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 남아도 골치?

입력 2011.10.0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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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새로 문을 연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정부보조금 150억 원과 국민성금 35억 원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잡음이 생겼습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청산을 해야 돼요, 기념관건립위원회를. 그 국고 150억, 국민성금 35억에 대해서도 청산을 해야 되는데요.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국민성금, 전체 모금액 35억 가운데 15억 원이 남은 겁니다.

관련 부처와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이 돈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기념관측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던 위원회는 남은 성금을 장학사업에 쓰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관계자 : "우리들이 남는 돈을 장학회에다가 주려고 그러는 거지. 저희는 이거를 끝나고 돈이 남으니까 그 쪽으로 돈을 주려고 그러는 건데…"

<앵커 멘트>

이달 말이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재건립된 지 1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념관을 짓고 남은 국민성금의 용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양측은 법적 소송까지 주고 받고 있습니다.

국민성금이 남아 그 용도를 갖고 시비가 붙은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안중근 의사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국민성금, 그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대한뉴스(1963년 안중근 의사 추모식) : "안중근 의사의 순국 53주기 기념식이 서울기념회관에서 엄수되었습니다. 유족과 정부요인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의 추도식장에는 박정희 의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헌화가 있었습니다."

해방 후 18년이 지나도록 국내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변변한 장소 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970년, 비로소 서울 남산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국내에선 안 의사의 기념관을 새로 짓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었습니다.

남산에 있던 옛 기념관이 오래되고 비좁다는 지적 때문이었는데 각계의 지지와 성원이 줄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새 기념관이 마침내 문을 열었습니다.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출생부터 순국까지 안 의사의 일대기와 생전에 남긴 글씨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녹취> 뉴스9 :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1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국고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에 힘입어 기념관이 새 모습을 갖추게 되자 안 의사의 후손들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녹취> 안연호(안중근 의사 손녀) :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념관이 새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안중근 의사건립위원회란 단체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설립된 위원회는 기념관 건립 뒤에는 해산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사무실이 남아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가 사연을 들어 봤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몇 분 정도 계셨었어요, 여기는 원래?) 어, 네 명 다섯 명 정도요. 이제 청산 작업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그게 문제가 조금 갈수록 더 소송도 하고 하니깐 시간이 기간이 오래 걸리니까. 저희가 뭐, 당장 이렇게 전세도 그렇고 뺄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기념관건립위원회의 공식 활동은 종료된 상태, 건립위는 국민성금 잔액 15억 원을 장학사업에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우범장학회와 확대 통합해 안중근 의사 장학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겁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우범장학회라는 게 이수성 선생님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셨었어요. 박 위원장님하고는 친구 분이세요. 그래서 이제 같은 사무실이고 그러니깐 이제 말씀을 하시다가 그러면은 우범장학회를 안 의사 장군으로 이렇게 바꿔서 장학사업을 하면 어떻겠냐…흔쾌히 동의를 하신 거거든요."

지난 2월엔 국민성금 잔액을 장학기금에 사용하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성금에 대한 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현행법상 잔여 국민성금은 당초 모집 목적과 유사한 용도로만 처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즉, 남은 국민성금을 장학사업에 쓰는 것은 당초 목적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 "저희 쪽의 생각은 남은 잔액은 가장 유사한 목적에 사용이 되어야 된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렇다면 기념관의 자료 수집이나 좀 더 보강할 게 필요하다고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보훈처 역시 지난 6월 행정안전부와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잔여 성금은 기념관의 시설보수와 개선사업에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국가보훈처 관계자 : "확인하니까 지금까지 우리 기조가 그렇다. 성금 문제는 행안부 소관이고 거기서 판단할 사안이고 잔여성금은 기부 목적에 맞게 쓰는 게 우리 보훈처의 입장이다."

운영 주체인 기념관측은 보다 강경합니다.

