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고vs군산상고 ‘야구 전설 재현’

입력 2011.07.22 (21:33) 수정 2011.07.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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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고속도로 바로 옆에 자리한 양천구 목동야구장은 22일 저녁 타임머신을 타고 35년 전으로 돌아간 듯 고교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1976년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었던 경남고와 군산상고가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한 뒤 다시 만났다.



양팀은 7080세대에 고교야구에 대한 향수를 전해주고 고교야구 부흥을 도모하고자 대한야구협회와 상조회사인 ㈜교원라이프가 손잡고 마련한 레전드 리매치에서 35년 전 명승부를 재현했다.



학생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지면서 장소는 목동으로 바뀌고 나이살과 뱃살은 감출 수 없었지만 그 시절 피 끓는 열정만큼은 여전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후 3시. 양팀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일찌감치 야구장에 모여들었다.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경남고) SBS 해설위원과 프로야구 원년 홈런왕 출신 김봉연(군산상고) 극동대 교수는 이구동성으로 "근 40년 만에 모교 유니폼을 입어본다. 너무 설렌다"며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원조 대도’ 김일권(사업·군산상고)씨는 연습 타격 때 파울만 연방 날리더니 "연습을 못해 좀처럼 못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베어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조계현(군산상고) 투수코치와 박보현(경남고) 매니저는 모교의 자존심을 걸고 이날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조 코치가 "통 연습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자 박 매니저는 "(조 코치가) 선발 내정 소식을 듣더니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고 숨겨진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청룡기 준우승 멤버인 ’오리궁둥이’ 김성한(군산상고) 전 KIA 감독은 "동문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재미있게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정작 35년 전 청룡기 결승에서 삼진 20개를 잡아내는 등 군산상고를 두 번이나 격파하고 경남고를 정상에 올려놨던 ’무쇠팔’ 최동원(전 한화 2군 감독)은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7년 갑자기 찾아온 대장암을 보란 듯이 이겨냈던 최 전 감독은 이날 수척한 모습으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최 전 감독은 "살이 너무 쪄 식이요법으로 감량했는데 그러다 체중을 너무 뺐다. 지금 살을 다시 불려가는 과정"이라고 근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경기를 다부지게 준비해 마운드에 서려고 했지만 허리를 삐끗한 바람에 등판이 불발됐다. 다음에는 꼭 던지겠다"며 특유의 또렷하고 논리 정연한 말투로 각오를 다졌다.



7회 경기로 치러진 이날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군산상고가 장기인 역전승으로 경남고에 35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군산상고는 0-4로 끌려가던 5회 상대 실책을 틈 타 4-4 동점을 이룬 뒤 6회 경남고의 결정적인 실책에 편승, 3점을 뽑아내 7-5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프로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양팀에 여럿 포진했으나 예상치 못한 실책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고교야구답게 그 시절 그때처럼 실책에 웃고 울었다.



친선 경기지만 승부의 현장에서 평생을 바친 백전노장들답게 허구연(MBC 해설위원) 경남고 감독과 나창기(호원대 감독) 군산상고 감독은 매 순간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백발이 성성한 양교 동문과 지방에서 올라온 재학생 2천여명이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친 가운데 승리한 군산상고는 교가를 제창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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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고vs군산상고 ‘야구 전설 재현’
    • 입력 2011-07-22 21:33:37
    • 수정2011-07-22 21:36:30
    연합뉴스
 경인고속도로 바로 옆에 자리한 양천구 목동야구장은 22일 저녁 타임머신을 타고 35년 전으로 돌아간 듯 고교야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1976년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었던 경남고와 군산상고가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한 뒤 다시 만났다.

양팀은 7080세대에 고교야구에 대한 향수를 전해주고 고교야구 부흥을 도모하고자 대한야구협회와 상조회사인 ㈜교원라이프가 손잡고 마련한 레전드 리매치에서 35년 전 명승부를 재현했다.

학생 야구의 메카였던 동대문야구장이 사라지면서 장소는 목동으로 바뀌고 나이살과 뱃살은 감출 수 없었지만 그 시절 피 끓는 열정만큼은 여전했다.
경기 시작 4시간 전인 오후 3시. 양팀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일찌감치 야구장에 모여들었다.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경남고) SBS 해설위원과 프로야구 원년 홈런왕 출신 김봉연(군산상고) 극동대 교수는 이구동성으로 "근 40년 만에 모교 유니폼을 입어본다. 너무 설렌다"며 어린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원조 대도’ 김일권(사업·군산상고)씨는 연습 타격 때 파울만 연방 날리더니 "연습을 못해 좀처럼 못치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두산 베어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조계현(군산상고) 투수코치와 박보현(경남고) 매니저는 모교의 자존심을 걸고 이날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조 코치가 "통 연습을 못했다"며 너스레를 떨자 박 매니저는 "(조 코치가) 선발 내정 소식을 듣더니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고 숨겨진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청룡기 준우승 멤버인 ’오리궁둥이’ 김성한(군산상고) 전 KIA 감독은 "동문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 재미있게 경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정작 35년 전 청룡기 결승에서 삼진 20개를 잡아내는 등 군산상고를 두 번이나 격파하고 경남고를 정상에 올려놨던 ’무쇠팔’ 최동원(전 한화 2군 감독)은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2007년 갑자기 찾아온 대장암을 보란 듯이 이겨냈던 최 전 감독은 이날 수척한 모습으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최 전 감독은 "살이 너무 쪄 식이요법으로 감량했는데 그러다 체중을 너무 뺐다. 지금 살을 다시 불려가는 과정"이라고 근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경기를 다부지게 준비해 마운드에 서려고 했지만 허리를 삐끗한 바람에 등판이 불발됐다. 다음에는 꼭 던지겠다"며 특유의 또렷하고 논리 정연한 말투로 각오를 다졌다.

7회 경기로 치러진 이날 ’역전의 명수’로 이름을 날린 군산상고가 장기인 역전승으로 경남고에 35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

군산상고는 0-4로 끌려가던 5회 상대 실책을 틈 타 4-4 동점을 이룬 뒤 6회 경남고의 결정적인 실책에 편승, 3점을 뽑아내 7-5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프로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이 양팀에 여럿 포진했으나 예상치 못한 실책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고교야구답게 그 시절 그때처럼 실책에 웃고 울었다.

친선 경기지만 승부의 현장에서 평생을 바친 백전노장들답게 허구연(MBC 해설위원) 경남고 감독과 나창기(호원대 감독) 군산상고 감독은 매 순간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백발이 성성한 양교 동문과 지방에서 올라온 재학생 2천여명이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친 가운데 승리한 군산상고는 교가를 제창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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