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4연속 볼넷 악몽 잊고 7세이브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신인 투수 임찬규(19)가 최악의 투구를 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해 부진 탈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임찬규는 1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9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삼진 두 개를 잡아내고 1이닝을 무안타로 막아 7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임찬규의 이날 호투는 팀에나 선수 자신에게나 큰 의미가 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LG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활약했다.



시즌 초반 중간 계투로 제 몫을 하다가 마무리 김광수가 부진에 빠지자 팀의 뒷문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세이브를 6개나 잡아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던 임찬규가 급격히 무너진 것은 지난달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부터였다.



당시 임찬규는 4-1로 앞선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경기를 매조지하러 마운드에 올랐으나 볼넷을 5개나 내주고 안타 1개를 얻어맞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2사 1, 2루에서 무려 4명의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최악의 투구로 자신은 물론 팀 전체의 분위기를 수렁에 몰아넣었다.



가뜩이나 믿을 만한 계투가 없어 후반이 불안하던 LG는 이날 임찬규의 부진을 기점으로 뒷문을 막지 못해 역전패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임찬규도 이후로 예전만큼 배짱 넘치는 공을 좀처럼 던지지 못해 다소 침체된 시기를 겪었다.



이날 경기는 임찬규가 그동안 겪은 ’성장통’을 이겨내고 팀도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가늠해볼 기회였다.



박종훈 LG 감독은 2점 차의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다시 만난 SK 중심타선을 상대로 임찬규를 또 내놓는 승부수를 던졌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선 임찬규는 4번 타자 최정에게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는 자신감을 찾았다.



이호준에게도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한 임찬규는 마지막으로 정상호에게는 시속 142㎞ 직구를 꽂아넣어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마쳤다.



거의 1달 만에 ’그때 그 타선’을 상대로 깔끔한 마무리를 낚은 것이다.



LG는 11일 김광수를 한화로 보내고 유원상과 양승진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해 마운드 보강에 나섰으나 이들은 올해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라 불펜진을 강화할 ’조커’로서 효용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종훈 감독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는 여전히 임찬규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임찬규가 아픔을 털어낸 호투로 팀의 승리를 굳게 지켜내면서 LG도 부진을 털고 다시 상위권에 도전할 동력을 얻을지 기대를 끈다.



박 감독은 "임찬규가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뒤가 안정되면 팀이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