한 해 5억 남짓한 예산으로는 시설 유지와 개보수는 커녕, 기념관 운영 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남은 국민성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채내희(안중근 의사기념관 사무처장) : "여러 가지 자료를 보완하고 또 그 다음에 각종 전시시설마다 우리 한국어 외에 외국인이 많이 오거든요.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 오시는데 일본인들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런 거, 아나운서 멘트를 갖다가 일어로 다 나올 수 있는 시설, 또 중국어로 나올 수 있는 시설 이런 것도 필요합니다."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반대는 더 심합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지금 15억 자체가 국민 성금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예요. 그건 뭐냐면 국민성금을 그 돈을 걷어 가지고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개인이 원하는 데로 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심지어 행안부 역시 국민성금의 정확한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행안부가 기념관건립위원회로부터 건네 받은 통장 사본 1장이 국민성금의 사용처를 증빙하는 유일한 서류였다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행정안전부가) 회계 감사를 했거든요. 이게 다예요. 몇 억을 어떻게 썼다 영수증 하다가 없대요. (거기에 대해서 행안부에 정보공개 요청을 하셨는데 다 공개를 안 하고 있는 거예요?) 없대요, 없답니다 행안부에. 이게 다래요."

취재진은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위원회 발족 시기는 2005년 12월 26일, 모금기간은 이듬해 5월 4일부터 2010년 9월 30일까지 4년 4개월 여로 돼 있습니다.

개인 5,299명이 성금모금에 동참했고, 참여기관도 527곳에 이릅니다.

현재 남은 잔액은 사무실 임대보증금 2억원을 포함해 15억 원, 이 가운데 보증금 2억 원은 임대계약이 끝나는 올 초 반환받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측은 장학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임대보증금을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회계감사 내용에 그게 들어가 있던데요? 보증금 2억 원을 사업이 종료되면 반환받게 된다, 이렇게) 그거는 들어가 있지만 여기가, 여기가 아직 존속이 돼 있잖아요. 완전히 끝나지 않았잖아요. 아직도 남아 있잖아요, 청산이 안 돼 있잖아요."

상황이 어렵게 되자 위원회측은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남은 국민성금을 장학사업에 쓰려는 것은 안중근 의사의 뜻과도 부합된다며 이를 국가기관이 제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건립위원회측의 주장입니다.

<녹취> 박OO(前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위원장) : "국민성금이니까 안중근 의사님을 위해서 쓰자 이거야. 어, 왜 저 지금 말이죠, 기념관은 기부채납해서 국가 것입니다. 국가 돈을 써야지, 거기에 왜 국민성금을 씁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례적인 소송에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입니다.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 효력과 비슷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사안에 따라 너무 편차가 심해서요. 그게 원래는 두 달인가, 석 달인가 돼 있는데요. 그 기간 내 끝내게 되어 있는데 그거는 이제 간단한 건 그렇게 하는데 양해를 구하면 연기 연기 이렇게 할 수가 있어요."

결국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성금 등 기부금품을 모집한 뒤 2년 이내에 사용하도록 하고, 기한 연장 승인을 받지 못한 채 계속 갖고 있으면 국고에 반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사용내역과 증빙서류도 연말까지 구축되는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지난 한 해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국민성금 모집 건수는 97건, 액수로는 1145억 원에 이를 정도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 "모집 등록을 제한하고 있는 걸 많이 풀어 가지고, 좀 푸는 거하고…사용하는 것을 좀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하려고..."

