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흔들리는 세계 경제…전망은?

입력 2011.08.14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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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달 들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아간 듯한 공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세계 제1의 경제 대국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었는데요.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또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 앞으로도 이어질지 국제부 국현호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국 기자. 우선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과도한 부채 때문인데, 도대체 빛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답변>

미국의 나랏빚은 우리 돈으로 1경 5천조 원을 넘습니다.

숫자가 워낙 커서 감이 잘 안 잡힐 텐데요.

미국민 한 사람이 1억 8천만 원 정도 빚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만 아니라면 신용등급이 진작, 몇 단계씩 떨어졌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질문> 그럼, 미국의 빚 왜 이렇게 많아진 건가요?

<답변>

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의 두 차례 전쟁,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건으로 생긴 부채가 미국 총 부채의 40%에 육박합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지난 1일이죠.

미국 정부가 앞으로 부채 상한을 2조 천억 달러 늘리는 대신 그만큼의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 S&P는 재정 적자 감축 규모가 미흡하고, 특히 증세 방안이 빠져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미국 채권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신용등급 강등 뒤 미국 국채와 달러 모두 오히려 인기가 높아져서 가격이 올라가는 '역설'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공포감 때문인데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그렇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맨 판에,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경제 위기가 더욱 가속될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안전 자산으로 평가됐던 금이나 달러,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죠.

또 미국 국채와 달러, 누가 들고 있습니까?

대부분 세계 각국의 정부입니다.

이 나라들도 이게 흔들리면 다 망한다 싶어 쉽게 못 파는 것이고요.

결국, 금융시장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 국채와 달러를 신용등급 강등 이전과 똑같이 대접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질문> 그럼,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달러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예측, 빗나간 것인가요?

<답변>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반짝할지 몰라도 중장기로는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값의 하락이 불가피할 겁니다.

많은 나라들이 알게 모르게 달러를 팔아 금도 사고 유로화, 위안화도 사고 있거든요.

달러가 아예 '기축 통화' 자리에서 내려오려면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그 시기를 앞당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이 신용등급을 회복하려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합니다.

정부 예산 대폭 삭감해야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돈이 많이 드는 국방과 우주 개발 등 분야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외적으로도 초강대국의 위상에 타격을 입을 겁니다.

미국이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런 장기적 충격에 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맥브라이드(증권 전문 변호사): "신용등급 강등은 장기적인 재앙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수천 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겁니다."

<질문> '더블 딥', 이중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졌어요. 미국 실물 경제,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영향이 크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돈을 빌릴 때, 그러니까 국채를 발행할 때 이자를 더 내야 합니다.

이러면서 미국 정부가 소비와 투자 등 경기 부양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것인데요.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도 이를 반영한 것이죠.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징성이 경제 주체인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더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기업은 직원 10명 뽑으려다가 5명만 뽑고 관망할 것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더 닫을 것이란 거죠.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허바드(전 백악관 경제 고문): "모기지 금리 등이 높아질 겁니다만, 주택시장에 더 큰 악재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이젠 미국 정부가 풀 돈도 없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놓을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더 높일 거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질문> 여기에 유럽발 경제 위기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잖습니까?

<답변>

네. 원인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국가부도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면서 프랑스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프랑스가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이유인데요.

미국에 이어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습니다.

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모레 유로존 채무 위기를 논의하는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습니다.

<질문>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대륙의 문제. 쉽지 않은 문제인데, 해결책 없습니까?

<답변>

두 문제 모두 말 그대로 '구조적'이고 '총체적'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산업은 비대하게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졌고요.

