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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죽을 고비 넘긴 저축은행, 시련 계속된다
입력 2011.10.03 (07:20) 연합뉴스
지난달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와 연간 실적공시 시즌을 가까스로 넘긴 저축은행들이 또 한 차례 시련을 맞게 됐다.

후순위채권 만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으로 적정 규모의 자본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아진 데다 연말 정기 예ㆍ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유동성 우려마저 예고됐다.

올해 초 105개에서 어느덧 90개로 줄어든 저축은행 가운데 19개사는 다음 달 중순 다시 분기별 성적표를 발표해야 한다. 여기에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6개 저축은행도 일부 포함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공시 지표가 신뢰받게 하느라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분기 공시와 후순위채ㆍ예금 만기 등으로 `돌발상황'이 벌어져 추가 영업정지되는 곳이 나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만기 돌아오고 `약발' 떨어지는 후순위채

저축은행들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체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자 그동안 후순위채권 발행을 마구 늘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연 8~10%의 고금리로 투자금을 끌어들여 부족한 자본을 메웠다.

문제는 대다수 저축은행이 앞으로 더는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당국은 올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 문제가 불거지자 발행에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한 당국자는 "사실상 후순위채 발행을 금지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를 상환하고, BIS 비율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만큼 다른 돈으로 자본을 메워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 만기인 후순위채는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의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후순위채도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보통 5년 만기로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깎인다.

가령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9년의 발행분 5천712억원이 그 해에는 100% 인정받았다면 3년이 지난 내년에는 60%가 깎인 2천285억원만 인정받는 식이다.

◇예금 만기시즌‥"유동성ㆍ추가부실 우려"

정기 예ㆍ적금 만기도 걱정거리다. 예금자의 불안감이 커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했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나 만기가 돌아온 것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22조원 가운데 40%를 넘는 약 9조원의 만기가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돌아온다.

NICE신용평가 김영섭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축은행 문제, 끝인가 시작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업계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중도 인출되지 않았던 정기예금이 연말부터 만기가 돌아와 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량 예금인출은 단지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아래 감춰졌던 부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유동성 베일'이 벗겨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수익차주(이자도 갚지 못하는 대출자)에 대한 대출 재연장이나 추가 대출(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는 것) 등이 유동성 베일에 가려져왔다"며 연말부터 예금인출로 베일이 벗겨지면 부실한 경영지표들이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예금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는 `위험한 저축은행'으로 인식돼 오히려 유동성 위기를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PF 충당금 부담 커지고 추가부실 가능성도

당국은 하반기 구조조정에 앞서 연착륙을 위해 구조조정기금으로 산 PF 부실채권의 충당금 적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주고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구조조정기금 운영시한을 기존의 2014년 이후로 늘리는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이 늦춰지면서 적립기간 연장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6월 사들인 3조7천억원과 올해 6월 사들인 2조2천억원 등 5조9천억원 어치의 PF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게 된다.

적립기간을 2년 늘려 분기마다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를 줄이려고 했으나 현재로선 각각 6개월과 1년6개월씩 늘리는 데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실 PF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저축은행의 생사와 직결된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모두 급격히 늘어난 충당금 적립 부담을 견디지 못해 BIS 비율이 급락했다.

게다가 당국의 전수조사 결과 `요주의(보통)'로 분류됐던 PF 채권 3조원도 언제든지 부실화할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요 저축은행이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영업적자에도 BIS 비율을 5% 이상으로 맞춰놓은 건 솔직히 `땜질 처방' 성격이 짙었다"며 "PF 추가 부실이 커지면 이런 비율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당국 "PF 정밀검증‥`우범 저축銀' 추린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한 당국으로선 여전히 걱정거리가 줄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19개 저축은행의 분기 실적 공시가 문제다. 분기 실적을 공시한 저축은행은 지난 5월 25개였지만 6개월 새 경은, 대영, 제일, 제일2, 토마토, 프라임 등 6개 저축은행이 생존자 명단에서 사라졌다.

고강도 경영진단 결과 발표된 6월말 기준 연간 실적에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수치가 급변동하는 저축은행들의 공시 지표를 예금자들이 곧이곧대로 믿겠느냐는 점이다.

이에 따라 PF 채권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각 저축은행이 따르도록 하고, 이를 공시하기 전 당국이 일괄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전수조사와 경영진단 과정에서 축적된 PF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이상 징후가 있는 PF 사업장에 대해선 당국이 현장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에 나서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벌였던 경영진단을 다시 하기는 어려운 만큼 내년부터는 우량 저축은행은 그대로 두고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검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우범 저축은행'을 추리고 있다"며 "두 달이든 석 달이든 끝까지 파헤쳐서 부실을 모두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 죽을 고비 넘긴 저축은행, 시련 계속된다
    • 입력 2011-10-03 07:20:16
    연합뉴스
지난달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사태와 연간 실적공시 시즌을 가까스로 넘긴 저축은행들이 또 한 차례 시련을 맞게 됐다.

