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위기, 여전히 첩첩산중

입력 2011.10.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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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회의 전격 취소...핵심쟁점 이견 여전한 듯

유로위기 해결을 위한 26일(이하 현지시간)의 2차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EU 재무장관 회담이 전격 취소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중앙은행(ECB) 동참을 명시한 정상회담 성명 초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등 막판 돌파구 마련이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또다른 핵심 사안들인 그리스 채권은행 손실률(헤어컷) 상향 조정과 유럽은행 자본 보강도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또 패키지 합의에 포함돼야 하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차입 증액 역시 핵심인 목표치 설정을 차기 유로 재무장관 회담으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회담은 내달 7일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국제통화기금(IMF)이 EFSF의 '투자구조화증권'(SIV)에 참여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유로권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탈리아도 집권 연정 내 마찰로 EU가 개혁의 핵심으로 압박해온 연금제도 손질이 여의치 않아 가뜩이나 힘든 유로 위기 해결에 또다른 짐을 안겼다.

◇EU 재무회담 전격 취소 = EU 재무장관들은 정상회동에 앞서 가지려던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이 때문에 '결국 최악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는 25일 6주여 사이 바닥으로 떨어져 1.3923을 기록했으며 금값도 이날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날보다 2.9% 상승해 온스당 1,700.40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그러나 유로 외교 소식통은 AFP에 "재무장관들이 지난 주말 (이미 할 수 있는만큼) 합의한 상태"라면서 따라서 "정상회담에 앞서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취소한 것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말했다.

◇패키지 핵심사안 모두 '미결' = FT와 로이터는 EU 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의 핵심 사안이 모두 합의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FT는 EU 정상회담 성명 초안에 그리스 헤어컷 상향 조정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대신 그리스 2차 구제 문제를 향후 마무리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들어 있다고 전했다.

EFSF 차입 증액에 대해서도 기존의 4천400억유로를 어느 수준까지 높인다는 언급이 없는 대신 "구체적인 목표치는 추후 잠정적인 투자자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우회한 것으로 신문은 지적했다.

로이터는 채무 위기국 채권 보유로 타격받고 있는 유럽은행 자본 보강도 당초 관측된 수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ECB 동참에 제동 =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ECB가 유로 채무 위기 해결에 더 참여하라는 정치권의 압박과 관련해 오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EU 정상회담 성명 초안에 ECB의 동참을 명시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독일은 이 부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초안은 "유로 물가 안정에 관한 ECB의 역할을 정상들이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지금의 예외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한 예외적인 조치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AFP가 전했다.

AFP는 예외적인 조치가 ECB의 위기국 채권 매입 프로그램 재개를 의미한다면서 지난해말 가동된 후 지금까지 모두 1천695억유로 어치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개혁 삐걱 = EU는 유로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압박해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우파 연정은 26일을 시한으로 개혁의 핵심인 연금 손질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연정 내 극우 세력인 북부동맹이 강력히 반발해 합의가 여의치 않다고 AF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AFP는 이탈리아의 개혁 여부가 EU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또다른 핵심 가늠자임을 상기시켰다.

◇IMF, EFSF 동참 검토 = 로이터는 유로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IMF가 EFSF의 차입 증액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IMF가 SIV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IMF의 동참 여부가 "전체 패키지가 어떻게 합의되느냐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관론 여전: 영국 신문 가디언은 25일 EU 정상회담이 사실상의 마지막 정치 담판장이라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든지 아니면 유로가 깨지는 꼭지점에 왔다"고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토론토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로권이 결국 채무 위기를 실질적으로 풀어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유로가 깨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제임스 샤프트도 로이터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유로권이 어떤 처방을 내놓더라도 "1회용 반창고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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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 위기, 여전히 첩첩산중
    • 입력 2011-10-26 08:24:22
    연합뉴스
재무장관회의 전격 취소...핵심쟁점 이견 여전한 듯 유로위기 해결을 위한 26일(이하 현지시간)의 2차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EU 재무장관 회담이 전격 취소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중앙은행(ECB) 동참을 명시한 정상회담 성명 초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등 막판 돌파구 마련이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또다른 핵심 사안들인 그리스 채권은행 손실률(헤어컷) 상향 조정과 유럽은행 자본 보강도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또 패키지 합의에 포함돼야 하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차입 증액 역시 핵심인 목표치 설정을 차기 유로 재무장관 회담으로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회담은 내달 7일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국제통화기금(IMF)이 EFSF의 '투자구조화증권'(SIV)에 참여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유로권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탈리아도 집권 연정 내 마찰로 EU가 개혁의 핵심으로 압박해온 연금제도 손질이 여의치 않아 가뜩이나 힘든 유로 위기 해결에 또다른 짐을 안겼다. ◇EU 재무회담 전격 취소 = EU 재무장관들은 정상회동에 앞서 가지려던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이 때문에 '결국 최악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는 25일 6주여 사이 바닥으로 떨어져 1.3923을 기록했으며 금값도 이날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날보다 2.9% 상승해 온스당 1,700.40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그러나 유로 외교 소식통은 AFP에 "재무장관들이 지난 주말 (이미 할 수 있는만큼) 합의한 상태"라면서 따라서 "정상회담에 앞서 다시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취소한 것이기 때문에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말했다. ◇패키지 핵심사안 모두 '미결' = FT와 로이터는 EU 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의 핵심 사안이 모두 합의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FT는 EU 정상회담 성명 초안에 그리스 헤어컷 상향 조정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대신 그리스 2차 구제 문제를 향후 마무리한다는 애매한 문구만 들어 있다고 전했다. EFSF 차입 증액에 대해서도 기존의 4천400억유로를 어느 수준까지 높인다는 언급이 없는 대신 "구체적인 목표치는 추후 잠정적인 투자자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우회한 것으로 신문은 지적했다. 로이터는 채무 위기국 채권 보유로 타격받고 있는 유럽은행 자본 보강도 당초 관측된 수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메르켈, ECB 동참에 제동 = 메르켈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ECB가 유로 채무 위기 해결에 더 참여하라는 정치권의 압박과 관련해 오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EU 정상회담 성명 초안에 ECB의 동참을 명시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독일은 이 부분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초안은 "유로 물가 안정에 관한 ECB의 역할을 정상들이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지금의 예외적인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한 예외적인 조치도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AFP가 전했다. AFP는 예외적인 조치가 ECB의 위기국 채권 매입 프로그램 재개를 의미한다면서 지난해말 가동된 후 지금까지 모두 1천695억유로 어치를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개혁 삐걱 = EU는 유로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압박해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우파 연정은 26일을 시한으로 개혁의 핵심인 연금 손질에 안간힘을 써왔으나 연정 내 극우 세력인 북부동맹이 강력히 반발해 합의가 여의치 않다고 AFP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AFP는 이탈리아의 개혁 여부가 EU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늠할 또다른 핵심 가늠자임을 상기시켰다. ◇IMF, EFSF 동참 검토 = 로이터는 유로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IMF가 EFSF의 차입 증액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IMF가 SIV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IMF의 동참 여부가 "전체 패키지가 어떻게 합의되느냐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관론 여전: 영국 신문 가디언은 25일 EU 정상회담이 사실상의 마지막 정치 담판장이라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든지 아니면 유로가 깨지는 꼭지점에 왔다"고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토론토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로권이 결국 채무 위기를 실질적으로 풀어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유로가 깨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제임스 샤프트도 로이터에 실린 기명 칼럼에서 유로권이 어떤 처방을 내놓더라도 "1회용 반창고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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