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김윤석 “다문화? 먼 이야기 아니죠”
입력 2011.10.03 (11:52) 연합뉴스
’완득이’서 완득이 담임선생 동주 역



충무로에서 김윤석(43)만큼 바쁜 배우도 드물다. 지난해에는 하정우와 함께 ’황해’를 찍더니 올해는 ’완득이’를 완성한 후 지금은 최동훈 감독과 ’도둑들’을 찍고 있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그에게 시나리오는 끊이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촬영 일정을 소화하는 김윤석을 지난 1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20일 개봉하는 ’완득이’(이한 감독)에서 완득이(유아인)의 담임교사 동주로 출연했다.



사제지간을 매개로 다문화, 교육 문제 등 사회 전반을 훑는 스펙트럼이 꽤 넓은 영화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의 동명 소설을 발판 삼은 이 영화는 107분의 상영시간 동안 경쾌한 발놀림을 유지한다.



"’추격자’ ’황해’를 거치면서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완득이’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힘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미완성이었죠. 소설이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시나리오에도 소설처럼 형용사, 부사가 많았어요. 좋은 시나리오는 형용사보다는 주어와 동사가 명확해야 하죠."



촬영이 예정된 ’도둑들’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완득이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완득이’가 주는 삶의 근본적 문제에 끌렸다. 김윤석은 작가와 감독, 프로듀서와 함께 직접 각색작업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연극교실에서 알게 된 현역 교사들을 만나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작가 등과 의논해 하나하나 삭제해 나갔다. 그리고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관계문제에 좀 더 천착했다.



"’완득이’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도, 하이라이트가 있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래서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요한 영화가 됐죠. 다문화에 대한 ’착한’ 메시지도 담을 수 있었고요. 이런 캐릭터 영화가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 비해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윤석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문화에 대한 현실을 많이 알았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재스민이나 하산 같은 이들은 다 엘리트 출신이에요. 재스민은 필리핀에서 의대를 나왔고, 인도계 미국인인 하산은 지금 국내 대기업에 다니죠. 그런 분들이 다 한국인들과 결혼해서 국내에서 잘살고 있어요. ’다문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일민족으로서의 배타성은 이미 깨졌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타 K’만 봐도 외국인이 오디션에 참가해 한국노래를 부르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는 국내 영화에도 다문화 가정을 배려해 영어 자막을 스크린에 새겨넣는 것도 다문화에 이바지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소개했다.



각색 작업에 참여하는 등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역시나 촬영 현장은 고됐다. 3개월 안에 모든 촬영을 끝마쳐야 하는 상황도 빡빡했을 뿐 아니라 좁은 옥탑방을 오가며 찍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감독과 배우, 작가들과도 "생산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가끔 논쟁도 했지만 "목적이 같을 때 그러한 ’싸움’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아인은 25살. 그와는 18살 차이다. 유아인과의 호흡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아인이의 리액션이 좋았다"며 "마음자세가 좋은 배우여서 앞날이 밝다"는 칭찬도 곁들였다.



김윤석은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에 이어 ’도둑들’을 통해 최동훈 감독과 네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런더화(任達華) 등 홍콩 배우들과도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한 그는 런더화에 대해 "너무나 매너가 좋은 배우"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자기 촬영분이 끝나도 카메라 바깥에서 제 시선을 맞춰주었죠.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배우로서 상당히 훌륭한 자세죠. 우리는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식사도 하는데, ’홍콩에서는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며 그런 식사자리를 너무 좋아하더군요. 한국 감독들과 한국서 촬영하고 싶다는 말도 했고요."(웃음)



그는 ’도둑들’을 찍으면서 런더화 등 홍콩배우뿐 아니라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기작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드라마에 복귀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에 쫓겨서 촬영되는 현재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요즘은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신경 써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하정우는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지만, 저는 뭐 전시회를 여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에 좀 더 매진해 보려고 합니다. 좋은 재능을 가진 작가들이 대학로에 많이 있어요. 그들이 시나리오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몇 작품만 보면 스릴러와 코미디에 한정된 측면이 있다.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도 시장이 허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그가 하고 싶다는 "격정 멜로"는 스릴러와 코미디 열풍에 밀려 제대로 제작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멜로는 삶 그 자체죠. 관계라는 게 상대방에 대한 호감에서 출발하잖아요. 우리 주변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게 멜로죠. 좋은 장르고 소재지만 흥행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이 다변화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사회적으로 거센 파장을 불러온 ’도가니’ 현상에 대해 한마디 물었다. 곰곰 생각하던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 영화를 통해서 잊혀진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어요. ’도가니’는 정의가 사장된 상황에서 그 정의를 걷어올리는 데 한 몫한 겁니다. 영화가 그런 일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 김윤석 “다문화? 먼 이야기 아니죠”
    • 입력 2011-10-03 11:52:42
    연합뉴스
’완득이’서 완득이 담임선생 동주 역



충무로에서 김윤석(43)만큼 바쁜 배우도 드물다. 지난해에는 하정우와 함께 ’황해’를 찍더니 올해는 ’완득이’를 완성한 후 지금은 최동훈 감독과 ’도둑들’을 찍고 있다.



