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장거리 육상 초강세 원동력은?

입력 2011.08.28 (18:39) 수정 2011.08.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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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인 27일 대구 스타디움 시상대 위로 케냐 국기만 6개가 올라갔다.



이날 치러진 여자 마라톤과 여자 10,000m에서 케냐 선수들이 나란히 1~3위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첫날 경기를 마친 뒤 국가별 메달 순위표에는 케냐가 단독으로 올라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육상 중·장거리에서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철각들이 상위권을 휩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케냐가 첫날 배정된 메달을 독식하면서 그 원동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의 스포츠 과학자들은 그동안 케냐 중·장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장거리 부족의 타고난 유전자 있다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끈 대상이 ’장거리 부족’으로 알려진 칼레진족이다.



케냐 서부 그레이트리프트 계곡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칼레진족은 케냐의 이름난 중·장거리 선수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과학자가 팔다리가 길고 허리와 골반이 좁은 이 부족의 체형이 장거리에 최적화돼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긴 다리를 이용해 더 먼 거리를 적은 보폭으로 달릴 수 있고, 땅을 ’박차며’ 달리는 대신 흐름을 타며 ’튕기듯’ 달리는 주법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과학자인 콘스탄스 홀든은 칼레진 부족의 근육이 일반인들보다 젖산을 느리게 생산하기 때문에 평균보다 10%의 거리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2000년에는 덴마크 과학자들이 칼레진 부족 선수들이 시속 24㎞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에도 느린 심장 박동 수를 유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과학자들은 또 고지대에 사는 칼레진 부족의 학생 둘에게 3개월 동안 육상을 가르친 뒤 자국의 엘리트 선수와 10,000m 대결을 시키는 실험을 벌인 바 있다.



놀랍게도 실험 전까지 한 번도 육상 훈련을 해본 적이 없던 이 학생들은 덴마크 선수를 가볍게 눌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케냐 육상인들은 "칼레진족에게는 분명히 유전적으로 타고난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경적 영향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전적인 특징에서만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 자칫 인종주의로 흐를 수 있으며, 그보다 훨씬 중요한 환경적 특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야니스 핏시달리스 박사는 "스포츠에서 유전자의 역할은 아직 증명된 것이 없음에도 너무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증거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샘플에서 인간의 체력과 관련됐다고 여겨지는 ’알파 액틴3(ACTN3)’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전혀 유의미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든다.



이와 함께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문화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케냐 달리기 선수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상당히 먼 거리의 등·하굣길을 뛰어다닌 경험이 있고, 이것이 잘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체격을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맨발로 먼 거리를 돌아다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맨발로 땅을 밟으면 아픔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뒤꿈치보다는 발끝이 먼저 땅에 닿게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도 부상이 적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장점은 이런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다.



칼레진 부족이 타고난 폐활량을 갖게 된 것도 해발 2천m 이상의 고지대에서 소떼를 몰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 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또 칼레진 부족은 약간의 고기나 우유와 함께 ’우갈리’라고 불리는 전통 음식을 매일 먹는데, 이런 문화가 달리기 선수에게는 좋은 많은 탄수화물과 적은 지방이 함유된 음식의 식탁을 완성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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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냐 장거리 육상 초강세 원동력은?
    • 입력 2011-08-28 18:39:21
    • 수정2011-08-28 18: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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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일인 27일 대구 스타디움 시상대 위로 케냐 국기만 6개가 올라갔다.

이날 치러진 여자 마라톤과 여자 10,000m에서 케냐 선수들이 나란히 1~3위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첫날 경기를 마친 뒤 국가별 메달 순위표에는 케냐가 단독으로 올라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육상 중·장거리에서 케냐를 비롯한 아프리카 철각들이 상위권을 휩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케냐가 첫날 배정된 메달을 독식하면서 그 원동력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의 스포츠 과학자들은 그동안 케냐 중·장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장거리 부족의 타고난 유전자 있다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끈 대상이 ’장거리 부족’으로 알려진 칼레진족이다.

케냐 서부 그레이트리프트 계곡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칼레진족은 케냐의 이름난 중·장거리 선수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과학자가 팔다리가 길고 허리와 골반이 좁은 이 부족의 체형이 장거리에 최적화돼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긴 다리를 이용해 더 먼 거리를 적은 보폭으로 달릴 수 있고, 땅을 ’박차며’ 달리는 대신 흐름을 타며 ’튕기듯’ 달리는 주법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과학자인 콘스탄스 홀든은 칼레진 부족의 근육이 일반인들보다 젖산을 느리게 생산하기 때문에 평균보다 10%의 거리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2000년에는 덴마크 과학자들이 칼레진 부족 선수들이 시속 24㎞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에도 느린 심장 박동 수를 유지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과학자들은 또 고지대에 사는 칼레진 부족의 학생 둘에게 3개월 동안 육상을 가르친 뒤 자국의 엘리트 선수와 10,000m 대결을 시키는 실험을 벌인 바 있다.

놀랍게도 실험 전까지 한 번도 육상 훈련을 해본 적이 없던 이 학생들은 덴마크 선수를 가볍게 눌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케냐 육상인들은 "칼레진족에게는 분명히 유전적으로 타고난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환경적 영향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전적인 특징에서만 해답을 찾으려는 것이 자칫 인종주의로 흐를 수 있으며, 그보다 훨씬 중요한 환경적 특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야니스 핏시달리스 박사는 "스포츠에서 유전자의 역할은 아직 증명된 것이 없음에도 너무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증거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샘플에서 인간의 체력과 관련됐다고 여겨지는 ’알파 액틴3(ACTN3)’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전혀 유의미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든다.

이와 함께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사회경제적인 조건과 문화의 차이가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케냐 달리기 선수들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 상당히 먼 거리의 등·하굣길을 뛰어다닌 경험이 있고, 이것이 잘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체격을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맨발로 먼 거리를 돌아다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맨발로 땅을 밟으면 아픔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뒤꿈치보다는 발끝이 먼저 땅에 닿게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움직이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해도 부상이 적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장점은 이런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다.

칼레진 부족이 타고난 폐활량을 갖게 된 것도 해발 2천m 이상의 고지대에서 소떼를 몰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 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또 칼레진 부족은 약간의 고기나 우유와 함께 ’우갈리’라고 불리는 전통 음식을 매일 먹는데, 이런 문화가 달리기 선수에게는 좋은 많은 탄수화물과 적은 지방이 함유된 음식의 식탁을 완성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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