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포맷 수입, 최선입니까?

입력 2011.07.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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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들은 방송사가 그 형식을 외국에서 수입했다는 사실 아십니까.

주로 유럽의 포맷 개발회사로부터 수수를 내고 사들여오는데요.

시청률이 보장되고 쉽게 제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습니다.

은준수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폴 포츠.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그를 스타로 만든 건 영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였습니다.

지난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폴 포츠의 인터넷 동영상은 1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폴 포츠의 성공 이후 국내 한 케이블방송사도 지난달부터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들여와 방송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까지 평균 시청률은 2.7% 정도.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인 1%의 3배에 이릅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의 포맷으로 제작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대부분 안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네덜란드의 퀴즈쇼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방송을 시작한 KBS 1대 100은 4년째 7%를 웃도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로그램이 원작인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지난달 첫방송을 시작한 뒤 10%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포맷 수입에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7편을 포함해 최근까지 수입된 해외 포맷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20여 편에 이릅니다.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포맷을 수입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방송사들은 수입 계약과 함께 ‘포맷 바이블’이라는 구체적인 제작 지침서를 받습니다.

포맷 바이블에는 프로그램의 제작진 규모와 출연자의 역할은 물론 상황에 따라 필요한 화면이나 효과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편집에 필요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동영상도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예상 시청자와 프로그램 길이, 추천하는 편성 시간대에 대한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손승애(CJ E&M 콘텐츠사업국장) : “피디와 작가들이 조금 사전제작 준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습니다.“

또 방송사와 계약을 맺은 포맷 개발회사는 PD를 파견해 원작에 가까운 품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터뷰> 전 포맷 개발회사 임원 : "특정 포맷이 40개 국가에서 팔린 포맷이다. 만들다보면 상당히 많은 노하우가 축적이
되는 것이지요. 플라잉 PD(파견 PD)가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전문적인 제작기법까지 지원하는 포맷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곳은 대부분 유럽계 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이 국제 방송시장에 판매하는 포맷은 전체 시장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포맷 전문 기업인 엔데몰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주요 프로그램 포맷을 70여개 국가에 판매했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자회사인 BBC 월드와이드도 같은 기간 자체 개발한 포맷을 60 여개 국가에 수출했습니다.

영국의 유명 포맷 회사인 프리멘탈 미디어 역시 50곳이 넘는 국가에 포맷을 수출하는 실적을 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쌓아온 경험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럽계 포맷 기업은 국내 방송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려는 국내 방송사들이 경쟁하는 것을 이용해 수수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회당 2천 달러 정도였던 포맷 수입 가격은 최근 만 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다국적 포맷 판매 기업의 이 같은 가격 인상 요구를 제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포맷의 적절한 수입 가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포맷을 수입할 때 계약은 방송사나 담당 PD가 개별적으로 접촉해 하는 수준이고 공개 되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제각각인 포맷의 수입 가격을 참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진아(공주대학교 교수) : “자료를 누적해서 포맷이 이런 식으로 거래가 흐름이 이뤄지고 있구나라는 것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방송사들이 실제로 해외 포맷 회사와 거래 할 때 기준 단가를 정할 때 좀 더 참고할 수 있도록 그런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지 않을까...“

수입된 포맷에 지나치게 의존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포맷을 공급하는 대형 다국적 기업의 요구에 따라 일부 프로그램은 원작과 똑같은 형식으로 제작됩니다.

하지만 인터넷 등으로 해외 프로그램을 미리 경험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창준(시청자) : "패턴이 똑같으니까 발전되는 게 보이지도 않고 그런 것 같아요."

<인터뷰> 이지선(시민) : "미국 프로그램 봤던 것을 똑같이 한국걸로 했다고 해서 보면 별로, 좀 식상하고 재미있기 보다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요."

수입된 포맷에만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배진아(공주대학교 교수) : “쉽게 시청률을 확보하고 쉽게 성공하려고 하는 이런 관행이 너무 자리잡혀 가다보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능력들이 혹시라도 쇠퇴하지는 않을까...“

