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다시 이는 분노

입력 2011.10.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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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청각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지금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끔찍한 분노하고 가벼운 처벌에 또 한번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가 몰고온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내에서 저질러진 성폭행.

피해자는 청각 장애 학생들.

가해자는 설립자 아들인 교장 형제와 교직원.

영화 속 이야기는 지어낸 얘기라고 믿고 싶을 만큼 충격적입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극장.

평일인데도 영화 도가니를 보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광주시내 초등학교 교사들입니다.

사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 관람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정경하(교사) : "지금 여기는 한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해요.더 알려지지 않은 많은 어두운 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임성렬(교사) : "저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그 가해자들은 지금도 버젓이 이렇게 자기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광주에 위치한 청각 장애인 교육시설 인화학교.

영화 속 배경이 된 바로 그 학교입니다.

학교측은 영화 개봉 이후 비난 여론이 일자 문을 굳게 닫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 가운데는 다른 지역에서 이 곳을 직접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권유린의 현장을 직접 보겠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김충성(대학생) :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부산에서...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데 못 들어가서 아쉽네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 2005년까지 인화학교에 근무한 박현정 교사.

박 교사는 사건 이후 당시 피해 학생들을 만나 진상 조사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됐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들이 박 교사에게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현정 : "아이들 성폭력 당했단 증거를 전혀 정황을 전혀 우리가 캐치를 못하고 수업을 진행해왔다는 생각 속에서 과연 교사로서 우리가 맞는가 아이들 성폭행 당하면서까지 수업을 했는데 이런 거에 대한 자괴감이 엄청나게 컸었죠."

하지만 이런 사실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 씨.

김 씨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딸에게 처음 이런 말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학부모 : "피해 학생이 있었다. 가해자는 선생님들이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잘못 안 거다. 절대 학교에서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피해 학생을 직접 만나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 : "그 때 (피해 학생이) 두 사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확실하냐 (하니까) 이름을 딱 쓰데요. 확실하냐 그랬더니 정말 확실하다고. 두 사람 맞더라고요. 나중에 (조사 결과) 얘기 들어 보니까. (그 두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학교생활 보육교사하고 교장 선생님."

당시 이 사건을 조사했던 광주 남부경찰서.

당시 형사들 대부분 자리를 옮겼는데 한 형사와 통화가 됐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고 당시 조사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반면 가해자들은 태도도 좋지 않았고 혐의 사실도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당시 담당 형사 : "너무 자연스럽게 부인을 했죠. 너무 자연스럽게 정말 억울하다는 식으로...자기를 몰아내기 위한 협회 그쪽의 음모다. 그 쪽이랑 피해자들이랑 말을 맞춰가지고 자기를 몰아내기...그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거쳐 가해자 6명의 혐의가 드러났고 공소시효가 지난 1명을 제외한 5명이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는 교장과 동생인 행정실장 등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피해자 가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교장과 교사 등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학교에 복직했고 지금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의 일방적 폭력 그리고 가해자들에게 주어진 면죄부.

모두 우리 사회가 용인하고 있는 제도화된 범죄입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사건을 소설로 쓴 원작자 공지영 작가.

공 작가는 최종 판결 결과를 보고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건을 알면 알수록 인간에 대한 회의가 느껴져 소설화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과 이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본 뒤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공지영 : "사법부는 저 사람들을 석방하고 이 아이들의 아픔을 너무 가볍게 여겼지만 내가 이거를 정말 책으로 잘 써서 사람들에게 알려서 양심 법정에 이 사건을 다시 꼭 서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마음 속으로 아이들한테 그 약속을 했죠."

소설에 이어 영화 개봉으로 사건 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관계 기관들이 뒤늦은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관할 광주교육청도 지난 목요일부터 특별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학교 폐쇄 조치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준(교육청 대변인) : "대부분 가해자들이 인화학교 뿐 아니라 각종 시설들의 기관장들이고요. 이런 사람들이 사회복지법인 산하의 친인척들이기 때문에 이런 친인척 경영들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가 인화학교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본청과 광주청의 합동 수삽니다.

<녹취>경찰청 : "가해 교사와 원생들과의 추가 성폭행 여부와 관할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의 적절성 여부 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입니다."

