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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고 나면 취재 성역
입력 2011.07.23 (08:14) 수정 2011.07.23 (15:52) 미디어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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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군이 발표한 내용을 전합니다.

이번 강화도의 해병대 사고도 현장에 대한 취재가 불가능하다보니 군 발표 따라 언론보도도 달라졌습니다.

군의 이러한 태도는 홍보를 해야 할 경우 180도 달라지는데요, 군사기밀과 관련이 없는 취재의 경우 군도 이제 좀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정지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해병대 사고부터 좀 정리해보죠. 동료 부대원 4명이 숨졌는데, 사고 원인과 관련해 언론은 어떤 점을 지적했습니까?

<답변>

언론들은 사건 초기 해병대의 특이한 조직문화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김 상병의 새로운 진술이 나오자 언론들의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 당일, 방송 3사는 관련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습니다.

<녹취>KBS(7.4/최영윤) : "오늘 낮 인천 강화도의 한 해병부대에서 병사 한 명이 총기를 난사해..."

<녹취>MBC(7.4/전재호) : "장병 4명이 숨졌습니다. 김 상병은 총을 쏜 뒤 수류탄을 터뜨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녹취>SBS(7.4/이한석) : "총을 쏜 사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중상을 입고 체포됐습니다."

사건 직후 언론들은 김 상병이 '기수열외'라는 해병대 특유의 이른바 '왕따 관행'을 언급하자, '기수열외'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일제히 보도합니다.

<녹취>동아(7.6/14) : "김 상병 "기수열외 참을 수 없었다" 자필 진술

<녹취>중앙(7.6/1면) : "해병대 참사 뒤에 '기수열외'있었다."

<녹취>한겨레(7.6/1면) : "군 "가해자 김상병, 5월부터 후임병한테 폭행당해" 해병대 '기수열외'가 비극 불렀다."

해병대의 특수한 조직 문화를 지적하면서도 언론들은 김 상병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관심사병이었다며, 개인에게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중앙(7.6 6) : "부대원들은 김 상병에 대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이며 게으르다. 오전 취침 때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증언했다."

<녹취>동아(7.6 14) : "김상병은 지난해 7월 해병대에 입대한 뒤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불안과 성격장애 등의 문제가 발견됐으며..."

하지만 김 상병이 기수열외는 당하지 않았고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군 발표가 나오자, 언론은 또 이를 그대로 받아씁니다.

<녹취>중앙(7.8 10면) : "두 병사의 이 진술은 해병대에서 도를 넘는 가혹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일러주고 있다."

<녹취>조선(7.8 12) : "국방부 감사관실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해병대 구타감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3월 25일까지 해병대 1사단과 2사단에서 고막천공 등 구타로 의심될 만한 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무려 943명에 달했다."

사건 원인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군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의 최전방 소초,GP 내무반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당시도, 군 당국의 발표에 따라 언론의 보도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군 내부의 언어폭력에 이어 김 일병의 성격문제를 지적하더니 그 이후엔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KBS(2005.6.19/김현석) : "언어폭력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녹취>MBC(2005.6.20/백승우) : "실제로 김 일병은 입대 전 학교를 그만둘 정도로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SBS(2005 6.21/이병희) : "컴퓨터 매니어로 알려진 김 일병이 군 생활의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벌였을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소위 신세대로 불리는 장병들이 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녹취>조선(6.19/인터넷) : "독자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구타는 물론 폭언도 못 견뎌하는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관리가 ‘고참과 부하’ ‘명령과 복종’이라는 구식 시스템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사태 때도 군은 사고 원인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기본적인 내용이 수시로 변했고 언론도 이를 계속 받아쓰며 혼선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언론 보도가 군의 발표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은 군에 대한 취재가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임태훈(군 인권센터 소장) : "군의 기밀주의 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죠. 그러다보니 군이 주는 정보만을 보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인용해서 보도할 수 있는 오류도 있을 수 있고요."

<질문> 취재가 제한되다보니 언론은 이번 해병대 사건 때도 그래픽으로 현장을 재현했는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죠?

<답변>

방송뉴스에서 특히 많은데요, 이번에도 언론들은 첨단 그래픽 장비와 음향효과를 동원해 사건 현장을 재현했습니다.

방송사들은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춰 사건 상황을 재구성하는 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생활관 내부 묘사는 기본, 김 상병이 총을 어떻게 꺼내고 동료들에게 어떻게 발사했는지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녹취>KBS(7.5/김기현) : "제2생활관으로 이동해 잠들어 있던 고 권승혁 일병에게 3발, 고 박치현 상병에게 한 발씩 발사합니다."

