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고기까지 먹는다

입력 2001.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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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여의도 공원에 살아 있는 엽기토끼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토끼는 워낙에 초식동물인데 이 여의도 공원의 토끼들은 사람이 먹는 닭고기를 빼앗아 먹는 등 그야말로 엽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출동삼총사의 문소산 프로듀서가 이 토끼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기자: 빌딩숲 한가운데 자리잡은 여의도 공원.
도심 속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공원에서 토끼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홍길: 흰색 토끼 하나, 이만한 거...
⊙기자: 커요?
⊙박홍길: 예, 이만큼 해요.
⊙기자: 강아지만 하다고요?
⊙박홍길: 예, 강아지들 오면 같이 놀고 그러던데요.
⊙인터뷰: 가끔 나오거든요.
⊙기자: 어느 쪽이요?
⊙인터뷰: 저쪽이요.
⊙기자: 토끼가 자주 나타난다는 곳은 남쪽 끝에 위치한 생태공원.
풀밭 곳곳에 흩어져 있는 토끼 배설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넓이가 6만 9000평에 이르는 여의도 공원에서 약 1만 평 정도가 자연생태의 숲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수풀이 깊게 우거져 토끼가 살기에는 최적의 자연 조건입니다.
⊙박소영(6살): 동물원에서만 보는데 밖에서 보니까 신기해요.
⊙인터뷰: 좋죠, 신기하죠.
⊙인터뷰: 신기하지 뭐, 여기에 토끼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해?
⊙기자: 어디서?
⊙인터뷰: 저기요?
⊙기자: 무슨 색깔 토끼야?
⊙인터뷰: 갈색 토끼요.
⊙기자: 갈색 토끼야, 얼만해?
⊙인터뷰: 커요.
⊙기자: 아이들이 가리킨 숲속에서 열심히 먹고 있는 갈색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토끼가 먹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닭고기였습니다.
초식동물인 토끼가 풀 대신 고기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멈추더니 토끼는 마치 입가심이라도 하듯 주변의 풀을 뜯습니다.
그리곤 다시 닭고기에 덤벼들어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합니다.
토끼에게서 닭고기를 떼어내려 하자 고기를 입에 문 채 끌려옵니다.
토끼가 먹던 닭고기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고기뿐만 아니라 뼈까지 갉아먹었습니다.
자연생태숲 바로 옆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
이곳에서 15년째 일해 온 이 씨는 2년 전 누군가 토끼를 버리고 간 뒤 토끼가 번식을 해서 그 수가 점점 불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지난해 여의도 공원에 농약을 뿌리면서 한 동안 죽은 토끼가 여러 마리 발견됐습니다.
⊙이상천(자전거 대여소 운영): 약 먹고 20일 이상 마르더라고, 토끼가.
그러다가 죽더라고. 작년에 여러 마리 죽었어요.
⊙기자: 그 후로 토끼들이 도로에 인접한 이곳까지 내려와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곤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초식동물인 토끼.
그러나 여의도 공원의 토끼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고기까지 먹는 잡식성으로 변해 있습니다.
⊙윤화영(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굉장히 그건 의외적인 일이고요, 그렇게 일어났다는 것이 환경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게 내려집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그런 것들이 사실 양념이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냄새가 좋고, 거기에 길들여지게 되면 그런 것만 찾게 될 수 있어요.
그런 것만 먹게 되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 토끼들은 넓은 공원 중에서도 매점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토끼가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것까지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금자(매점 주인): 우리가 키울 때는 아무거나 안 먹었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빵조각 같은 것도 먹고...
사람을 많이 접촉해서 그런 것 같아요.
⊙윤화영(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거기 접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분명히 지침을 줘 가지고 토끼한테는 사람먹이를 절대로 줘서는 안 된다든지, 아니면 주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풀을 준비해 가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준비해서 준다든지 그런 식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동물원에서는 반드시 정해진 먹이만 주는 것이 규칙입니다.
