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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시행…본인 동의·실효성 등 논란
입력 2011.07.22 (19:51) 수정 2011.07.23 (15:24) 연합뉴스
법무부 "전문의 감정절차 있어 동의 불필요"
학계·변호사 "인권문제 소지…심리치료 초점 맞춰야"

아동 성범죄자에게 강제로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하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2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의학계 일부에서는 화학적 거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도 충분치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한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는 재범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약물치료 중단 즉시 성 기능이 원상회복되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이후 경과에 따라 임시 중단할 수도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손동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지난 2008년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을 때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2010년 6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들끓는 여론을 고려해 치료가 아닌 처벌의 개념으로 법안 내용이 바뀐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는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하는 현행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범죄자가 약물치료위원회에 약물치료를 신청하면 위원회의 진단 절차를 거쳐 국가부담으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처벌이 아닌 치료의 개념이 강한 것이다.

화학적 거세가 전자발찌 부착,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 등 사실상 처벌의 기능을 하는 다른 성범죄 재발 방지책과 중복적으로 적용된다면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도 있다.

전자발찌 부착제도와 화학적 거세 제도를 각각 따로 도입한 나라는 많지만 두 제도를 동시에 시행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주사 한 방으로 성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약물 투여 기간에만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성범죄자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경환 변호사는 "징벌적 의미의 약물 투여보다는 병행하는 심리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법무부에서 나름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또 성범죄를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이상 성향의 남성이 저지르는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동 성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보다 저소득층이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사회복지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동 성폭력 예방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폭력 문제는 흉악범 중심으로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구조적이고 정책적인 시각이 부족한 화학적 거세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화학적 거세’ 시행…본인 동의·실효성 등 논란
    • 입력 2011-07-22 19:51:46
    • 수정2011-07-23 15:24:39
    연합뉴스
법무부 "전문의 감정절차 있어 동의 불필요"
학계·변호사 "인권문제 소지…심리치료 초점 맞춰야"

아동 성범죄자에게 강제로 약물을 투여해 성욕을 억제하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2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른바 '화학적 거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성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학계와 법조계, 의학계 일부에서는 화학적 거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준비도 충분치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강제적으로 집행한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화학적 거세는 재범위험이 큰 성도착증 환자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전에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절차를 거쳐 법원 판결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어서 본인 동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약물치료 중단 즉시 성 기능이 원상회복되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이후 경과에 따라 임시 중단할 수도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서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손동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본인의 동의가 없다면 치료를 가장한 처벌"이라며 "인권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지난 2008년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을 때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 김수철 사건, 김길태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2010년 6월 '본인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내용이 빠진 채 국회를 통과했다.

들끓는 여론을 고려해 치료가 아닌 처벌의 개념으로 법안 내용이 바뀐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경환 변호사는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약물치료를 강제하는 현행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성범죄자가 약물치료위원회에 약물치료를 신청하면 위원회의 진단 절차를 거쳐 국가부담으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처벌이 아닌 치료의 개념이 강한 것이다.

화학적 거세가 전자발찌 부착, 인터넷 신상정보 공개 등 사실상 처벌의 기능을 하는 다른 성범죄 재발 방지책과 중복적으로 적용된다면 인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소지도 있다.

전자발찌 부착제도와 화학적 거세 제도를 각각 따로 도입한 나라는 많지만 두 제도를 동시에 시행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주사 한 방으로 성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화학적 거세의 실효성을 놓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약물 투여 기간에만 범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뿐 성범죄자의 성격이나 행동 패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경환 변호사는 "징벌적 의미의 약물 투여보다는 병행하는 심리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법무부에서 나름대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다"고 우려를 전했다.

또 성범죄를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이상 성향의 남성이 저지르는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동 성범죄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것보다 저소득층이 안전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사회복지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동 성폭력 예방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폭력 문제는 흉악범 중심으로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구조적이고 정책적인 시각이 부족한 화학적 거세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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