<녹취>MBC(7.5/노재필) : "총소리를 듣고 부소초장인 이승훈 하사가 사무실에서 뛰쳐나오자, 김상병은 복도에서 이 하사에게 총격을 가했습니다."

아예 총과 수류탄 터지는 소리까지 그래픽 화면에 입혀 뉴스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SBS(7.4/이한석) : "동료병사들을 향해 실탄이 장전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총기난사 후 김상병은 내무반을 뛰쳐나와 근처 격실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신문들도 비슷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생활관 내부를 자세히 그린 뒤 김 상병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그 과정을 시간과 이동경로를 표시하며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경우, 시청자와 독자에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그래픽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은 이 같은 그래픽 사용이 시청자나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며, 결국 언론의 선정주의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송종길(경기대 교수) :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기준이 있어야죠. 생활관에 있는 동료 사병을 총을 쏴서 사살했다 이러면 되는 거지 그걸 굳이 그래픽을 통해 재연장면을 보여줘야 되느냐, 사실 외국의 언론은 재연을 하지 않습니다."

<질문> 눈길을 끌기 위한 언론의 선정주의다 이런 비판인데요, 그런데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하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군의 책임은 없습니까?

<답변>

네, 국방부 출입기자들마저도 군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접근하려면 군사기밀을 이유로 또 보안이라며 이를 차단하기 때문인데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발생 보름 뒤, 현장검증이 열렸습니다.

희생장병 유가족과 수사 관계자 등 50여 명만 참관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군은 언론사들에게 군이 쳐 놓은 통제선 밖에서의 취재는 부분적으로 허용해 놓고선, 막상 취재가 시작되니까 이를 막았습니다.

취재하려는 언론과 이를 막으려는 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녹취> "군 시설이라 찍으면 고발됩니다. (뭐가 위반인데요?) 빨리 끄세요! 꺼요!"

군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사를 썼다며 군이 언론에 폭언을 퍼붓기도 합니다.

<녹취>SBS(이한석) : "최근 사고가 잇따른 해병대가 사령관의 사의표명 문제를 놓고 오늘 하루 오락가락했습니다. (멘트) 오늘 오전 유 사령관의 발언은 사실상의 사퇴의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전설명은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해병대 관계자는 해당 방송사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곧장 기사화됐습니다.

<녹취>동아(7.16/12) : "총기사건, 성추행, 구타 등 잇따른 사건사고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른 해병대에서 이번에는 기자에게 폭언을 퍼붓는 일이 일어났다."

<녹취>한겨레(7.16) : "김 대령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막하냐"고 항의를 하다 욕설까지 퍼부은 것이다."

해당 방송사는 물론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국방부에 해병대 사령관의 공식 사과와 적절한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종 첨단 무기와 우리 군의 훈련모습 등은 언론사를 초청해 다양한 취재 장면을 제공하는 등 언론에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이런 모습은 올 초 삼호주얼리호를 해적으로부터 구출한 청해부대의 작전 당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작전 개시부터 완료까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제공한 것은 물론, 작전에 투입된 첨단 장비의 상세한 제원까지 설명했습니다.

군의 사기 진작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겠다는 군의 의도대로 언론은 경쟁적으로 홍보를 해준 셈입니다.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군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녹취>국방부 출입기자 : "홍보 기사와 관련해선 자료를 열심히 주지만, 비판기사를 쓰려면 군사 보안이라는 이유로 취재요청 자체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군이 '군사기밀'이라고 분류하면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렵거든요."

전문가들은 이 '군사기밀'이란 것을 정할 수 있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최강욱(변호사) : "객관적인 표준이 없이 군사기밀이라는 걸 자의에 의해 굉장히 광범위하게 설정을 해놨단 말이에요.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도 이게 군사기밀에 걸면 걸리는 거란 말이죠."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군인복무규율 가운데 군인의 외부와의 접촉 특히 언론과의 접촉을 막는 조항도 부분적으로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녹취>군인복무규율 :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군과 관련해서 홍보 기사만이 나오고 내부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김종대(군사평론가) : "양심적인 내부고발이라던가 또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군 내부의 사항이라 할지라도 외부에 알려야 될 사항들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에 이제 알리게 되면 징계를 당하는 거죠.이럼으로써 군인의 기본권 자체가 침해되 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고.."