그러나 역사 관련 단체들은 지금이라도 국민성금을 건물 건립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홍보와 교육사업 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 "독립 운동이나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한다는 사업 자체가 조형물 중심주의, 건축물 높게 쌓는, 이런 것에 치중하다 보니까 실제로 그 운동가나 독립운동을 알고 싶어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멀어져 있다는 거죠. 그 건축비용의 100분의 1, 10분의 1만 들여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 만들어서 제대로 된 독립운동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독립유공자들과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작업은 분명 계승되고 기억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사업은 그 어떤 일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 속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국민성금이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순수한 마음으로 한푼 두푼 성금모금에 동참한 일반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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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금 남아도 골치?
    • 입력 2011-10-03 07:45:23
    취재파일K
지난 해 10월, 새로 문을 연 안중근 의사 기념관. 정부보조금 150억 원과 국민성금 35억 원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잡음이 생겼습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청산을 해야 돼요, 기념관건립위원회를. 그 국고 150억, 국민성금 35억에 대해서도 청산을 해야 되는데요.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국민성금, 전체 모금액 35억 가운데 15억 원이 남은 겁니다. 관련 부처와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이 돈을 국고에 반납하거나 기념관측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던 위원회는 남은 성금을 장학사업에 쓰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관계자 : "우리들이 남는 돈을 장학회에다가 주려고 그러는 거지. 저희는 이거를 끝나고 돈이 남으니까 그 쪽으로 돈을 주려고 그러는 건데…" <앵커 멘트> 이달 말이면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재건립된 지 1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념관을 짓고 남은 국민성금의 용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미 양측은 법적 소송까지 주고 받고 있습니다. 국민성금이 남아 그 용도를 갖고 시비가 붙은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안중근 의사기념관 건립과 관련한 국민성금, 그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대한뉴스(1963년 안중근 의사 추모식) : "안중근 의사의 순국 53주기 기념식이 서울기념회관에서 엄수되었습니다. 유족과 정부요인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이날의 추도식장에는 박정희 의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헌화가 있었습니다." 해방 후 18년이 지나도록 국내에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변변한 장소 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970년, 비로소 서울 남산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국내에선 안 의사의 기념관을 새로 짓자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었습니다. 남산에 있던 옛 기념관이 오래되고 비좁다는 지적 때문이었는데 각계의 지지와 성원이 줄을 잇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10월, 새 기념관이 마침내 문을 열었습니다.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출생부터 순국까지 안 의사의 일대기와 생전에 남긴 글씨 등으로 꾸며졌습니다. <녹취> 뉴스9 :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1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기념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국고는 물론 일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에 힘입어 기념관이 새 모습을 갖추게 되자 안 의사의 후손들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녹취> 안연호(안중근 의사 손녀) :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기념관이 새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안중근 의사건립위원회란 단체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설립된 위원회는 기념관 건립 뒤에는 해산될 예정이었지만, 아직 사무실이 남아 있었습니다. 직접 찾아가 사연을 들어 봤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몇 분 정도 계셨었어요, 여기는 원래?) 어, 네 명 다섯 명 정도요. 이제 청산 작업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그게 문제가 조금 갈수록 더 소송도 하고 하니깐 시간이 기간이 오래 걸리니까. 저희가 뭐, 당장 이렇게 전세도 그렇고 뺄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기념관건립위원회의 공식 활동은 종료된 상태, 건립위는 국민성금 잔액 15억 원을 장학사업에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이수성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우범장학회와 확대 통합해 안중근 의사 장학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겁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우범장학회라는 게 이수성 선생님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셨었어요. 박 위원장님하고는 친구 분이세요. 그래서 이제 같은 사무실이고 그러니깐 이제 말씀을 하시다가 그러면은 우범장학회를 안 의사 장군으로 이렇게 바꿔서 장학사업을 하면 어떻겠냐…흔쾌히 동의를 하신 거거든요." 