 유통이 금지된 보일러 등유의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고 주유소 가격 표시판을 지정된 곳에 설치하도록 한 의무규정의 계도 기간이 끝나 본격적인 현장 점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석유 제품 사재기를 막으려고 특별단속반을 꾸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근 공급 부족은 일부 정유사의 공급 차질 때문이었는데 사재기를 한 것으로 오해받아 억울하다"며 "기름값의 단계적 환원 조치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국민이 부담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100원 할인 종료 직전 뒤숭숭한 정유업계
    • 입력 2011-07-05 06:22:52
    연합뉴스
석유제품 ℓ당 100원 할인 종료를 하루 앞두고 정유업계가 뒤숭숭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가격의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히자 가뜩이나 일련의 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정유업계는 터져 나오는 불만 속에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최근 경유 등 석유제품 공급 부족의 여파로 기름 사재기 장본인으로 지목된 주유소도 이달부터 각종 단속이 강화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부글부글 끓는 정유업계 = GS칼텍스는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가격을 원래대로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가격 결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기름값 담합으로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SK에너지가 100원 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사실 가격 담합으로 걸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 가격 인상 계획을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을 봐서 적절한 수준으로 단계적 가격 환원을 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사전에 공개할 수 없으며, 나중에 보면 단계적 인상을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들도 가격을 조정하려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나머지 정유회사는 "가격 환원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GS칼텍스가 밝힌 단계적 가격 환원 방침에 대한 의구심도 숨기지 않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GS칼텍스가 어떻게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 않으면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마땅찮다"며 "미리 가격을 슬쩍 올려놓고는 나중에 가격을 점진적으로 올렸다고 주장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최근 정유업계는 LPG 가격 담합과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건 등으로 가뜩이나 상호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SK에너지의 100원 할인 발표와 GS칼텍스의 단계적 인상 발표 등으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정유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LPG 가격 담합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 면제를 받았고, 이에 발끈한 GS칼텍스가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을 신고했다는 설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에너지가 100원 할인을 기습적으로 발표했을 때에는 SK에너지를 탓했지만 이번에 GS칼텍스가 단계적 환원을 밝힌 이후에는 GS칼텍스를 원망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불만이 있어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소도 '긴장되네' = 석유제품 가격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유소도 여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주유소 업계는 정유사 공급 가격이 100원 내렸을 때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해 비난을 받았고 최근에는 사재기로 제품 부족을 가져왔다는 좋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한국주유소협회는 5일 선언문을 내고 "100원 할인 기간 종료를 전후해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판매를 거부하거나 판매물량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협회는 이 선언문을 정식 보도자료로 배포하지 않고 관련 소비자 모임에 전달하는 식으로 간접 발표했다. 주유소 업계로선 연일 기름값 연착륙을 독촉하는 정부가 부담스럽지만 공교롭게도 이달부터 각종 단속이 강화돼 더욱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달부터 유통이 금지된 보일러 등유의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고 주유소 가격 표시판을 지정된 곳에 설치하도록 한 의무규정의 계도 기간이 끝나 본격적인 현장 점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석유 제품 사재기를 막으려고 특별단속반을 꾸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최근 공급 부족은 일부 정유사의 공급 차질 때문이었는데 사재기를 한 것으로 오해받아 억울하다"며 "기름값의 단계적 환원 조치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국민이 부담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