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주러 대사 부임…“가스관 연결, 때되면 정부간 협의”

입력 2011.10.21 (07:44) 수정 2011.10.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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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주러 대사 부임..문화교류 활성화도 기대돼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정부 차원의 협의로 격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달 중순 모스크바로 떠나는 위성락 신임 러시아 주재 대사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해 현재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의 기업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위성락 신임 대사에게는 안보 분야에서 한ㆍ러 협력이라는 주요 임무가 주어져 있지만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문제도 또 다른 숙제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을 비롯해 러시아의 풍부한 잠재적 에너지ㆍ자원시장 개발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게 과제다. 제조업은 물론 항공우주ㆍITㆍ원자력ㆍ금속ㆍ화학분야로 투자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외교'의 몫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갈등과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동북아 역내 질서를 '안정화'하고 새로운 다자협력의 메커니즘을 만들려면 한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는 것이 긴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지난 2년7개월간 6자회담 수석대표직을 맡으면서 한반도 문제를 통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ㆍ중처럼 직접적 영향력을 주지는 않지만 동북아 전체의 협력과 평화안정을 꾀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역할의 중요성을 분명히 느낀 것이다.

그는 러시아어에 능통한 주러 대사다. 미국 몬터레이 국방언어연구소 연수 시절 러시아 알파벳조차 모르는 '까막눈'으로 시작해 처음에는 수업을 쫓아가기도 버거웠지만 타고난 어재(語才)와 성실함으로 졸업할 때 최고 성적을 거뒀다. 예술적ㆍ문학적 소양도 깊어 양국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위 대사는 화가인 부인 김상학(56)씨와 단둘이 모스크바로 떠난다. 그는 21일 "두 아들은 모두 장성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아내와 둘뿐이니까 짐도 많이 가져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러 대사로 부임하는 소감은.

▲대(對) 러시아 외교를 잘해야 북핵문제 해결과 동아시아 전체 협력을 원활히 꾸려나갈 수 있다. 특히 북핵문제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해가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

▲그동안 북핵 문제에서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접근법을 추구해왔다. 러시아의 역할은 대화와 압박 모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한ㆍ러 간 공조를 통해 북핵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는 데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양자협력을 진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ㆍ통상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증진시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

나아가 양자협력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공동 번영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 러시아는 6자회담 틀에서 지역협력과 평화안정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점에 눈을 돌리겠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시장의 잠재력은.

▲에너지ㆍ자원 분야에서 러시아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현재의 생산량은 물론 매장량과 잠재적 매장량까지 따지면 더더욱 압도적이다. 극동 지역에는 풍부한 자원의 잠재적 매장지가 있다. 잘 활용하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정치안보적으로 장애요인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외교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한다면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현재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의 기업 간 양자차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면 정부 차원의 협의로 격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사업인 만큼 협의의 폭이나 심도가 더해갈 것으로 예상한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경제 이외의 영역에까지 선순환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와의 투자협력을 확대할 복안이 있나.

▲러시아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는 중요한 영역에서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 이를 독려하는 방안을 찾아볼 생각이다. 러시아는 항공ㆍ우주ㆍ원자력ㆍITㆍ금속ㆍ화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시킬 방법은.

▲러시아는 음악ㆍ무용ㆍ문학ㆍ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 문화수준이 높다. 우리 근대문학의 태동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았고 한국인들은 러시아 문화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예술 분야에는 러시아 유학생도 많아 문화 교류에서 긍정적인 여건이 될 것이다.

--다음 주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북미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7월과 9월 두 차례 남북 비핵화회담을 했고 이 과정을 이어간다면 남북 간에 일정한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2차 북미대화도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도 내부 역학구도가 있는 만큼 북한이 궁극적으로 어떤 입장 취할지는 주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도 마찬가지로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으냐. 그런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음 협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6자회담이 임박했다고 보나.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북한에 대해서는 항상 냉정하게, 다소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겨냥하는 것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선 비핵화 사전조치 확보다. 비핵화 사전조치는 전체 비핵화 과정으로 봤을 때 초기 단계의 일이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은 그다음 단계다.