생태에 맞지 않는 먹이가 동물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토끼에게 아무 먹이나 주어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생태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 도심 속의 공원에서 사람과 토끼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KBS뉴스 문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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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끼, 고기까지 먹는다
    • 입력 2001-09-04 20:00:00
    뉴스투데이
⊙앵커: 서울 여의도 공원에 살아 있는 엽기토끼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토끼는 워낙에 초식동물인데 이 여의도 공원의 토끼들은 사람이 먹는 닭고기를 빼앗아 먹는 등 그야말로 엽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출동삼총사의 문소산 프로듀서가 이 토끼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기자: 빌딩숲 한가운데 자리잡은 여의도 공원. 도심 속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공원에서 토끼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홍길: 흰색 토끼 하나, 이만한 거... ⊙기자: 커요? ⊙박홍길: 예, 이만큼 해요. ⊙기자: 강아지만 하다고요? ⊙박홍길: 예, 강아지들 오면 같이 놀고 그러던데요. ⊙인터뷰: 가끔 나오거든요. ⊙기자: 어느 쪽이요? ⊙인터뷰: 저쪽이요. ⊙기자: 토끼가 자주 나타난다는 곳은 남쪽 끝에 위치한 생태공원. 풀밭 곳곳에 흩어져 있는 토끼 배설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넓이가 6만 9000평에 이르는 여의도 공원에서 약 1만 평 정도가 자연생태의 숲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수풀이 깊게 우거져 토끼가 살기에는 최적의 자연 조건입니다. ⊙박소영(6살): 동물원에서만 보는데 밖에서 보니까 신기해요. ⊙인터뷰: 좋죠, 신기하죠. ⊙인터뷰: 신기하지 뭐, 여기에 토끼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해? ⊙기자: 어디서? ⊙인터뷰: 저기요? ⊙기자: 무슨 색깔 토끼야? ⊙인터뷰: 갈색 토끼요. ⊙기자: 갈색 토끼야, 얼만해? ⊙인터뷰: 커요. ⊙기자: 아이들이 가리킨 숲속에서 열심히 먹고 있는 갈색토끼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토끼가 먹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닭고기였습니다. 초식동물인 토끼가 풀 대신 고기를 먹고 있는 것입니다. 잠시 멈추더니 토끼는 마치 입가심이라도 하듯 주변의 풀을 뜯습니다. 그리곤 다시 닭고기에 덤벼들어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합니다. 토끼에게서 닭고기를 떼어내려 하자 고기를 입에 문 채 끌려옵니다. 토끼가 먹던 닭고기를 살펴보니 놀랍게도 고기뿐만 아니라 뼈까지 갉아먹었습니다. 자연생태숲 바로 옆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 이곳에서 15년째 일해 온 이 씨는 2년 전 누군가 토끼를 버리고 간 뒤 토끼가 번식을 해서 그 수가 점점 불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지난해 여의도 공원에 농약을 뿌리면서 한 동안 죽은 토끼가 여러 마리 발견됐습니다. ⊙이상천(자전거 대여소 운영): 약 먹고 20일 이상 마르더라고, 토끼가. 그러다가 죽더라고. 작년에 여러 마리 죽었어요. ⊙기자: 그 후로 토끼들이 도로에 인접한 이곳까지 내려와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곤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초식동물인 토끼. 그러나 여의도 공원의 토끼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고기까지 먹는 잡식성으로 변해 있습니다. ⊙윤화영(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굉장히 그건 의외적인 일이고요, 그렇게 일어났다는 것이 환경적인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게 내려집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는 그런 것들이 사실 양념이 잘 되어 있지 않습니까? 냄새가 좋고, 거기에 길들여지게 되면 그런 것만 찾게 될 수 있어요. 그런 것만 먹게 되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기자: 이른 아침, 토끼들은 넓은 공원 중에서도 매점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토끼가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것까지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금자(매점 주인): 우리가 키울 때는 아무거나 안 먹었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빵조각 같은 것도 먹고... 사람을 많이 접촉해서 그런 것 같아요. ⊙윤화영(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거기 접촉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분명히 지침을 줘 가지고 토끼한테는 사람먹이를 절대로 줘서는 안 된다든지, 아니면 주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풀을 준비해 가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준비해서 준다든지 그런 식으로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동물원에서는 반드시 정해진 먹이만 주는 것이 규칙입니다. 생태에 맞지 않는 먹이가 동물에게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토끼에게 아무 먹이나 주어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생태 균형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 도심 속의 공원에서 사람과 토끼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KBS뉴스 문소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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