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국 ‘부채위기’의 교훈

입력 2011.08.02 (07:05) 수정 2011.08.0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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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미국의 나라 빚 한도를 늘리기 위한 협상,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급등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증시 역시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큽니다.

먼저 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100%에 가까운 빚을 지게 된 원인부터 살펴볼까요. 당연하지만 거둬들인 세금보다 너무 많이 지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적자가 나면 씀씀이를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합니다. 하지만 지출 축소나 증세 노력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금을 깎아줬습니다. 물론 이유야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좋지 않으니 지출 축소나 증세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빚을 얻어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깁니다.

미국의 적자 구조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군사적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군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국제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를 공급하는 나랍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부족하지 않으려면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경상수지에서 적자를 내다보면,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구조가 고착된 데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을 보십시오.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의 국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달러를 다시 빌려주는 셈이죠.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받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미국이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 ‘부채위기’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도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쓰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다른 나라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우리도 최근 몇 년 새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부채상한 증액협상에서 드러난 미국 정치권의 협상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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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미국 ‘부채위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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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1-08-02 07: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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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모 해설위원] 미국의 나라 빚 한도를 늘리기 위한 협상,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 금융시장도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극적인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가 급등한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증시 역시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의 중요성만큼이나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큽니다. 먼저 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100%에 가까운 빚을 지게 된 원인부터 살펴볼까요. 당연하지만 거둬들인 세금보다 너무 많이 지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적자가 나면 씀씀이를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거둬야 합니다. 하지만 지출 축소나 증세 노력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세금을 깎아줬습니다. 물론 이유야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좋지 않으니 지출 축소나 증세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빚을 얻어 적자를 메우는 구조가 고착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깁니다. 미국의 적자 구조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군사적으로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군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국제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를 공급하는 나랍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부족하지 않으려면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렇게 경상수지에서 적자를 내다보면, 재정수지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구조가 고착된 데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을 보십시오. 미국과의 교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의 국채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달러를 다시 빌려주는 셈이죠.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받쳐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미국이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는 겁니다. 결국 미국 ‘부채위기’는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축통화국이라도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쓰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다른 나라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우리도 최근 몇 년 새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부채상한 증액협상에서 드러난 미국 정치권의 협상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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