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째 브리티시 아나운서 영예

입력 2011.07.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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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0회를 맞은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 1번 홀을 37년째 지켜온 남자가 있다고 미국 골프닷컴이 15일 보도했다.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기 전에 대회장에 모인 갤러리들에게 선수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은 아이버 롭슨(64)이 주인공이다.

1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에서 시작된 올해 대회에서도 롭슨은 1번 홀을 지켰다.

골프닷컴은 "맨 먼저 티샷을 날린 제리 켈리를 소개한 뒤 9시간41분이 지나서야 롭슨은 156번째 마지막 선수인 람치빙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7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는 롭슨은 "그때는 골프공을 파는 사람들이 주위에 돌아다녔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나에게 '당신이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라며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작게 내야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오'라고 말했다"며 옛일을 추억했다.

스코틀랜드 억양이 섞인 말투로 이제는 1번 홀 선수 소개에 관해서는 권위자가 된 롭슨은 "존경심을 갖고 이 일을 해야 한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가장 발음하기 어려웠던 선수로는 1988년 대회에 출전했던 나이지리아 출신 피터 아카카시아카(Peter Akakasiaka)를 꼽았다.

롭슨은 "처음 이 이름을 보고 뭔가 싶었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당황하는지 내기까지 했다고 하더라"며 "선수에게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었더니 '간단하지 않느냐. 아크-아카-시아카'라고 하기에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자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Louis Oosthuizen)에 대해서는 "1970년대인가 1980년대에 선수로 활약했던 안드레스 웨스트호이젠이 있었기 때문에 발음하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은 누가 대회에서 몇 승을 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소개를 받고 내려가면 그뿐"이라며 "간결하게 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1번 홀에서 바라본 다양한 광경들도 소개했다.

롭슨은 "어린 선수들일수록 손가락 관절이 꺾어지는 부위가 하얘질 만큼 드라이버를 꽉 쥔다. 반대로 나이가 든 선수들은 손이 떨리기도 한다"며 특징적인 1번 홀 드라이브샷 장면을 전했다.

1973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톰 웨이스코프(미국)가 1989년 1번 홀 티샷을 망친 이유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 웨이스코프는 내게 악수를 청하더니 이번 대회가 자신의 은퇴 무대라고 했다"며 "그러고 나서 날린 드라이브샷이 덤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티샷을 날릴 때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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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년째 브리티시 아나운서 영예
    • 입력 2011-07-15 11:26:08
    연합뉴스
올해 140회를 맞은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 1번 홀을 37년째 지켜온 남자가 있다고 미국 골프닷컴이 15일 보도했다.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기 전에 대회장에 모인 갤러리들에게 선수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은 아이버 롭슨(64)이 주인공이다. 14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열 세인트 조지스 골프장에서 시작된 올해 대회에서도 롭슨은 1번 홀을 지켰다. 골프닷컴은 "맨 먼저 티샷을 날린 제리 켈리를 소개한 뒤 9시간41분이 지나서야 롭슨은 156번째 마지막 선수인 람치빙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197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는 롭슨은 "그때는 골프공을 파는 사람들이 주위에 돌아다녔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나에게 '당신이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라며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작게 내야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오'라고 말했다"며 옛일을 추억했다. 스코틀랜드 억양이 섞인 말투로 이제는 1번 홀 선수 소개에 관해서는 권위자가 된 롭슨은 "존경심을 갖고 이 일을 해야 한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가장 발음하기 어려웠던 선수로는 1988년 대회에 출전했던 나이지리아 출신 피터 아카카시아카(Peter Akakasiaka)를 꼽았다. 롭슨은 "처음 이 이름을 보고 뭔가 싶었다.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당황하는지 내기까지 했다고 하더라"며 "선수에게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었더니 '간단하지 않느냐. 아크-아카-시아카'라고 하기에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승자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Louis Oosthuizen)에 대해서는 "1970년대인가 1980년대에 선수로 활약했던 안드레스 웨스트호이젠이 있었기 때문에 발음하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은 누가 대회에서 몇 승을 했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 소개를 받고 내려가면 그뿐"이라며 "간결하게 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했다. 1번 홀에서 바라본 다양한 광경들도 소개했다. 롭슨은 "어린 선수들일수록 손가락 관절이 꺾어지는 부위가 하얘질 만큼 드라이버를 꽉 쥔다. 반대로 나이가 든 선수들은 손이 떨리기도 한다"며 특징적인 1번 홀 드라이브샷 장면을 전했다. 1973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톰 웨이스코프(미국)가 1989년 1번 홀 티샷을 망친 이유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 웨이스코프는 내게 악수를 청하더니 이번 대회가 자신의 은퇴 무대라고 했다"며 "그러고 나서 날린 드라이브샷이 덤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티샷을 날릴 때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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