6자회담은 아직 안 열렸지만 크게 볼 때는 협상 과정에 진입했다고 본다. 사실 대화와 압박도 크게 구분해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북측도 대화와 대화 바깥을 모두 하나로 묶어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북한 내부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 결국 6자회담과 양자회담, 그 밖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잘 조율된 전략을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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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21 07:44:01
    • 수정2011-10-21 14:26:17
    연합뉴스
내달 주러 대사 부임..문화교류 활성화도 기대돼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면 정부 차원의 협의로 격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달 중순 모스크바로 떠나는 위성락 신임 러시아 주재 대사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사업과 관련해 현재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의 기업 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위성락 신임 대사에게는 안보 분야에서 한ㆍ러 협력이라는 주요 임무가 주어져 있지만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문제도 또 다른 숙제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을 비롯해 러시아의 풍부한 잠재적 에너지ㆍ자원시장 개발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는 게 과제다. 제조업은 물론 항공우주ㆍITㆍ원자력ㆍ금속ㆍ화학분야로 투자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외교'의 몫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갈등과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동북아 역내 질서를 '안정화'하고 새로운 다자협력의 메커니즘을 만들려면 한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는 것이 긴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지난 2년7개월간 6자회담 수석대표직을 맡으면서 한반도 문제를 통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ㆍ중처럼 직접적 영향력을 주지는 않지만 동북아 전체의 협력과 평화안정을 꾀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역할의 중요성을 분명히 느낀 것이다. 그는 러시아어에 능통한 주러 대사다. 미국 몬터레이 국방언어연구소 연수 시절 러시아 알파벳조차 모르는 '까막눈'으로 시작해 처음에는 수업을 쫓아가기도 버거웠지만 타고난 어재(語才)와 성실함으로 졸업할 때 최고 성적을 거뒀다. 예술적ㆍ문학적 소양도 깊어 양국 간 문화교류를 활성화하는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위 대사는 화가인 부인 김상학(56)씨와 단둘이 모스크바로 떠난다. 그는 21일 "두 아들은 모두 장성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아내와 둘뿐이니까 짐도 많이 가져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러 대사로 부임하는 소감은. ▲대(對) 러시아 외교를 잘해야 북핵문제 해결과 동아시아 전체 협력을 원활히 꾸려나갈 수 있다. 특히 북핵문제를 다루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지향해가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조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 ▲그동안 북핵 문제에서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접근법을 추구해왔다. 러시아의 역할은 대화와 압박 모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한ㆍ러 간 공조를 통해 북핵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는 데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양자협력을 진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ㆍ통상 분야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증진시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야 한다. 나아가 양자협력이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공동 번영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 러시아는 6자회담 틀에서 지역협력과 평화안정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점에 눈을 돌리겠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시장의 잠재력은. ▲에너지ㆍ자원 분야에서 러시아의 위치는 압도적이다. 현재의 생산량은 물론 매장량과 잠재적 매장량까지 따지면 더더욱 압도적이다. 극동 지역에는 풍부한 자원의 잠재적 매장지가 있다. 잘 활용하면 우리가 경제적으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 정치안보적으로 장애요인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외교적으로 현명하게 대응한다면 협력방안을 찾을 수 있다. --남ㆍ북ㆍ러 가스관 연결이 초미의 관심사인데. ▲현재 한국과 러시아, 북한과 러시아의 기업 간 양자차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면 정부 차원의 협의로 격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사업인 만큼 협의의 폭이나 심도가 더해갈 것으로 예상한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경제 이외의 영역에까지 선순환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와의 투자협력을 확대할 복안이 있나. ▲러시아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는 중요한 영역에서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 이를 독려하는 방안을 찾아볼 생각이다. 러시아는 항공ㆍ우주ㆍ원자력ㆍITㆍ금속ㆍ화학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시킬 방법은. ▲러시아는 음악ㆍ무용ㆍ문학ㆍ미술 등 다방면에 걸쳐 문화수준이 높다. 우리 근대문학의 태동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러시아 문학의 영향을 받았고 한국인들은 러시아 문화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예술 분야에는 러시아 유학생도 많아 문화 교류에서 긍정적인 여건이 될 것이다. --다음 주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인 2차 북미대화를 어떻게 전망하나. ▲7월과 9월 두 차례 남북 비핵화회담을 했고 이 과정을 이어간다면 남북 간에 일정한 접점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2차 북미대화도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도 내부 역학구도가 있는 만큼 북한이 궁극적으로 어떤 입장 취할지는 주시해야 한다. 우리나라나 미국도 마찬가지로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으냐. 그런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음 협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6자회담이 임박했다고 보나.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북한에 대해서는 항상 냉정하게, 다소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겨냥하는 것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선 비핵화 사전조치 확보다. 비핵화 사전조치는 전체 비핵화 과정으로 봤을 때 초기 단계의 일이다.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은 그다음 단계다. 6자회담은 아직 안 열렸지만 크게 볼 때는 협상 과정에 진입했다고 본다. 사실 대화와 압박도 크게 구분해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북측도 대화와 대화 바깥을 모두 하나로 묶어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북한 내부의 움직임까지 고려해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 결국 6자회담과 양자회담, 그 밖의 모든 요소를 고려해 잘 조율된 전략을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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