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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성한 데가 없다‥곳곳 비상신호
입력 2011.08.28 (08:20) 수정 2011.08.28 (16:55) 연합뉴스
가계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물가상승률은 좀처럼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계빚은 9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소득이 늘었다고는 하나 소득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오히려 갈등의 소지가 커졌다.

당국이 물가, 집값, 가계부채 문제 등과 관련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고물가·빚에 눌린 가계

가계는 곳곳에서 극도의 위험신호가 울렸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빚은 전분기보다 19조원 가까이 늘면서 9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가계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이자 부담도 사상 최대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이 2분기 현재 8만6천256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고,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자비용의 비중은 2.32%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가계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높은 물가는 가계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올해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7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목표 상한선인 4.0%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을 정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6월부터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8월에도 이상폭우와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9월에는 추석물가까지 겹쳐 하반기 들어서도 큰 폭으로 둔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사실상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의미하는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의 2분기 잔액은 45조1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1천억원 급등했다.

◇규제 효과 `글쎄'‥옥죄면 `풍선효과'

당국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3천억원으로 2008년 이후 3년6개월간 평균치인 3조4천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2주간 2조2천억원이 늘어나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율 7%대에 맞추고 부채 상환을 독려하라며 규제의 끈을 더욱 조였지만, 이미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자칫하면 서민들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내몰아 가계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 1년간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16.1%로 시중은행(5.9%)의 3배에 달했다.

또 최근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을 중단하자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보금자리론 대출 건수와 대출액은 지난 17일 240건, 225억원에서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18일 336건, 344억원, 19일에는 각각 500건과 5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호신호'도 있지만‥

그나마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호신호로 해석된다.

7월중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2조3천억원으로 5월(3조3천억원)과 6월(3조4천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또 감독당국이 신용카드업계의 과도한 외형 확대경쟁을 밀착감시하면서 카드대출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6개 전업카드사의 하루평균 카드대출액(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친 금액)은 2천500억여 원으로, 지난달 2천800억여 원에 비해 1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가계소득이 3분 기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도 긍정적이다.

전국 가구(2인 이상)의 2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에 -1.2%, 올해 1분기에는 -0.9%로 2분기 연속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했으나 3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형편이 그다지 나아지지 못해 소득 개선에도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명목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4.7% 증가한 데 반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 중심 건전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가계건전성이 저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내수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생활자금, 소규모 사업자금 목적의 대출이 늘어 저소득층과 자영업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가계에 지나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대출총액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가계대출 자체가 어느 정도 안정화할 수 있느냐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시간을 두고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가계와 정부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는 고용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 가계, 성한 데가 없다‥곳곳 비상신호
    • 입력 2011-08-28 08:20:09
    • 수정2011-08-28 16:55:00
    연합뉴스
가계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물가상승률은 좀처럼 둔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가계빚은 90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소득이 늘었다고는 하나 소득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오히려 갈등의 소지가 커졌다.

당국이 물가, 집값, 가계부채 문제 등과 관련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고물가·빚에 눌린 가계

가계는 곳곳에서 극도의 위험신호가 울렸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빚은 전분기보다 19조원 가까이 늘면서 9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가계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이자 부담도 사상 최대다.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이 2분기 현재 8만6천256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증가했고,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자비용의 비중은 2.32%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높았다.

가계빚이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높은 물가는 가계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올해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7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목표 상한선인 4.0%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을 정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6월부터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8월에도 이상폭우와 잦은 비 등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9월에는 추석물가까지 겹쳐 하반기 들어서도 큰 폭으로 둔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는 마이너스통장 대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사실상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의미하는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의 2분기 잔액은 45조1천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조1천억원 급등했다.

◇규제 효과 `글쎄'‥옥죄면 `풍선효과'

당국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건전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3천억원으로 2008년 이후 3년6개월간 평균치인 3조4천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2주간 2조2천억원이 늘어나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율 7%대에 맞추고 부채 상환을 독려하라며 규제의 끈을 더욱 조였지만, 이미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자칫하면 서민들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내몰아 가계건전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 1년간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16.1%로 시중은행(5.9%)의 3배에 달했다.

또 최근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을 중단하자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보금자리론 대출 건수와 대출액은 지난 17일 240건, 225억원에서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한 18일 336건, 344억원, 19일에는 각각 500건과 500억원으로 늘어났다.

◇`호신호'도 있지만‥

그나마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호신호로 해석된다.

7월중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2조3천억원으로 5월(3조3천억원)과 6월(3조4천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또 감독당국이 신용카드업계의 과도한 외형 확대경쟁을 밀착감시하면서 카드대출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6개 전업카드사의 하루평균 카드대출액(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친 금액)은 2천500억여 원으로, 지난달 2천800억여 원에 비해 11%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가계소득이 3분 기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도 긍정적이다.

전국 가구(2인 이상)의 2분기 실질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에 -1.2%, 올해 1분기에는 -0.9%로 2분기 연속으로 실질 소득이 감소했으나 3분기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형편이 그다지 나아지지 못해 소득 개선에도 서민들의 고통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명목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4.7% 증가한 데 반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소득 중심 건전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가계건전성이 저소득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대책을 중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내수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생활자금, 소규모 사업자금 목적의 대출이 늘어 저소득층과 자영업 가계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소득층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데 급급한 나머지 가계에 지나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대출총액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가계대출 자체가 어느 정도 안정화할 수 있느냐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시간을 두고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가계와 정부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건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특히 정부는 고용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의 부담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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