후순위채권 만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충당금 부담으로 적정 규모의 자본을 유지하기가 녹록지 않아진 데다 연말 정기 예ㆍ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유동성 우려마저 예고됐다.

올해 초 105개에서 어느덧 90개로 줄어든 저축은행 가운데 19개사는 다음 달 중순 다시 분기별 성적표를 발표해야 한다. 여기에는 영업정지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6개 저축은행도 일부 포함됐다.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들의 공시 지표가 신뢰받게 하느라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분기 공시와 후순위채ㆍ예금 만기 등으로 `돌발상황'이 벌어져 추가 영업정지되는 곳이 나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만기 돌아오고 `약발' 떨어지는 후순위채

저축은행들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체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자 그동안 후순위채권 발행을 마구 늘렸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야 하는데, 연 8~10%의 고금리로 투자금을 끌어들여 부족한 자본을 메웠다.

문제는 대다수 저축은행이 앞으로 더는 후순위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당국은 올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에서 후순위채 투자자의 피해 문제가 불거지자 발행에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한 당국자는 "사실상 후순위채 발행을 금지한 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후순위채를 상환하고, BIS 비율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만큼 다른 돈으로 자본을 메워야 한다. 올해 하반기에 만기인 후순위채는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의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후순위채도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보통 5년 만기로 발행되는 후순위채는 매년 20%씩 자본인정 비율이 깎인다.

가령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09년의 발행분 5천712억원이 그 해에는 100% 인정받았다면 3년이 지난 내년에는 60%가 깎인 2천285억원만 인정받는 식이다.

◇예금 만기시즌‥"유동성ㆍ추가부실 우려"

정기 예ㆍ적금 만기도 걱정거리다. 예금자의 불안감이 커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저축은행들은 금리를 올려 예금을 유치했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나 만기가 돌아온 것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16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22조원 가운데 40%를 넘는 약 9조원의 만기가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 사이에 돌아온다.

NICE신용평가 김영섭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축은행 문제, 끝인가 시작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업계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중도 인출되지 않았던 정기예금이 연말부터 만기가 돌아와 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량 예금인출은 단지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아래 감춰졌던 부실이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유동성 베일'이 벗겨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무수익차주(이자도 갚지 못하는 대출자)에 대한 대출 재연장이나 추가 대출(이자 갚을 돈을 빌려주는 것) 등이 유동성 베일에 가려져왔다"며 연말부터 예금인출로 베일이 벗겨지면 부실한 경영지표들이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예금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리는 `위험한 저축은행'으로 인식돼 오히려 유동성 위기를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PF 충당금 부담 커지고 추가부실 가능성도

당국은 하반기 구조조정에 앞서 연착륙을 위해 구조조정기금으로 산 PF 부실채권의 충당금 적립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주고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5년간 유예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 구조조정기금 운영시한을 기존의 2014년 이후로 늘리는 자산관리공사법 개정이 늦춰지면서 적립기간 연장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6월 사들인 3조7천억원과 올해 6월 사들인 2조2천억원 등 5조9천억원 어치의 PF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게 된다.

적립기간을 2년 늘려 분기마다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를 줄이려고 했으나 현재로선 각각 6개월과 1년6개월씩 늘리는 데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실 PF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저축은행의 생사와 직결된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모두 급격히 늘어난 충당금 적립 부담을 견디지 못해 BIS 비율이 급락했다.

게다가 당국의 전수조사 결과 `요주의(보통)'로 분류됐던 PF 채권 3조원도 언제든지 부실화할 수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요 저축은행이 대규모 당기순손실과 영업적자에도 BIS 비율을 5% 이상으로 맞춰놓은 건 솔직히 `땜질 처방' 성격이 짙었다"며 "PF 추가 부실이 커지면 이런 비율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당국 "PF 정밀검증‥`우범 저축銀' 추린다"

하반기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한 당국으로선 여전히 걱정거리가 줄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19개 저축은행의 분기 실적 공시가 문제다. 분기 실적을 공시한 저축은행은 지난 5월 25개였지만 6개월 새 경은, 대영, 제일, 제일2, 토마토, 프라임 등 6개 저축은행이 생존자 명단에서 사라졌다.

고강도 경영진단 결과 발표된 6월말 기준 연간 실적에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수치가 급변동하는 저축은행들의 공시 지표를 예금자들이 곧이곧대로 믿겠느냐는 점이다.

이에 따라 PF 채권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통일된 기준을 마련해 각 저축은행이 따르도록 하고, 이를 공시하기 전 당국이 일괄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전수조사와 경영진단 과정에서 축적된 PF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이상 징후가 있는 PF 사업장에 대해선 당국이 현장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에 나서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벌였던 경영진단을 다시 하기는 어려운 만큼 내년부터는 우량 저축은행은 그대로 두고 부실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검사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우범 저축은행'을 추리고 있다"며 "두 달이든 석 달이든 끝까지 파헤쳐서 부실을 모두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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