<질문> 군의 일방적인 발표에만 의존하는 현 취재 관행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해야 할까요?

<답변>

군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모두 개방하라고 요구할 순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취재를 원천봉쇄하려는 군의 태도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 오락가락하는 군의 발표에 한계를 느낀 언론은, 군의 폐쇄성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처럼 징병제 군대지만 병영문화가 선진화된 해외 사례를 보도하며 군도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보도합니다.

<녹취>KBS(7.14/홍성철/이슈앤뉴스) : "이스라엘은 우리와 같이 군이 의무복무젭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군인들은 시내에서 장전된 총을 메고 햄버거를 주문합니다."

민간에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는 영역을 허용함으로써 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보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녹취>한겨레(7.9/27) : "군 당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제 3의 기관도 진상조사에 충분히 참여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군사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옴부즈맨이 독립적 권한을 갖고 병영생활을 폭넓게 살피면 군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은 일회성 기사에 그쳤을 뿐, 언론들은 군의 수사발표를 통해 드러난 해병대의 기수열외와 가혹행위 등을 더 집중해서 보도했습니다.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보니 언론이 깊이있는 기사를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의 개방을 요구하되, 어느 정보까지의 개방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송종길(경기대 교수) : "군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사실 공개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렇다면은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으며 어떤 사안에 있어서 언론이 취재를 하는 경우는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취재할 수 있는 공간을 서로가 일정정도 확보를 해 주는, 그 공간들을 만들어주기 위한 서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도 군의 일방적 발표를 받아쓰기하기보다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군을 취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군에는 정확한 자료를 달라고 떼를 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차원에서 국회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국회에는 현안보고를 요청할 수 있고, 자료제출요구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최 우선적이겠죠."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에, 군의 안전문제는 군인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그 가족들에게도 가장 큰 관심삽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군이 이제는 군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만큼은 언론에 취재를 개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 軍, 사고 나면 취재 성역
    • 입력 2011-07-23 08:14:13
    • 수정2011-07-23 15:52:13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군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은 군이 발표한 내용을 전합니다.

이번 강화도의 해병대 사고도 현장에 대한 취재가 불가능하다보니 군 발표 따라 언론보도도 달라졌습니다.

군의 이러한 태도는 홍보를 해야 할 경우 180도 달라지는데요, 군사기밀과 관련이 없는 취재의 경우 군도 이제 좀 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정지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해병대 사고부터 좀 정리해보죠. 동료 부대원 4명이 숨졌는데, 사고 원인과 관련해 언론은 어떤 점을 지적했습니까?

<답변>

언론들은 사건 초기 해병대의 특이한 조직문화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김 상병의 새로운 진술이 나오자 언론들의 태도도 바뀌었습니다.

총기 난사 사건 당일, 방송 3사는 관련 소식을 주요뉴스로 전했습니다.

<녹취>KBS(7.4/최영윤) : "오늘 낮 인천 강화도의 한 해병부대에서 병사 한 명이 총기를 난사해..."

<녹취>MBC(7.4/전재호) : "장병 4명이 숨졌습니다. 김 상병은 총을 쏜 뒤 수류탄을 터뜨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녹취>SBS(7.4/이한석) : "총을 쏜 사병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중상을 입고 체포됐습니다."

사건 직후 언론들은 김 상병이 '기수열외'라는 해병대 특유의 이른바 '왕따 관행'을 언급하자, '기수열외'가 이번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일제히 보도합니다.

<녹취>동아(7.6/14) : "김 상병 "기수열외 참을 수 없었다" 자필 진술

<녹취>중앙(7.6/1면) : "해병대 참사 뒤에 '기수열외'있었다."

<녹취>한겨레(7.6/1면) : "군 "가해자 김상병, 5월부터 후임병한테 폭행당해" 해병대 '기수열외'가 비극 불렀다."

해병대의 특수한 조직 문화를 지적하면서도 언론들은 김 상병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관심사병이었다며, 개인에게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녹취>중앙(7.6 6) : "부대원들은 김 상병에 대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이며 게으르다. 오전 취침 때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증언했다."

<녹취>동아(7.6 14) : "김상병은 지난해 7월 해병대에 입대한 뒤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불안과 성격장애 등의 문제가 발견됐으며..."

하지만 김 상병이 기수열외는 당하지 않았고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군 발표가 나오자, 언론은 또 이를 그대로 받아씁니다.

<녹취>중앙(7.8 10면) : "두 병사의 이 진술은 해병대에서 도를 넘는 가혹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일러주고 있다."

