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사령탑, 서로 다른 ‘진루 속앓이’

1승1패로 맞선 채 한국시리즈 행 티켓의 향방을 놓고 운명의 일전을 벌이는 SK와 롯데의 사령탑이 진루와 관련해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대행은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를 앞두고 '달리는 야구'가 어려워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행은 "대부분 선수가 허벅지나 발목 등 부상을 안고 뛰는 상태"라며 "되도록 무리해 뛰지 말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의 2번 타자 박재상도 "부상으로 후반기에 쉬면서 달리는 습관을 들여 놓지 못하다 보니 뛰는 데 소극적으로 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발 빠른 선수들을 다수 보유한 SK는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한 차례도 도루를 성공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도루가 없을 뿐 아니라 16~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1~2차전에서는 정근우와 박재상이 한 차례씩 투수 견제에 걸려 횡사하는 등 특유의 빠른 야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대행은 "주자들이 상대를 얕본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 포수 강민호의 송구가 빨라 평소처럼 리드하면 도루가 어려워서 주자들이 무리하게 한 걸음씩 더 나갔다가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행은 또 "롯데가 번트 시프트와 견제 등 세밀한 부분이 좋아졌다"면서 "송승준 등 투수들이 퀵모션을 많이 연습한 것 같더라. 반대로 우리는 투수들이 방심한데다 포수 정상호가 2루로 자신 있게 송구하지 못해 도루를 많이 당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대행의 말대로 롯데는 1, 2차전 합계 4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발야구'에서 SK를 압도했다.

그러나 양승호 롯데 감독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있다.

선수들이 주자를 득점권에 보내는 희생 번트 경험이 적다 보니 기회를 더 많이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17일 2차전에서도 롯데는 2회 무사 1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강민호와 황재균, 조성환이 연속 범타로 물러나 선취점을 내는 시점이 늦어졌다.

양 감독은 "홍성흔과 강민호 등이 워낙 번트를 못 대다 보니 9회말 무사 2루에서도 번트 사인을 낼 수 없다"면서 "문규현 정도만 작전 수행 능력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양 감독은 "시즌 초 강민호가 번트를 제대로 못 댄 적이 있어 알아보니 로이스터 전 감독 시기에 번트를 아예 안 댔다더라"면서 "4년 만에 번트를 시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 티켓의 향방을 가를 3차전에서 박빙의 순간 두 감독이 '진루'와 관련한 서로 다른 고민을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