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미군 범죄 급증…“SOFA 개정하라”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최근들어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범죄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범죄수법도 10대 성폭행에서 이른바 ’퍽치기’까지 도를 넘어서는 행태를 보였는데요.



이러다보니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또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주한미군 측이 야간외출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과연 예방책이 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주한미군 범죄를 계기로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먼저 야간통행금지 이후 미군 기지 인근의 실태는 어떤지, 고은희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휴일에만 모습을 보이던 미군 헌병대가 평일인데도 야간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미군 성폭행 사건 등을 계기로 평일에는 자정부터 5시간, 주말에는 새벽 3시부터 2시간 동안 미군 통행이 금지되면서 순찰 활동도 강화된 겁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인터뷰> 권희경 (서울 약수동) : "(통금 조치가)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잠깐. 또 나중에 되면 또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통금에다 순찰까지 강화되면서 발 디딜 틈이 없던 거리는 평일엔 비교적 한산합니다.



나이트 클럽은 텅 비었고, 일부 가게는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인터뷰> 동두천 상인 : "평일은 사실 미군들한테 기대서 벌어먹고 살고 있는데 전혀 안 나오니까 정말 힘드네요. 오늘은 진짜 공친 상탭니다."



야간 통행제한 조치는 지난 7일부터 한달동안만 실시됩니다.



미군에 대한 나쁜 여론과 통행제한 조치로 지금은 조용한 모습이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이런 평화는 머지않아 흥청거림으로 바뀌고 국민들은 다시 범죄 우려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미군측이 서둘러 야간통행금지 조치를 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최근 잇따른 10대 성폭행 사건 발생 시각도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였던 만큼 주한 미군의 범죄 건수와 야간통행금지 조치는 상관 관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지영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자세히 분석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제가 서 있는 이 곳은 주한 미군 기지를 재현한 공간입니다.



현재 주한 미군 병력은 2만 8천 5백명 정돈데요.



점차 감축돼 왔던 미군수는 지난 2008년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을 비롯한 미군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요.



주한미군 범죄 통계를 살펴볼까요? 2006년부터 다소 줄던 범죄 건수가 통행 금지가 해제된 200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무려 377건,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죠.



지난해 7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범죄가 늘고 있어도 정작 우리 수사 당국은 바로 이 SOFA,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묶여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거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가 모든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소파 조항 때문입니다.



송현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 고시텔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미군.



오늘 두 번째 경찰 조사까지 해서 범행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신병은 미군에 있었습니다.



구금 조건이 지극히 제한적인 SOFA 규정 때문입니다.



때문에 주권이 침해되고 초동 수사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인터뷰>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 "붙잡히지 않는 상태라 얼마든 알리바이 만들거나 증거 없앨 시간 벌 수 있어."



특히 살인이나 죄질이 나쁜 성폭력일 때도 경찰이 현장에서 미군을 붙잡았을 때만 구금할 수 있도록 돼 있고, 성폭력일 때는 "죄질이 나쁘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단서가 붙어 있어 미군 구속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 5년 동안 주한 미군을 구속 수사한 사례는 얼마 전 동두천 10대 성폭행까지 다 해도 세 건뿐입니다.



게다가 미군이 1심에서 무죄를 받거나 항소하지 않으면 검찰이 항소할 수 없도록 한 대표적 독소 조항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008년에는 주일미군 범죄로 일본 열도가 들끓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0년대, 주일미군의 성폭행 사건으로 미-일 간 소파 규정이 개선됐지만 중범죄가 재발한 겁니다.



우리의 경우 잇따른 주한미군 범죄에 미국이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이영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995년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미군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하고 미군이 중대범죄를 저지르면 기소 전에 조사할 수 있도록 미-일 소파 규정이 개선됐습니다.



이미 지난 2002년 효순 미선양 사건을 경험한 미국 정부는 이번에는 즉각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인터뷰> 커트 캠벨(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지난 7일)



미 정부는 이와 함께 주한 미군에 가족과 함께 장기 근무할 수 있는 기혼사병을 확대 배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이 날 때만 관심을 보이고 정작 일본보다 못한 소파 협정 문제는 미국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이윱니다.



적어도 일본 수준의 소파 개정이 뒤따르도록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질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영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