<녹취>조선(7.8 12) : "국방부 감사관실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해병대 구타감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 3월 25일까지 해병대 1사단과 2사단에서 고막천공 등 구타로 의심될 만한 질병으로 치료받은 환자가 무려 943명에 달했다."

사건 원인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군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의 최전방 소초,GP 내무반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당시도, 군 당국의 발표에 따라 언론의 보도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군 내부의 언어폭력에 이어 김 일병의 성격문제를 지적하더니 그 이후엔 컴퓨터에 익숙한 신세대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녹취>KBS(2005.6.19/김현석) : "언어폭력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녹취>MBC(2005.6.20/백승우) : "실제로 김 일병은 입대 전 학교를 그만둘 정도로 적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SBS(2005 6.21/이병희) : "컴퓨터 매니어로 알려진 김 일병이 군 생활의 어려움을 참지 못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벌였을 가능성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소위 신세대로 불리는 장병들이 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녹취>조선(6.19/인터넷) : "독자로 성장한 경우가 많아 구타는 물론 폭언도 못 견뎌하는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관리가 ‘고참과 부하’ ‘명령과 복종’이라는 구식 시스템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사태 때도 군은 사고 원인에 대한 발표를 하면서 기본적인 내용이 수시로 변했고 언론도 이를 계속 받아쓰며 혼선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언론 보도가 군의 발표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것은 군에 대한 취재가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임태훈(군 인권센터 소장) : "군의 기밀주의 때문에 정보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죠. 그러다보니 군이 주는 정보만을 보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인용해서 보도할 수 있는 오류도 있을 수 있고요."

<질문> 취재가 제한되다보니 언론은 이번 해병대 사건 때도 그래픽으로 현장을 재현했는데,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죠?

<답변>

방송뉴스에서 특히 많은데요, 이번에도 언론들은 첨단 그래픽 장비와 음향효과를 동원해 사건 현장을 재현했습니다.

방송사들은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가 나올 때마다, 그에 맞춰 사건 상황을 재구성하는 그래픽을 만들었습니다.

생활관 내부 묘사는 기본, 김 상병이 총을 어떻게 꺼내고 동료들에게 어떻게 발사했는지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녹취>KBS(7.5/김기현) : "제2생활관으로 이동해 잠들어 있던 고 권승혁 일병에게 3발, 고 박치현 상병에게 한 발씩 발사합니다."

<녹취>MBC(7.5/노재필) : "총소리를 듣고 부소초장인 이승훈 하사가 사무실에서 뛰쳐나오자, 김상병은 복도에서 이 하사에게 총격을 가했습니다."

아예 총과 수류탄 터지는 소리까지 그래픽 화면에 입혀 뉴스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녹취>SBS(7.4/이한석) : "동료병사들을 향해 실탄이 장전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총기난사 후 김상병은 내무반을 뛰쳐나와 근처 격실에서 수류탄을 터뜨려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신문들도 비슷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생활관 내부를 자세히 그린 뒤 김 상병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그 과정을 시간과 이동경로를 표시하며 상세히 묘사했습니다.

언론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경우, 시청자와 독자에게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그래픽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은 이 같은 그래픽 사용이 시청자나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며, 결국 언론의 선정주의라고 비판합니다.

<인터뷰>송종길(경기대 교수) :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 기준이 있어야죠. 생활관에 있는 동료 사병을 총을 쏴서 사살했다 이러면 되는 거지 그걸 굳이 그래픽을 통해 재연장면을 보여줘야 되느냐, 사실 외국의 언론은 재연을 하지 않습니다."

<질문> 눈길을 끌기 위한 언론의 선정주의다 이런 비판인데요, 그런데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좀 억울하다 그런 느낌이 듭니다. 군의 책임은 없습니까?

<답변>

네, 국방부 출입기자들마저도 군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접근하려면 군사기밀을 이유로 또 보안이라며 이를 차단하기 때문인데요.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발생 보름 뒤, 현장검증이 열렸습니다.

희생장병 유가족과 수사 관계자 등 50여 명만 참관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군은 언론사들에게 군이 쳐 놓은 통제선 밖에서의 취재는 부분적으로 허용해 놓고선, 막상 취재가 시작되니까 이를 막았습니다.

취재하려는 언론과 이를 막으려는 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녹취> "군 시설이라 찍으면 고발됩니다. (뭐가 위반인데요?) 빨리 끄세요! 꺼요!"