지난 2월엔 국민성금 잔액을 장학기금에 사용하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성금에 대한 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현행법상 잔여 국민성금은 당초 모집 목적과 유사한 용도로만 처분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즉, 남은 국민성금을 장학사업에 쓰는 것은 당초 목적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 "저희 쪽의 생각은 남은 잔액은 가장 유사한 목적에 사용이 되어야 된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렇다면 기념관의 자료 수집이나 좀 더 보강할 게 필요하다고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보훈처 역시 지난 6월 행정안전부와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잔여 성금은 기념관의 시설보수와 개선사업에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국가보훈처 관계자 : "확인하니까 지금까지 우리 기조가 그렇다. 성금 문제는 행안부 소관이고 거기서 판단할 사안이고 잔여성금은 기부 목적에 맞게 쓰는 게 우리 보훈처의 입장이다." 운영 주체인 기념관측은 보다 강경합니다. 한 해 5억 남짓한 예산으로는 시설 유지와 개보수는 커녕, 기념관 운영 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남은 국민성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데 대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채내희(안중근 의사기념관 사무처장) : "여러 가지 자료를 보완하고 또 그 다음에 각종 전시시설마다 우리 한국어 외에 외국인이 많이 오거든요. 특히 일본인들이 많이 오시는데 일본인들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런 거, 아나운서 멘트를 갖다가 일어로 다 나올 수 있는 시설, 또 중국어로 나올 수 있는 시설 이런 것도 필요합니다." 일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반대는 더 심합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지금 15억 자체가 국민 성금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예요. 그건 뭐냐면 국민성금을 그 돈을 걷어 가지고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고 개인이 원하는 데로 쓸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심지어 행안부 역시 국민성금의 정확한 사용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행안부가 기념관건립위원회로부터 건네 받은 통장 사본 1장이 국민성금의 사용처를 증빙하는 유일한 서류였다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녹취> 정OO(독립유공자 후손) : "(행정안전부가) 회계 감사를 했거든요. 이게 다예요. 몇 억을 어떻게 썼다 영수증 하다가 없대요. (거기에 대해서 행안부에 정보공개 요청을 하셨는데 다 공개를 안 하고 있는 거예요?) 없대요, 없답니다 행안부에. 이게 다래요." 취재진은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습니다. 위원회 발족 시기는 2005년 12월 26일, 모금기간은 이듬해 5월 4일부터 2010년 9월 30일까지 4년 4개월 여로 돼 있습니다. 개인 5,299명이 성금모금에 동참했고, 참여기관도 527곳에 이릅니다. 현재 남은 잔액은 사무실 임대보증금 2억원을 포함해 15억 원, 이 가운데 보증금 2억 원은 임대계약이 끝나는 올 초 반환받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측은 장학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임대보증금을 빼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사무실 관계자 : "(회계감사 내용에 그게 들어가 있던데요? 보증금 2억 원을 사업이 종료되면 반환받게 된다, 이렇게) 그거는 들어가 있지만 여기가, 여기가 아직 존속이 돼 있잖아요. 완전히 끝나지 않았잖아요. 아직도 남아 있잖아요, 청산이 안 돼 있잖아요." 상황이 어렵게 되자 위원회측은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남은 국민성금을 장학사업에 쓰려는 것은 안중근 의사의 뜻과도 부합된다며 이를 국가기관이 제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건립위원회측의 주장입니다. <녹취> 박OO(前 안중근 의사기념관건립위 위원장) : "국민성금이니까 안중근 의사님을 위해서 쓰자 이거야. 어, 왜 저 지금 말이죠, 기념관은 기부채납해서 국가 것입니다. 국가 돈을 써야지, 거기에 왜 국민성금을 씁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례적인 소송에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입니다.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 효력과 비슷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 :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사안에 따라 너무 편차가 심해서요. 그게 원래는 두 달인가, 석 달인가 돼 있는데요. 그 기간 내 끝내게 되어 있는데 그거는 이제 간단한 건 그렇게 하는데 양해를 구하면 연기 연기 이렇게 할 수가 있어요." 결국 행정안전부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성금 등 기부금품을 모집한 뒤 2년 이내에 사용하도록 하고, 기한 연장 승인을 받지 못한 채 계속 갖고 있으면 국고에 반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사용내역과 증빙서류도 연말까지 구축되는 정부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지난 한 해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국민성금 모집 건수는 97건, 액수로는 1145억 원에 이를 정도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녹취> 행정안전부 관계자 : "모집 등록을 제한하고 있는 걸 많이 풀어 가지고, 좀 푸는 거하고…사용하는 것을 좀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하려고..." 그러나 역사 관련 단체들은 지금이라도 국민성금을 건물 건립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홍보와 교육사업 등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 "독립 운동이나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한다는 사업 자체가 조형물 중심주의, 건축물 높게 쌓는, 이런 것에 치중하다 보니까 실제로 그 운동가나 독립운동을 알고 싶어하는 시민들은 오히려 멀어져 있다는 거죠. 그 건축비용의 100분의 1, 10분의 1만 들여도 제대로 된 홈페이지 만들어서 제대로 된 독립운동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입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독립유공자들과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작업은 분명 계승되고 기억해야 할 역사적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사업은 그 어떤 일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 속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국민성금이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순수한 마음으로 한푼 두푼 성금모금에 동참한 일반 국민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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