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달라이 면담 탓, 美中관계 먹구름

입력 2011.07.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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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가능한 채널 통해 대미 강공 펼칠 듯

미국과 중국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과 티베트 문제가 직접적인 단초다.

일단 중국이 두 문제로 얼굴을 붉히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회동한데 대한 중국의 '결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외국 정치인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에 반대한다며 간접 경고를 했으며, 실제 면담이 이뤄지자 중국은 '대응' 수위를 높였다.

우선 중국 정부는 17일 외교부 대변인으로서는 최고위인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그런 행위가 바로 엄중한 내정간섭으로 중ㆍ미 관계를 손상시켰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아울러 대미 외교 실무사령탑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S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긴급 초치해 엄중하게 따졌고,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도 미 국무부 요로를 통해 항의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를 국가분열을 획책하는 분리주의자로 규정하고 티베트 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탓에 그 상대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나름의 '주권'을 지키려고 모든 가능한 채널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수개월째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은 그 배후 세력으로 미국을 지목하고, 최근 수 주간 대미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여기에 티베트 문제까지 걸어 대미 긴장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근래 중국의 대미 비난의 강도는 그 수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 11일 방중 초청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과 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말한데서는 '무례'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손님을 초청해놓고 그 앞에서 비난하는 모양새가 된 탓이다. 천 참모장은 이어 14일 방중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갑작스럽게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비(非) 외교적 행위를 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현재로선 예측이 쉽지 않지만 중국이 티베트와 남중국해 문제를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탓에 적지않은 대미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미국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도 '계산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티베트 문제에 소홀하다는 미 의회와 인권단체의 압박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면담을 했고 새로운 티베트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강공'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도 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과 합동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 제7함대 소속 구축함 3척을 보내 지난 15일부터 베트남 부근 남중국해상에서 7일간 일정으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도 브루나이 부근 남중국해에서 일본, 호주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연이어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멀린 미 합참의장도 방중 기간에 미국은 남중국해에 미군을 지속적으로 배치해왔고, 앞으로도 남중국해에서 미군이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는 개입할 의지가 없지만, 적어도 항해권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수송로로서 전략적인 가치가 높은 남중국해가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이 중국의 세력팽창을 향한 미국의 '견제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23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 기간에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석해서다.

작년 초 미국의 대만에의 무기판매에 강하게 반발하던 중국은 상반기 내내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억지를 부렸고, 클린턴 장관은 그 해 하노이 ARF를 계기로 대중 공격을 시작했었다.

클린턴 장관은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발언했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선 대중 공세를 쏟아부었다. 이에 중국이 자국 관영 매체를 동원해 '일전불사' 의지까지 비쳤으나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과 합동군사훈련을 한데 이어 핵 협력 의지까지 비치자 중국은 결국 물러섰다.

1년 가까이 갈등을 지속하던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중을 통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대화로 선회해왔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일각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겹쳐 오바마-달라이 라마 면담으로 미중 관계가 다시 갈등 국면으로 유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바마 대통령은 사적인 공간인 관저의 맵룹(Map Room)을 이용해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티베트인의 인권보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성의를 보이는 등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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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달라이 면담 탓, 美中관계 먹구름
    • 입력 2011-07-17 11:33:45
    연합뉴스
中, 가능한 채널 통해 대미 강공 펼칠 듯 미국과 중국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과 티베트 문제가 직접적인 단초다. 일단 중국이 두 문제로 얼굴을 붉히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지난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회동한데 대한 중국의 '결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외국 정치인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에 반대한다며 간접 경고를 했으며, 실제 면담이 이뤄지자 중국은 '대응' 수위를 높였다. 우선 중국 정부는 17일 외교부 대변인으로서는 최고위인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그런 행위가 바로 엄중한 내정간섭으로 중ㆍ미 관계를 손상시켰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아울러 대미 외교 실무사령탑인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이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의 로버트 S 왕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긴급 초치해 엄중하게 따졌고,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도 미 국무부 요로를 통해 항의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달라이 라마를 국가분열을 획책하는 분리주의자로 규정하고 티베트 문제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탓에 그 상대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나름의 '주권'을 지키려고 모든 가능한 채널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수개월째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은 그 배후 세력으로 미국을 지목하고, 최근 수 주간 대미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여기에 티베트 문제까지 걸어 대미 긴장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근래 중국의 대미 비난의 강도는 그 수위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천빙더(陳炳德)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 11일 방중 초청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과 회담 직후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말한데서는 '무례'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손님을 초청해놓고 그 앞에서 비난하는 모양새가 된 탓이다. 천 참모장은 이어 14일 방중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갑작스럽게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비(非) 외교적 행위를 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현재로선 예측이 쉽지 않지만 중국이 티베트와 남중국해 문제를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탓에 적지않은 대미 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미국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도 '계산된' 외교적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티베트 문제에 소홀하다는 미 의회와 인권단체의 압박이 있다고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면담을 했고 새로운 티베트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뭔가 '노림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강공'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접견도 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현재 베트남과 합동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 제7함대 소속 구축함 3척을 보내 지난 15일부터 베트남 부근 남중국해상에서 7일간 일정으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도 브루나이 부근 남중국해에서 일본, 호주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연이어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멀린 미 합참의장도 방중 기간에 미국은 남중국해에 미군을 지속적으로 배치해왔고, 앞으로도 남중국해에서 미군이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는 개입할 의지가 없지만, 적어도 항해권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수송로로서 전략적인 가치가 높은 남중국해가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도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이 중국의 세력팽창을 향한 미국의 '견제구'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9∼23일로 예정된 인도네시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 기간에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참석해서다. 작년 초 미국의 대만에의 무기판매에 강하게 반발하던 중국은 상반기 내내 남중국해가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억지를 부렸고, 클린턴 장관은 그 해 하노이 ARF를 계기로 대중 공격을 시작했었다. 클린턴 장관은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발언했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선 대중 공세를 쏟아부었다. 이에 중국이 자국 관영 매체를 동원해 '일전불사' 의지까지 비쳤으나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과 합동군사훈련을 한데 이어 핵 협력 의지까지 비치자 중국은 결국 물러섰다. 1년 가까이 갈등을 지속하던 미중 양국은 지난 1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중을 통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대화로 선회해왔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일각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겹쳐 오바마-달라이 라마 면담으로 미중 관계가 다시 갈등 국면으로 유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있다. 이와는 달리 바마 대통령은 사적인 공간인 관저의 맵룹(Map Room)을 이용해 달라이 라마를 만났고, 티베트인의 인권보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성의를 보이는 등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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