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벤처기업의 씁쓸한 몰락

입력 2011.08.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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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57)씨의 아들은 10년 전만 해도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청년사업가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2001년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 인증서를 받아 고교생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날린 뒤 승승장구했다.

향기나는 속옷과 향을 이용한 다이어트 용품 등 아이디어 상품을 잇따라 개발해 '신지식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회사의 영업실적이 부진해지면서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향기나는 크레파스가 판매중단 조치를 받는 등 매출이 전혀 없었다. 급기야 2007년 말 공장운영이 중단되고 직원들도 떠나 사업자등록이 말소됐다.

아들 회사는 문을 닫다시피 했는데도 아버지 신씨는 "곧 코스닥에 상장되면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며 투자금을 계속 모았다.

신씨는 코스닥 상장은 커녕 영업실적이 사실상 없는데도 "코스닥 상장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는데 주권 발행비용이 필요하다"고 중학교 동창을 속여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거짓말은 점점 늘어 "국회의원 두 명이 회사 지분 5억원 가량을 사실상 갖고 있는데 상장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지분을 인수하겠다"며 동창으로부터 8억1천여만원을 더 투자받았다.

또 "예전에 독일에서 유치한 3억달러를 배당하려고 하는데 환율 상승분에 대한 보험료가 필요하다"며 9천만원을 더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자신이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했고 이명박 대통령 정부인수위원회에 있다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일한다는 거짓말도 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신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한병의 부장판사)는 15일 "편취액이 11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민사소송 등으로 피해를 변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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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생 벤처기업의 씁쓸한 몰락
    • 입력 2011-08-14 17:53:54
    연합뉴스
신모(57)씨의 아들은 10년 전만 해도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청년사업가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2001년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 인증서를 받아 고교생 벤처기업가로 이름을 날린 뒤 승승장구했다. 향기나는 속옷과 향을 이용한 다이어트 용품 등 아이디어 상품을 잇따라 개발해 '신지식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회사의 영업실적이 부진해지면서 돈을 돌려달라는 투자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아이들이 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향기나는 크레파스가 판매중단 조치를 받는 등 매출이 전혀 없었다. 급기야 2007년 말 공장운영이 중단되고 직원들도 떠나 사업자등록이 말소됐다. 아들 회사는 문을 닫다시피 했는데도 아버지 신씨는 "곧 코스닥에 상장되면 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며 투자금을 계속 모았다. 신씨는 코스닥 상장은 커녕 영업실적이 사실상 없는데도 "코스닥 상장에 필요한 절차가 마무리됐는데 주권 발행비용이 필요하다"고 중학교 동창을 속여 2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거짓말은 점점 늘어 "국회의원 두 명이 회사 지분 5억원 가량을 사실상 갖고 있는데 상장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지분을 인수하겠다"며 동창으로부터 8억1천여만원을 더 투자받았다. 또 "예전에 독일에서 유치한 3억달러를 배당하려고 하는데 환율 상승분에 대한 보험료가 필요하다"며 9천만원을 더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자신이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했고 이명박 대통령 정부인수위원회에 있다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일한다는 거짓말도 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신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한병의 부장판사)는 15일 "편취액이 11억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민사소송 등으로 피해를 변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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