마르지 않는 ’화수분’처럼 그에게 시나리오는 끊이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촬영 일정을 소화하는 김윤석을 지난 1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20일 개봉하는 ’완득이’(이한 감독)에서 완득이(유아인)의 담임교사 동주로 출연했다.



사제지간을 매개로 다문화, 교육 문제 등 사회 전반을 훑는 스펙트럼이 꽤 넓은 영화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의 동명 소설을 발판 삼은 이 영화는 107분의 상영시간 동안 경쾌한 발놀림을 유지한다.



"’추격자’ ’황해’를 거치면서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완득이’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힘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나 미완성이었죠. 소설이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구성돼 있잖아요. 시나리오에도 소설처럼 형용사, 부사가 많았어요. 좋은 시나리오는 형용사보다는 주어와 동사가 명확해야 하죠."



촬영이 예정된 ’도둑들’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완득이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린 ’완득이’가 주는 삶의 근본적 문제에 끌렸다. 김윤석은 작가와 감독, 프로듀서와 함께 직접 각색작업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연극교실에서 알게 된 현역 교사들을 만나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작가 등과 의논해 하나하나 삭제해 나갔다. 그리고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관계문제에 좀 더 천착했다.



"’완득이’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도, 하이라이트가 있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래서 캐릭터와의 관계가 중요한 영화가 됐죠. 다문화에 대한 ’착한’ 메시지도 담을 수 있었고요. 이런 캐릭터 영화가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 비해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윤석은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문화에 대한 현실을 많이 알았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재스민이나 하산 같은 이들은 다 엘리트 출신이에요. 재스민은 필리핀에서 의대를 나왔고, 인도계 미국인인 하산은 지금 국내 대기업에 다니죠. 그런 분들이 다 한국인들과 결혼해서 국내에서 잘살고 있어요. ’다문화’?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일민족으로서의 배타성은 이미 깨졌다고 생각합니다. ’슈퍼스타 K’만 봐도 외국인이 오디션에 참가해 한국노래를 부르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는 국내 영화에도 다문화 가정을 배려해 영어 자막을 스크린에 새겨넣는 것도 다문화에 이바지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소개했다.



각색 작업에 참여하는 등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역시나 촬영 현장은 고됐다. 3개월 안에 모든 촬영을 끝마쳐야 하는 상황도 빡빡했을 뿐 아니라 좁은 옥탑방을 오가며 찍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감독과 배우, 작가들과도 "생산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가끔 논쟁도 했지만 "목적이 같을 때 그러한 ’싸움’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아인은 25살. 그와는 18살 차이다. 유아인과의 호흡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아인이의 리액션이 좋았다"며 "마음자세가 좋은 배우여서 앞날이 밝다"는 칭찬도 곁들였다.



김윤석은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전우치’(2009)에 이어 ’도둑들’을 통해 최동훈 감독과 네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런더화(任達華) 등 홍콩 배우들과도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한 그는 런더화에 대해 "너무나 매너가 좋은 배우"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자기 촬영분이 끝나도 카메라 바깥에서 제 시선을 맞춰주었죠.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배우로서 상당히 훌륭한 자세죠. 우리는 촬영이 끝나면 다 같이 식사도 하는데, ’홍콩에서는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며 그런 식사자리를 너무 좋아하더군요. 한국 감독들과 한국서 촬영하고 싶다는 말도 했고요."(웃음)



그는 ’도둑들’을 찍으면서 런더화 등 홍콩배우뿐 아니라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기작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드라마에 복귀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에 쫓겨서 촬영되는 현재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는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요즘은 생각이 많아진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문제도 신경 써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하정우는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지만, 저는 뭐 전시회를 여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에 좀 더 매진해 보려고 합니다. 좋은 재능을 가진 작가들이 대학로에 많이 있어요. 그들이 시나리오를 쓸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몇 작품만 보면 스릴러와 코미디에 한정된 측면이 있다. "연기의 폭을 넓히고 싶어도 시장이 허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그가 하고 싶다는 "격정 멜로"는 스릴러와 코미디 열풍에 밀려 제대로 제작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멜로는 삶 그 자체죠. 관계라는 게 상대방에 대한 호감에서 출발하잖아요. 우리 주변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게 멜로죠. 좋은 장르고 소재지만 흥행이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이 다변화됐으면 좋겠어요."



최근 사회적으로 거센 파장을 불러온 ’도가니’ 현상에 대해 한마디 물었다. 곰곰 생각하던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 영화를 통해서 잊혀진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어요. ’도가니’는 정의가 사장된 상황에서 그 정의를 걷어올리는 데 한 몫한 겁니다. 영화가 그런 일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