잊혀질 뻔 사건이 재점화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단체의 역할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 2005년 피해 학생들의 거처를 마련해 지금껏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삼보일배와 천막농성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사업법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법상으로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외부의 감시 기능이 차단돼 있고, 이사회와 교직원이 족벌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정부는 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일부 종교단체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 박찬동(대책위원장) : "사회복지사업법에 의거해서 법인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줬어요.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서도 그들이 그 예산을 정당하게 쓰고 있는 지를 감시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놔 버렸어요. 반드시 개정돼야 합니다.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속 인권단체 간사는 지난 2005년 이 단체를 결성하고 4년 동안 맨 앞에서 활동해 온 윤민자 집행위원장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현실에 절망과 분노를 느낀 윤 씨는 지난 2009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갔습니다.

취재팀과 어렵게 연락이 닿은 윤 씨는 최근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윤민자 : "책임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혹은 이런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면 이 일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인화학교 피해 학생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습니다.

<녹취> 윤민자 : "이 세상 누구보다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거...그렇게 알고 힘내고 지나간 일 그냥 다 잊고 앞으로 행복한 일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어요."

전문가들은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청각장애인들이 지적장애인이 아닌 만큼 의사 표시를 포함한 항거불능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폐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분노가 영화 관람 후 나타나는 일시적인 흥분이 아니라 진정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지, 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지 되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복주(장애여성공감 대표) : "장애인에게 뭐 이렇게 해야된다라고 말은 많이 하고 분노하지만 실제로 내가 사는 삶의 공간에서 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하실 수 있는지를 우리 시민들끼리 그 부분까지 간과하지 말고 자신들에게 자문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영화 도가니가 흥행몰이를 하며 사회적 변화를 낳고 있지만 정작 피해 학생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다시 꺼낸다는 두려움이 앞섰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들의 소리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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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가니’, 다시 이는 분노
    • 입력 2011-10-03 07:45:22
    취재파일K
<앵커 멘트> 청각 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지금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끔찍한 분노하고 가벼운 처벌에 또 한번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가 몰고온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학교 내에서 저질러진 성폭행. 피해자는 청각 장애 학생들. 가해자는 설립자 아들인 교장 형제와 교직원. 영화 속 이야기는 지어낸 얘기라고 믿고 싶을 만큼 충격적입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극장. 평일인데도 영화 도가니를 보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광주시내 초등학교 교사들입니다. 사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근본적 대책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 관람에 나선 것입니다. <인터뷰> 정경하(교사) : "지금 여기는 한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해요.더 알려지지 않은 많은 어두운 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 임성렬(교사) : "저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그 가해자들은 지금도 버젓이 이렇게 자기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고..." 광주에 위치한 청각 장애인 교육시설 인화학교. 영화 속 배경이 된 바로 그 학교입니다. 학교측은 영화 개봉 이후 비난 여론이 일자 문을 굳게 닫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 가운데는 다른 지역에서 이 곳을 직접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권유린의 현장을 직접 보겠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김충성(대학생) :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오게 됐습니다. 부산에서...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데 못 들어가서 아쉽네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 2005년까지 인화학교에 근무한 박현정 교사. 박 교사는 사건 이후 당시 피해 학생들을 만나 진상 조사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을 하나 둘 알게 됐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들이 박 교사에게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현정 : "아이들 성폭력 당했단 증거를 전혀 정황을 전혀 우리가 캐치를 못하고 수업을 진행해왔다는 생각 속에서 과연 교사로서 우리가 맞는가 아이들 성폭행 당하면서까지 수업을 했는데 이런 거에 대한 자괴감이 엄청나게 컸었죠." 하지만 이런 사실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당시 피해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 씨. 김 씨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딸에게 처음 이런 말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녹취> 학부모 : "피해 학생이 있었다. 가해자는 선생님들이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잘못 안 거다. 절대 학교에서 그럴 리가 없다." 