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어울림 추구한 ‘푸른소금’

입력 2011.08.2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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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계파를 아우르는 조직폭력배의 2인자 두헌(송강호). 조직 세계를 떠나기 위해 부산의 한 요리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자주 요리 파트너가 되는 세빈(신세경)의 은근한 접근이 싫지만은 않은 두헌은 즐거운 ’은거 생활’을 누리던 중 보스의 급사 소식을 듣는다.



충직한 부하 애꾸(천정명)가 내려와 보스의 유언을 전하지만 두헌은 두문불출할 뿐이다.



그러나 세빈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사실과 보스의 암살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두헌은 서울로 올라가 배신자 색출에 나선다.



’푸른 소금’은 송강호라는 시대의 배우와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신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신세경을 앞세운 영화다.



’시월애’(2000) 이후 11년 만에 장편 영화를 만든 이현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신(新)과 구(舊)의 어울림을 근간으로 하는 듯 보인다. 1990년대 원색과 현란한 조명을 사용하던 이현승 감독의 스타일에 일본 영화 ’고백’과 같은 디지털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인공적인 색채감이 스며 있다.



여기에 찬란하고 현란한 영화의 색은 아름다운 음악들과 뒤엉켜 있다. 쉴 만하면 음악은 스크린을 비집고 관객들의 귓가를 때린다. 좋은 화면에 분위기 있는 음악. 여기에 신구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결합은 영화를 일견 빛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좋은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음식의 맛이 나는 게 아닌 것처럼 멋진 ’때깔’이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각 요소 간의 ’조화’가 아쉽다. 적절한 템포와 강약 조절로 이 같은 장점들을 잘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줄거리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세빈에 대한 염려와 복수 등 중층적인 요인 때문에 강호에 재등장한 두헌은 ’차라리 나오지 말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상대방의 타겟만 된다.



복수는 뒷전이고, 세빈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두헌이 어떻게 그런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을지 의구심이 든다. 누아르적인 요소를 장치로 내세웠다고 해도 인과성이 모자라 보인다. 영화를 지배하는 화려한 톤과 색감이 두헌과 세빈의 모호한 사랑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미술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곳곳에 배치된 소품과 화려한 색감을 보면서 감독의 능력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 요리 강사로 나온 장영남의 꼿꼿함과 송강호의 어수룩함이라는 이질적인 조미료가 결합하면서 웃음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송강호는 뛰어난 개인기로 영화의 기운을 살린다. 다만,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세빈 역을 소화한 신세경은 영화라는 장르에 조금 더 안착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9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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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영화> 어울림 추구한 ‘푸른소금’
    • 입력 2011-08-24 07:43:16
    연합뉴스
7개의 계파를 아우르는 조직폭력배의 2인자 두헌(송강호). 조직 세계를 떠나기 위해 부산의 한 요리학원에 다닌다.

학원에서 자주 요리 파트너가 되는 세빈(신세경)의 은근한 접근이 싫지만은 않은 두헌은 즐거운 ’은거 생활’을 누리던 중 보스의 급사 소식을 듣는다.

충직한 부하 애꾸(천정명)가 내려와 보스의 유언을 전하지만 두헌은 두문불출할 뿐이다.

그러나 세빈의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사실과 보스의 암살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두헌은 서울로 올라가 배신자 색출에 나선다.

’푸른 소금’은 송강호라는 시대의 배우와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신세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신세경을 앞세운 영화다.

’시월애’(2000) 이후 11년 만에 장편 영화를 만든 이현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신(新)과 구(舊)의 어울림을 근간으로 하는 듯 보인다. 1990년대 원색과 현란한 조명을 사용하던 이현승 감독의 스타일에 일본 영화 ’고백’과 같은 디지털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인공적인 색채감이 스며 있다.

여기에 찬란하고 현란한 영화의 색은 아름다운 음악들과 뒤엉켜 있다. 쉴 만하면 음악은 스크린을 비집고 관객들의 귓가를 때린다. 좋은 화면에 분위기 있는 음악. 여기에 신구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결합은 영화를 일견 빛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좋은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음식의 맛이 나는 게 아닌 것처럼 멋진 ’때깔’이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각 요소 간의 ’조화’가 아쉽다. 적절한 템포와 강약 조절로 이 같은 장점들을 잘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줄거리도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세빈에 대한 염려와 복수 등 중층적인 요인 때문에 강호에 재등장한 두헌은 ’차라리 나오지 말지’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우유부단한 행동으로 상대방의 타겟만 된다.

복수는 뒷전이고, 세빈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두헌이 어떻게 그런 높은 지위까지 올라갔을지 의구심이 든다. 누아르적인 요소를 장치로 내세웠다고 해도 인과성이 모자라 보인다. 영화를 지배하는 화려한 톤과 색감이 두헌과 세빈의 모호한 사랑과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미술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곳곳에 배치된 소품과 화려한 색감을 보면서 감독의 능력을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 요리 강사로 나온 장영남의 꼿꼿함과 송강호의 어수룩함이라는 이질적인 조미료가 결합하면서 웃음이라는 화학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송강호는 뛰어난 개인기로 영화의 기운을 살린다. 다만,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세빈 역을 소화한 신세경은 영화라는 장르에 조금 더 안착할 시간이 필요한 듯 보인다. 상영시간은 120분이다. 9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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