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구 “‘퀵’에 인생의 승부 걸었죠”

입력 2011.07.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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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과 함께 '퀵' 공동연출

"직전 작품에서 흥행이 잘 안됐는데, 차기작에서 더 큰 규모의 영화를 한다는 건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죠. 일종의 천운을 얻은 거라 볼 수 있죠."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퀵'의 연출자 조범구 감독이 한 말이다.

'퀵'은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액션과 코미디가 범람하는 상업영화다. 방학과 휴가를 맞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팝콘무비'다. 순제작비만 80억원,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까지 계산하면 100억대가 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상업영화의 자장 안에 있었지만 '양아치어조'(2006)와 '뚝방전설'(2006)처럼 중간 사이즈의 영화를 만든 조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들고 나온 것치고는 상당한 덩치의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기대대로 LPG 통이 폭발하고, 자동차 수십 대가 추돌하는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러나 사건은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고 주인공은 찌질하다. 극적인 서사에, 멋진 주인공이 나올 것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조 감독은 "윤제균 감독과 나, 그리고 시나리오를 담당한 박수진 작가의 색깔이 뒤섞였기 때문"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이번 영화는 공동연출"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액션 영화를 주로 찍은 조 감독은 '퀵'의 액션 부문을 담당했다. 코미디 부문은 '색즉시공' '해운대' 등 코미디가 강한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총괄했다.

"저는 상업적 감각이 떨어져요. 코미디 장면을 찍으면 왜 저 장면이 웃길까 생각하죠. 현장에서 판단을 못 하겠더라고요. 윤 감독님의 코미디 감각은 타고났어요. '헬멧 샤워' 장면 같은 것도 다 현장에서 생각하신 거죠. 이번 영화를 찍으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 명의 색깔이 다 뒤섞였기 때문에 그는 "조화"라는 키워드로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액션과 코미디는 거리가 멀다. 거의 상반되는 지점에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새로운 영화를 만들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퀵'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가 만든 단편 '장마'(1996), 장편 '양아치어조'나 '뚝방전설'은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할 만한 묵직한 영화들이었다. 그런데 '퀵'에서는 생각이 끼어들 틈조차 없을 정도로 액션과 코미디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완벽한 변신인 셈이다.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뚝방전설'이 나쁜 평가를 받진 않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영화죠. '작품성 있는 영화를 계속할까, 아니면 시장에 어필할 영화를 할까' 고민했어요. 일단 상업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예술영화를 하려 해도 일단 상업영화로 인지도를 높여야 하잖아요. 그게 현실이었죠."

그때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퀵'의 전신인 '아수라'라는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조 감독은 결국 상업영화에 투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예술영화 쪽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영화진흥위원회 등 예술영화 지원작 공모에 일절 응모하지 않은 이유다.

