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위안부 문제’ 서둘러야…배상 협상 승산 있나?

입력 2011.09.1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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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도 이렇게 어김없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제 천 번이 다 돼가는데요.



그러는 사이 할머니들은 234분에서 69분으로 줄었습니다.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배상 청구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에 "서둘러 달라"고 간절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지영 기자가 수요집회에 가봤습니다.



<리포트>



1992년 1월 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첫 수요집회,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외침은 한결 같습니다.



바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언 19년 째, 김복동 할머니의 머리에도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15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끔찍한 악몽을 겪고 아픈 과거조차 숨기고 살아야 했던 김 할머니에게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남은 생의 큰 희망이 됐습니다.



<녹취> 김복동(위안부 할머니/86살) : "희망이 생겼지. 우리나라에서도 통 모르는 체 하고 있다가 이제는 정부에서 봐주기가 됐으니까 희망은 있지."



수요집회로 상징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그동안 주로 시민사회와 국제인권단체 등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90여 만원, 이들이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수요집회는 오는 12월 14일이면 1000번째를 맞습니다.



평균 연령이 86살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앵커 멘트>



죽기 전에 해결해 달라.. 절절한 외침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송현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네.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자고 정부가 제안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65년, 한일 양국이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 그중 3조가 근거입니다.



분쟁이 생기면 우선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정부가 제안한다는 협의가 이 외교적 단계입니다.



그래도 안 풀리면 2단계로, 중재에 따르도록 돼있습니다.



일종의 재판을 받는 것인데, 재판관격인 중재 위원은 셋입니다.



한일 양국이 추천한 사람 한 명씩, 그리고 양국이 다 동의하는 위원 한 명, 이렇게 셋이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수십 년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라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에 선뜻 응할지는 불분명합니다.



도쿄 홍수진 특파원이 일본 입장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재판은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았습니다."



10년간의 법정투쟁에서 진 뒤 소송 당사자인 송신도 할머니가 한 말입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 관련 소송은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유일하게 1998년,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의무를 인정했지만, 1심으로 끝이었습니다.



일본 재판부는 위안부들의 피해 사실은 인정하지만, 배상책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고, 당시 일본 제국에는 개인이 국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손해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 역시 1965년 한일협정 때 배상책임은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아이타니(변호사/2003년 위안부 변호인단) :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할 의향이 있다면 마땅히 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배상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지만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집회 앞에서도 답이 없는 일본의 태도를 볼 때, 협의 자체도 쉽지 않고, 또 정 안돼서 중재로 간다 해도 과연 승산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부분 짚어봅니다.



협의가 안 돼 중재로 갈 경우, 구성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30일씩 기간을 두고 위원을 정한다는 구체적 방법도 정해져 있지만, 결정적인 제3의 위원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중재마저 일본이 무시할 경우, 이를 강제할 절차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적 의무를 안게 된 정부로서는 중재 단계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



위안부는 반인류적 범죄라는 유엔의 결의, 미 하원의 만장일치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활용해 일본이 무시할 수 없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입니다.



<인터뷰> 이석태(변호사) :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에서 UN에서 확인해놓은 길 그걸 재확인하고 조절하고 일본 정부에 명하는 것."



그간 외교관계가 불편해진다, 소모적 논쟁만 생긴다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정부, 시민단체들은 이번에도 정부가 머뭇거린다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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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위안부 문제’ 서둘러야…배상 협상 승산 있나?
    • 입력 2011-09-14 22: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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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도 이렇게 어김없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열렸습니다.

이제 천 번이 다 돼가는데요.

그러는 사이 할머니들은 234분에서 69분으로 줄었습니다.

정부가 위안부에 대한 배상 청구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부에 "서둘러 달라"고 간절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지영 기자가 수요집회에 가봤습니다.

<리포트>

1992년 1월 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된 첫 수요집회,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 맺힌 외침은 한결 같습니다.

바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언 19년 째, 김복동 할머니의 머리에도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15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끔찍한 악몽을 겪고 아픈 과거조차 숨기고 살아야 했던 김 할머니에게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남은 생의 큰 희망이 됐습니다.

<녹취> 김복동(위안부 할머니/86살) : "희망이 생겼지. 우리나라에서도 통 모르는 체 하고 있다가 이제는 정부에서 봐주기가 됐으니까 희망은 있지."

수요집회로 상징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그동안 주로 시민사회와 국제인권단체 등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90여 만원, 이들이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수요집회는 오는 12월 14일이면 1000번째를 맞습니다.

평균 연령이 86살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앵커 멘트>

죽기 전에 해결해 달라.. 절절한 외침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송현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네. 이르면 내일이나 모레,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자고 정부가 제안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965년, 한일 양국이 맺은 한일청구권 협정, 그중 3조가 근거입니다.

분쟁이 생기면 우선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돼 있습니다.

정부가 제안한다는 협의가 이 외교적 단계입니다.

그래도 안 풀리면 2단계로, 중재에 따르도록 돼있습니다.

일종의 재판을 받는 것인데, 재판관격인 중재 위원은 셋입니다.

한일 양국이 추천한 사람 한 명씩, 그리고 양국이 다 동의하는 위원 한 명, 이렇게 셋이 결론을 내는 것입니다.

수십 년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라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자는 데에 선뜻 응할지는 불분명합니다.

도쿄 홍수진 특파원이 일본 입장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재판은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았습니다."

10년간의 법정투쟁에서 진 뒤 소송 당사자인 송신도 할머니가 한 말입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피해 관련 소송은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유일하게 1998년,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상의무를 인정했지만, 1심으로 끝이었습니다.

일본 재판부는 위안부들의 피해 사실은 인정하지만, 배상책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고, 당시 일본 제국에는 개인이 국가에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손해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일본 정부 역시 1965년 한일협정 때 배상책임은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아이타니(변호사/2003년 위안부 변호인단) :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할 의향이 있다면 마땅히 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배상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꾸는 수밖에 없지만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집회 앞에서도 답이 없는 일본의 태도를 볼 때, 협의 자체도 쉽지 않고, 또 정 안돼서 중재로 간다 해도 과연 승산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 부분 짚어봅니다.

협의가 안 돼 중재로 갈 경우, 구성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30일씩 기간을 두고 위원을 정한다는 구체적 방법도 정해져 있지만, 결정적인 제3의 위원을 합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중재마저 일본이 무시할 경우, 이를 강제할 절차가 없습니다.

그러나 법적 의무를 안게 된 정부로서는 중재 단계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

위안부는 반인류적 범죄라는 유엔의 결의, 미 하원의 만장일치 결의안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활용해 일본이 무시할 수 없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입니다.

<인터뷰> 이석태(변호사) :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에서 UN에서 확인해놓은 길 그걸 재확인하고 조절하고 일본 정부에 명하는 것."

그간 외교관계가 불편해진다, 소모적 논쟁만 생긴다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었던 정부, 시민단체들은 이번에도 정부가 머뭇거린다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정부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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