완성된 프로그램 수출에 주력했던 국내 방송사도 최근 들어 포맷 판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되는 비용이 거의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준구(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 “포맷 바이블이 한 국가에 수출했을 때 1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 국가가 10곳, 20곳으로 늘어나면 10억, 20억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KBS는 ‘도전골든벨’의 포맷을 중국과 베트남에 수출했고, MBC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포맷을 터키와 미국에 SBS도 ‘진실게임’의 포맷을 인도네시아에 각각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대본이나 기획의도 등 포맷의 일부만 판매하는 수준에 그쳐 유럽의 전문 기업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수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제작 방법을 담은 포맷 바이블을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지상파 방송사 포맷 담당자 :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포맷 개발이나 유통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담 인력은 자회사까지 합쳐 1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 전문가나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세계적인 TV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포맷 수출로 한해 천 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는 BBC 월드와이드의 임원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 말입니다.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보다 포맷을 수입해 손쉽게 제작하려는 우리 방송사들이 되짚어봐야할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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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포맷 수입, 최선입니까?
    • 입력 2011-07-16 08: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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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들은 방송사가 그 형식을 외국에서 수입했다는 사실 아십니까. 주로 유럽의 포맷 개발회사로부터 수수를 내고 사들여오는데요. 시청률이 보장되고 쉽게 제작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 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높습니다. 은준수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인 폴 포츠.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그를 스타로 만든 건 영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였습니다. 지난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폴 포츠의 인터넷 동영상은 1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폴 포츠의 성공 이후 국내 한 케이블방송사도 지난달부터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들여와 방송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까지 평균 시청률은 2.7% 정도. 케이블 TV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인 1%의 3배에 이릅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의 포맷으로 제작한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대부분 안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네덜란드의 퀴즈쇼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방송을 시작한 KBS 1대 100은 4년째 7%를 웃도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로그램이 원작인 MBC ‘댄싱 위드 더 스타’는 지난달 첫방송을 시작한 뒤 10%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포맷 수입에 적극적입니다. 실제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7편을 포함해 최근까지 수입된 해외 포맷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20여 편에 이릅니다. 프로그램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포맷을 수입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방송사들은 수입 계약과 함께 ‘포맷 바이블’이라는 구체적인 제작 지침서를 받습니다. 포맷 바이블에는 프로그램의 제작진 규모와 출연자의 역할은 물론 상황에 따라 필요한 화면이나 효과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편집에 필요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동영상도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 주요 예상 시청자와 프로그램 길이, 추천하는 편성 시간대에 대한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손승애(CJ E&M 콘텐츠사업국장) : “피디와 작가들이 조금 사전제작 준비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들어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겠습니다.“ 또 방송사와 계약을 맺은 포맷 개발회사는 PD를 파견해 원작에 가까운 품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인터뷰> 전 포맷 개발회사 임원 : "특정 포맷이 40개 국가에서 팔린 포맷이다. 만들다보면 상당히 많은 노하우가 축적이 되는 것이지요. 플라잉 PD(파견 PD)가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전문적인 제작기법까지 지원하는 포맷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곳은 대부분 유럽계 기업입니다. 이들 기업이 국제 방송시장에 판매하는 포맷은 전체 시장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포맷 전문 기업인 엔데몰은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주요 프로그램 포맷을 70여개 국가에 판매했습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자회사인 BBC 월드와이드도 같은 기간 자체 개발한 포맷을 60 여개 국가에 수출했습니다. 영국의 유명 포맷 회사인 프리멘탈 미디어 역시 50곳이 넘는 국가에 포맷을 수출하는 실적을 냈습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쌓아온 경험과 영향력을 바탕으로 유럽계 포맷 기업은 국내 방송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려는 국내 방송사들이 경쟁하는 것을 이용해 수수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회당 2천 달러 정도였던 포맷 수입 가격은 최근 만 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다국적 포맷 판매 기업의 이 같은 가격 인상 요구를 제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포맷의 적절한 수입 가격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포맷을 수입할 때 계약은 방송사나 담당 PD가 개별적으로 접촉해 하는 수준이고 공개 되지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제각각인 포맷의 수입 가격을 참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 배진아(공주대학교 교수) : “자료를 누적해서 포맷이 이런 식으로 거래가 흐름이 이뤄지고 있구나라는 것을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방송사들이 실제로 해외 포맷 회사와 거래 할 때 기준 단가를 정할 때 좀 더 참고할 수 있도록 그런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지 않을까...“ 수입된 포맷에 지나치게 의존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포맷을 공급하는 대형 다국적 기업의 요구에 따라 일부 프로그램은 원작과 똑같은 형식으로 제작됩니다. 하지만 인터넷 등으로 해외 프로그램을 미리 경험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터뷰> 안창준(시청자) : "패턴이 똑같으니까 발전되는 게 보이지도 않고 그런 것 같아요." <인터뷰> 이지선(시민) : "미국 프로그램 봤던 것을 똑같이 한국걸로 했다고 해서 보면 별로, 좀 식상하고 재미있기 보다는 좀 달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요." 수입된 포맷에만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창의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배진아(공주대학교 교수) : “쉽게 시청률을 확보하고 쉽게 성공하려고 하는 이런 관행이 너무 자리잡혀 가다보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능력들이 혹시라도 쇠퇴하지는 않을까...“ 완성된 프로그램 수출에 주력했던 국내 방송사도 최근 들어 포맷 판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추가되는 비용이 거의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준구(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 “포맷 바이블이 한 국가에 수출했을 때 1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고 하면 그 국가가 10곳, 20곳으로 늘어나면 10억, 20억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KBS는 ‘도전골든벨’의 포맷을 중국과 베트남에 수출했고, MBC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포맷을 터키와 미국에 SBS도 ‘진실게임’의 포맷을 인도네시아에 각각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대본이나 기획의도 등 포맷의 일부만 판매하는 수준에 그쳐 유럽의 전문 기업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수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제작 방법을 담은 포맷 바이블을 개발하거나 유통하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지상파 방송사 포맷 담당자 :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포맷 개발이나 유통 과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담 인력은 자회사까지 합쳐 10명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 전문가나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세계적인 TV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포맷 수출로 한해 천 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는 BBC 월드와이드의 임원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 말입니다.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보다 포맷을 수입해 손쉽게 제작하려는 우리 방송사들이 되짚어봐야할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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