"감독으로서 흥행이 되고, 투자자가 붙다 보면 한 번의 보너스는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때 제 나름의 인식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그는 50살 즈음이 되면 로베르 브레송의 '돈' 같은 영화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처럼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을 스크린에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퀵은 제가 하고 싶은 영화와는 정반대 지점에 선 영화예요. 한없이 가볍고, 경쾌한 오락영화죠. 저로서는 작정하고 승부한 영화입니다. 꼭 흥행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퀵'과 같은 날(7월20일) 개봉하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의 대결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영화가 잘 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지전'이 잘 되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영화는 저희의 놀이터예요. 전쟁영화를 하겠다는 건, 인간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들겠다는 뜻이에요. 삶과 죽음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겠다는 거죠. 감독으로서는 정말 매력을 느낄 만한 장르예요. 사실 '고지전'과 저희 영화는 공통점이 없어요. 너무 다른 성격의 영화죠. 가벼운 영화만 잘되면 감독도 거기에 맞춰가야 하잖아요.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죠. 함께 잘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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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범구 “‘퀵’에 인생의 승부 걸었죠”
    • 입력 2011-07-17 14:05:42
    연합뉴스
윤제균 감독과 함께 '퀵' 공동연출 "직전 작품에서 흥행이 잘 안됐는데, 차기작에서 더 큰 규모의 영화를 한다는 건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죠. 일종의 천운을 얻은 거라 볼 수 있죠."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퀵'의 연출자 조범구 감독이 한 말이다. '퀵'은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액션과 코미디가 범람하는 상업영화다. 방학과 휴가를 맞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팝콘무비'다. 순제작비만 80억원,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까지 계산하면 100억대가 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상업영화의 자장 안에 있었지만 '양아치어조'(2006)와 '뚝방전설'(2006)처럼 중간 사이즈의 영화를 만든 조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들고 나온 것치고는 상당한 덩치의 영화인 셈이다. 영화는 기대대로 LPG 통이 폭발하고, 자동차 수십 대가 추돌하는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러나 사건은 뒤죽박죽으로 얽혀 있고 주인공은 찌질하다. 극적인 서사에, 멋진 주인공이 나올 것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장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말이다. 조 감독은 "윤제균 감독과 나, 그리고 시나리오를 담당한 박수진 작가의 색깔이 뒤섞였기 때문"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이번 영화는 공동연출"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액션 영화를 주로 찍은 조 감독은 '퀵'의 액션 부문을 담당했다. 코미디 부문은 '색즉시공' '해운대' 등 코미디가 강한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총괄했다. "저는 상업적 감각이 떨어져요. 코미디 장면을 찍으면 왜 저 장면이 웃길까 생각하죠. 현장에서 판단을 못 하겠더라고요. 윤 감독님의 코미디 감각은 타고났어요. '헬멧 샤워' 장면 같은 것도 다 현장에서 생각하신 거죠. 이번 영화를 찍으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 명의 색깔이 다 뒤섞였기 때문에 그는 "조화"라는 키워드로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액션과 코미디는 거리가 멀다. 거의 상반되는 지점에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새로운 영화를 만들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퀵'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가 만든 단편 '장마'(1996), 장편 '양아치어조'나 '뚝방전설'은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할 만한 묵직한 영화들이었다. 그런데 '퀵'에서는 생각이 끼어들 틈조차 없을 정도로 액션과 코미디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완벽한 변신인 셈이다.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뚝방전설'이 나쁜 평가를 받진 않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영화죠. '작품성 있는 영화를 계속할까, 아니면 시장에 어필할 영화를 할까' 고민했어요. 일단 상업적인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예술영화를 하려 해도 일단 상업영화로 인지도를 높여야 하잖아요. 그게 현실이었죠." 그때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퀵'의 전신인 '아수라'라는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조 감독은 결국 상업영화에 투신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예술영화 쪽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영화진흥위원회 등 예술영화 지원작 공모에 일절 응모하지 않은 이유다. "감독으로서 흥행이 되고, 투자자가 붙다 보면 한 번의 보너스는 주어지지 않을까요? 그때 제 나름의 인식이 담긴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그는 50살 즈음이 되면 로베르 브레송의 '돈' 같은 영화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처럼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을 스크린에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퀵은 제가 하고 싶은 영화와는 정반대 지점에 선 영화예요. 한없이 가볍고, 경쾌한 오락영화죠. 저로서는 작정하고 승부한 영화입니다. 꼭 흥행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퀵'과 같은 날(7월20일) 개봉하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의 대결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영화가 잘 되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지전'이 잘 되어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영화는 저희의 놀이터예요. 전쟁영화를 하겠다는 건, 인간의 삶을 집요하게 파고들겠다는 뜻이에요. 삶과 죽음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하겠다는 거죠. 감독으로서는 정말 매력을 느낄 만한 장르예요. 사실 '고지전'과 저희 영화는 공통점이 없어요. 너무 다른 성격의 영화죠. 가벼운 영화만 잘되면 감독도 거기에 맞춰가야 하잖아요.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죠. 함께 잘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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