하지만 피해 학생을 직접 만나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모 씨 : "그 때 (피해 학생이) 두 사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확실하냐 (하니까) 이름을 딱 쓰데요. 확실하냐 그랬더니 정말 확실하다고. 두 사람 맞더라고요. 나중에 (조사 결과) 얘기 들어 보니까. (그 두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학교생활 보육교사하고 교장 선생님." 당시 이 사건을 조사했던 광주 남부경찰서. 당시 형사들 대부분 자리를 옮겼는데 한 형사와 통화가 됐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상처를 다시 드러내는 것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고 당시 조사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반면 가해자들은 태도도 좋지 않았고 혐의 사실도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당시 담당 형사 : "너무 자연스럽게 부인을 했죠. 너무 자연스럽게 정말 억울하다는 식으로...자기를 몰아내기 위한 협회 그쪽의 음모다. 그 쪽이랑 피해자들이랑 말을 맞춰가지고 자기를 몰아내기...그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거쳐 가해자 6명의 혐의가 드러났고 공소시효가 지난 1명을 제외한 5명이 기소됐습니다. 1심에서는 교장과 동생인 행정실장 등 4명에게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피해자 가족과 합의했다는 이유로 교장과 교사 등 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학교에 복직했고 지금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의 일방적 폭력 그리고 가해자들에게 주어진 면죄부. 모두 우리 사회가 용인하고 있는 제도화된 범죄입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사건을 소설로 쓴 원작자 공지영 작가. 공 작가는 최종 판결 결과를 보고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건을 알면 알수록 인간에 대한 회의가 느껴져 소설화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과 이들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본 뒤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공지영 : "사법부는 저 사람들을 석방하고 이 아이들의 아픔을 너무 가볍게 여겼지만 내가 이거를 정말 책으로 잘 써서 사람들에게 알려서 양심 법정에 이 사건을 다시 꼭 서게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마음 속으로 아이들한테 그 약속을 했죠." 소설에 이어 영화 개봉으로 사건 처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관계 기관들이 뒤늦은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관할 광주교육청도 지난 목요일부터 특별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학교 폐쇄 조치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대준(교육청 대변인) : "대부분 가해자들이 인화학교 뿐 아니라 각종 시설들의 기관장들이고요. 이런 사람들이 사회복지법인 산하의 친인척들이기 때문에 이런 친인척 경영들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가 인화학교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됩니다." 경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본청과 광주청의 합동 수삽니다. <녹취>경찰청 : "가해 교사와 원생들과의 추가 성폭행 여부와 관할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의 적절성 여부 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할 예정입니다." 잊혀질 뻔 사건이 재점화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단체의 역할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는 사건이 불거진 지난 2005년 피해 학생들의 거처를 마련해 지금껏 돌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삼보일배와 천막농성 등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사업법 개정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법상으로는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외부의 감시 기능이 차단돼 있고, 이사회와 교직원이 족벌 체제로 운영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정부는 이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일부 종교단체와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 박찬동(대책위원장) : "사회복지사업법에 의거해서 법인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줬어요. 국가에서 많은 예산을 투자하면서도 그들이 그 예산을 정당하게 쓰고 있는 지를 감시할 수 없게끔 만들어 놔 버렸어요. 반드시 개정돼야 합니다. 감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화 속 인권단체 간사는 지난 2005년 이 단체를 결성하고 4년 동안 맨 앞에서 활동해 온 윤민자 집행위원장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현실에 절망과 분노를 느낀 윤 씨는 지난 2009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갔습니다. 취재팀과 어렵게 연락이 닿은 윤 씨는 최근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윤민자 : "책임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혹은 이런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면 이 일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인화학교 피해 학생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습니다. <녹취> 윤민자 : "이 세상 누구보다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거...그렇게 알고 힘내고 지나간 일 그냥 다 잊고 앞으로 행복한 일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우리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어요." 전문가들은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청각장애인들이 지적장애인이 아닌 만큼 의사 표시를 포함한 항거불능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아동성폭행범에 대한 처벌 강화와 공소시효 폐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분노가 영화 관람 후 나타나는 일시적인 흥분이 아니라 진정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는지, 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지 되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복주(장애여성공감 대표) : "장애인에게 뭐 이렇게 해야된다라고 말은 많이 하고 분노하지만 실제로 내가 사는 삶의 공간에서 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대답을 하실 수 있는지를 우리 시민들끼리 그 부분까지 간과하지 말고 자신들에게 자문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영화 도가니가 흥행몰이를 하며 사회적 변화를 낳고 있지만 정작 피해 학생들은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다시 꺼낸다는 두려움이 앞섰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들의 소리없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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