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서 만난 남북 외교장관 “반갑습니다”

입력 2011.07.23 (15:54) 수정 2011.07.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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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남북 외교수장이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22일 열린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같은 공식 회동은 아니지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자연스러운 접촉이 이뤄진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발리 국제회의장(BICC)에서 마주친 것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전 9시10분께.

회의시작 전 대기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전날 있었던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기장소에서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줄지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각국 외교장관들 사이에서 김 장관과 박 외무상은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걸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입국 당일부터 침묵과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박 외무상도 이날만큼은 미소 띤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회의장에도 나란히 입장했다. 이날 오전과 오후 회의장에 계속 함께 머무른 만큼 회의 중간 중간에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회담은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박 외무상에게 전달했다"면서 "박 외무상도 상당한 공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박 외무상과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과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공개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ARF를 계기로 한 남북 외교장관의 접촉 여부는 그동안 외교가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김 장관이 지난 6월30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 외교장관 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에 대해 북측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이날 접촉이 이뤄지면서 그 침묵이 긍정의 의미였음을 보여준 셈이다.

남북 외교장관이 접촉한 것은 2008년 7월 싱가포르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3년 만이다.

전날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간 비핵화 회담에 이어 이뤄진 남북 외교수장의 만남은 남북 관계의 긴장도를 누그러뜨리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리용호 부상은 이날 ARF 외교장관 회의가 시작된 뒤 오전 9시50분께 발리 국제회의장에 도착해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및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교부 아ㆍ태 담당 차관과 연이어 고위급 회동을 했다.

북한이 회동 장소로 선택한 오키드룸은 이날 오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부갱빌룸의 바로 옆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 부상과 최 부국장은 커피 타임 도중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답변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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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리서 만난 남북 외교장관 “반갑습니다”
    • 입력 2011-07-23 15:54:17
    • 수정2011-07-23 20:12:37
    연합뉴스
"반갑습니다." 남북 외교수장이 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22일 열린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과 같은 공식 회동은 아니지만,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장에서 자연스러운 접촉이 이뤄진 것이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발리 국제회의장(BICC)에서 마주친 것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전 9시10분께. 회의시작 전 대기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전날 있었던 남북 비핵화 회담에 대해 간단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대기장소에서 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줄지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각국 외교장관들 사이에서 김 장관과 박 외무상은 나란히 보폭을 맞춰 걸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입국 당일부터 침묵과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박 외무상도 이날만큼은 미소 띤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회의장에도 나란히 입장했다. 이날 오전과 오후 회의장에 계속 함께 머무른 만큼 회의 중간 중간에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회담은 남북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박 외무상에게 전달했다"면서 "박 외무상도 상당한 공감을 표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박 외무상과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북한과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공개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ARF를 계기로 한 남북 외교장관의 접촉 여부는 그동안 외교가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김 장관이 지난 6월30일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북 외교장관 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이에 대해 북측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침묵을 지켰지만, 이날 접촉이 이뤄지면서 그 침묵이 긍정의 의미였음을 보여준 셈이다. 남북 외교장관이 접촉한 것은 2008년 7월 싱가포르 ARF 외교장관회의 이후 3년 만이다. 전날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간 비핵화 회담에 이어 이뤄진 남북 외교수장의 만남은 남북 관계의 긴장도를 누그러뜨리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리용호 부상은 이날 ARF 외교장관 회의가 시작된 뒤 오전 9시50분께 발리 국제회의장에 도착해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및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교부 아ㆍ태 담당 차관과 연이어 고위급 회동을 했다. 북한이 회동 장소로 선택한 오키드룸은 이날 오후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부갱빌룸의 바로 옆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 부상과 최 부국장은 커피 타임 도중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답변하는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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