군에 호의적이지 않은 기사를 썼다며 군이 언론에 폭언을 퍼붓기도 합니다.

<녹취>SBS(이한석) : "최근 사고가 잇따른 해병대가 사령관의 사의표명 문제를 놓고 오늘 하루 오락가락했습니다. (멘트) 오늘 오전 유 사령관의 발언은 사실상의 사퇴의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전설명은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해병대 관계자는 해당 방송사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곧장 기사화됐습니다.

<녹취>동아(7.16/12) : "총기사건, 성추행, 구타 등 잇따른 사건사고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른 해병대에서 이번에는 기자에게 폭언을 퍼붓는 일이 일어났다."

<녹취>한겨레(7.16) : "김 대령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막하냐"고 항의를 하다 욕설까지 퍼부은 것이다."

해당 방송사는 물론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국방부에 해병대 사령관의 공식 사과와 적절한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각종 첨단 무기와 우리 군의 훈련모습 등은 언론사를 초청해 다양한 취재 장면을 제공하는 등 언론에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이런 모습은 올 초 삼호주얼리호를 해적으로부터 구출한 청해부대의 작전 당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작전 개시부터 완료까지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론에 제공한 것은 물론, 작전에 투입된 첨단 장비의 상세한 제원까지 설명했습니다.

군의 사기 진작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겠다는 군의 의도대로 언론은 경쟁적으로 홍보를 해준 셈입니다.

국방부 출입기자들도 군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녹취>국방부 출입기자 : "홍보 기사와 관련해선 자료를 열심히 주지만, 비판기사를 쓰려면 군사 보안이라는 이유로 취재요청 자체를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단, 군이 '군사기밀'이라고 분류하면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렵거든요."

전문가들은 이 '군사기밀'이란 것을 정할 수 있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최강욱(변호사) : "객관적인 표준이 없이 군사기밀이라는 걸 자의에 의해 굉장히 광범위하게 설정을 해놨단 말이에요.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도 이게 군사기밀에 걸면 걸리는 거란 말이죠."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군인복무규율 가운데 군인의 외부와의 접촉 특히 언론과의 접촉을 막는 조항도 부분적으로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녹취>군인복무규율 :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군과 관련해서 홍보 기사만이 나오고 내부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김종대(군사평론가) : "양심적인 내부고발이라던가 또 공익을 위해서 반드시 군 내부의 사항이라 할지라도 외부에 알려야 될 사항들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에 이제 알리게 되면 징계를 당하는 거죠.이럼으로써 군인의 기본권 자체가 침해되 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고.."

<질문> 군의 일방적인 발표에만 의존하는 현 취재 관행에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해야 할까요?

<답변>

군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모두 개방하라고 요구할 순 없습니다.

다만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취재를 원천봉쇄하려는 군의 태도는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 오락가락하는 군의 발표에 한계를 느낀 언론은, 군의 폐쇄성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처럼 징병제 군대지만 병영문화가 선진화된 해외 사례를 보도하며 군도 개방될 필요가 있다고 보도합니다.

<녹취>KBS(7.14/홍성철/이슈앤뉴스) : "이스라엘은 우리와 같이 군이 의무복무젭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군인들은 시내에서 장전된 총을 메고 햄버거를 주문합니다."

민간에 어느 정도 감시할 수 있는 영역을 허용함으로써 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보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녹취>한겨레(7.9/27) : "군 당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제 3의 기관도 진상조사에 충분히 참여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군사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옴부즈맨이 독립적 권한을 갖고 병영생활을 폭넓게 살피면 군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들은 일회성 기사에 그쳤을 뿐, 언론들은 군의 수사발표를 통해 드러난 해병대의 기수열외와 가혹행위 등을 더 집중해서 보도했습니다.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보니 언론이 깊이있는 기사를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군의 개방을 요구하되, 어느 정보까지의 개방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송종길(경기대 교수) : "군사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사실 공개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렇다면은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으며 어떤 사안에 있어서 언론이 취재를 하는 경우는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취재할 수 있는 공간을 서로가 일정정도 확보를 해 주는, 그 공간들을 만들어주기 위한 서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도 군의 일방적 발표를 받아쓰기하기보다는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군을 취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 "군에는 정확한 자료를 달라고 떼를 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차원에서 국회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국회에는 현안보고를 요청할 수 있고, 자료제출요구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최 우선적이겠죠."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에, 군의 안전문제는 군인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그 가족들에게도 가장 큰 관심삽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군이 이제는 군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만큼은 언론에 취재를 개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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