또 기업들은 현금이 넘쳐나는데, 국민은 빈곤층이 넘쳐나는, 양극화도 심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부채 협상 과정을 삐걱거리게 해서 신용등급 강등의 빌미를 만들어낸 '정치의 위기'부터 풀어야 하구요,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 만들어내는 제조업체들 많이 키우고, 나라나 개인이나 빚 중독에서 벗어나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체질 개선을 해야만 미국이나 유럽 모두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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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8-14 07: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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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달 들어 전 세계 금융시장에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돌아간 듯한 공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세계 제1의 경제 대국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었는데요.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또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 앞으로도 이어질지 국제부 국현호 기자와 짚어봅니다. <질문> 국 기자. 우선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과도한 부채 때문인데, 도대체 빛이 얼마나 되는 건가요? <답변> 미국의 나랏빚은 우리 돈으로 1경 5천조 원을 넘습니다. 숫자가 워낙 커서 감이 잘 안 잡힐 텐데요. 미국민 한 사람이 1억 8천만 원 정도 빚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만 아니라면 신용등급이 진작, 몇 단계씩 떨어졌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겁니다. <질문> 그럼, 미국의 빚 왜 이렇게 많아진 건가요? <답변> 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의 두 차례 전쟁,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건으로 생긴 부채가 미국 총 부채의 40%에 육박합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지난 1일이죠. 미국 정부가 앞으로 부채 상한을 2조 천억 달러 늘리는 대신 그만큼의 정부 지출을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 S&P는 재정 적자 감축 규모가 미흡하고, 특히 증세 방안이 빠져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미국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미국 채권과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한 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신용등급 강등 뒤 미국 국채와 달러 모두 오히려 인기가 높아져서 가격이 올라가는 '역설'이 생겼습니다. 이유는 아무래도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공포감 때문인데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그렇지 않아도 허리띠를 졸라맨 판에,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경제 위기가 더욱 가속될 것이란 판단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에 안전 자산으로 평가됐던 금이나 달러,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죠. 또 미국 국채와 달러, 누가 들고 있습니까? 대부분 세계 각국의 정부입니다. 이 나라들도 이게 흔들리면 다 망한다 싶어 쉽게 못 파는 것이고요. 결국, 금융시장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국 국채와 달러를 신용등급 강등 이전과 똑같이 대접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질문> 그럼,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달러의 위상이 떨어진다는 예측, 빗나간 것인가요? <답변>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반짝할지 몰라도 중장기로는 달러 약세와 미 국채 값의 하락이 불가피할 겁니다. 많은 나라들이 알게 모르게 달러를 팔아 금도 사고 유로화, 위안화도 사고 있거든요. 달러가 아예 '기축 통화' 자리에서 내려오려면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그 시기를 앞당길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미국이 신용등급을 회복하려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합니다. 정부 예산 대폭 삭감해야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돈이 많이 드는 국방과 우주 개발 등 분야입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 외적으로도 초강대국의 위상에 타격을 입을 겁니다. 미국이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런 장기적 충격에 있습니다.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맥브라이드(증권 전문 변호사): "신용등급 강등은 장기적인 재앙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수천 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겁니다." <질문> '더블 딥', 이중 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떨어졌어요. 미국 실물 경제, 더 나아가 세계 경제에 영향이 크겠죠? <답변> 그렇습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돈을 빌릴 때, 그러니까 국채를 발행할 때 이자를 더 내야 합니다. 이러면서 미국 정부가 소비와 투자 등 경기 부양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것인데요.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도 이를 반영한 것이죠.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징성이 경제 주체인 소비자와 기업의 경제 활동을 더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기업은 직원 10명 뽑으려다가 5명만 뽑고 관망할 것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더 닫을 것이란 거죠. 전문가의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허바드(전 백악관 경제 고문): "모기지 금리 등이 높아질 겁니다만, 주택시장에 더 큰 악재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이젠 미국 정부가 풀 돈도 없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놓을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심리 위축의 악순환이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더 높일 거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질문> 여기에 유럽발 경제 위기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잖습니까? <답변> 네. 원인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국가부도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러면서 프랑스가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국채를 프랑스가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이유인데요. 미국에 이어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란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기도 했습니다. 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모레 유로존 채무 위기를 논의하는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습니다. <질문>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대륙의 문제. 쉽지 않은 문제인데, 해결책 없습니까? <답변> 두 문제 모두 말 그대로 '구조적'이고 '총체적'이어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산업은 비대하게 커지면서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졌고요. 또 기업들은 현금이 넘쳐나는데, 국민은 빈곤층이 넘쳐나는, 양극화도 심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부채 협상 과정을 삐걱거리게 해서 신용등급 강등의 빌미를 만들어낸 '정치의 위기'부터 풀어야 하구요,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 만들어내는 제조업체들 많이 키우고, 나라나 개인이나 빚 중독에서 벗어나 분수에 맞게 살아가는 체질 개선을 해야만 미국이나 유럽 모두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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