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채 손실률 확대 ‘진통’

입력 2011.10.27 (08:01) 수정 2011.10.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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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률 50% 의견수렴...다만 교환 국채 신용보강 이견"
선결과제 중 유럽은행 자본확충은 해결...EFSF 확대 미결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헤어컷) 확대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면서 손실률을 확대하려면 유럽은행 자본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계획을 아우르는 `포괄적'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 국채 손실률 확대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유로존 정부들과 은행들이 애초 21%로 정한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는 데에는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 교환될 국채의 신용보강을 놓고 이견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그리스 빚부담 낮춰야 =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21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1천9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민간채권단도 손실분담에 참여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 참여(PSI)는 국채 교환·롤오버(차환), 환매(바이백) 등을 통해 2011~2014년 총 500억 유로를 기여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손실률은 21%였다.

그러나 이런 2차 지원안으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으로 번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그리스가 스스로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 빚을 탕감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고조됐다. 이에 유로존이 현실을 인정하고 손실률 확대를 추진한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재정 긴축으로 예상보다 침체폭이 커지고 이는 다시 재정 적자 감축 목표 달성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출현한 현상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실사팀은 그리스에 대한 5차 점검을 마친 뒤 일종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추정했다.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면 2020년 이 비율이 120%로 낮아질 것으로 나왔다. 60%로 높이면 이 비율은 11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손실률을 21%로 한 이전 계획대로라면 이 비율은 올해 수준(160%. 추정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손실률이 50%로 확대되면 현재 3천500억유로 수준인 정부 부채가 20% 줄어들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 "손실률 50% 의견수렴..신용보강 이견" = 익명을 요구한 EU 소식통들은 유로존 정부들과 은행들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그리스 국채 손실률이 적어도 50%는 돼야 한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협상을 중재한 국제금융협회(IIF) 대변인은 이날 "IIF 측이 전날 밤 자발적인 그리스 국채 교환에 중요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 IIF가 지난주 제의한 40%를 넘는 새로운 손실률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양측이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는 데에는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 교환될 그리스 국채에 대해 원금 상환을 보장하는 신용보강을 얼마나 할지를 놓고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에는 민간채권단의 국채 손실률 확대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자리 잡고 있다.

◇ EFSF 가용 재원 확대 선결돼야 = 유로존은 유럽 은행 등 유럽 전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손실률 확대가 미리 마련해놓은 통제 장치에 따라 `질서있는 디폴트'로 전개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그리스 은행들에 대해선 국유화 등의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또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나 독일 은행들도 손실률이 확대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위험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과 이들 은행에 위험노출이 많은 제3의 은행들도 `유로존 회원국 초유의 사실상 디폴트'에 굳건히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금융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 확대와 가격이 떨어진 다른 위기국의 국채를 시가로 반영하기 위해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유럽 대형은행들이 내년 6월까지 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Tier 1)을 9%로 높여야 한다"고 합의했다.

은행들이 스스로 자본확충을 하지 못할 경우 정부나 EFSF가 보증을 서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은행들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1천억~1천100억유로 수준이다.

그러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상황이 악화하는 것에 대비해 EFSF의 가용재원도 확대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나오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EU 소식통은 AFP 통신에 유로존 정상들이 이날 회의에서 레버리지를 통해 EFSF 가용 재원을 "수배로" 늘릴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이를 "최소 4배로" 확대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로존 정상들이 큰 방향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치'에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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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국채 손실률 확대 ‘진통’
    • 입력 2011-10-27 08:01:18
    • 수정2011-10-27 16:08:07
    연합뉴스
"손실률 50% 의견수렴...다만 교환 국채 신용보강 이견" 선결과제 중 유럽은행 자본확충은 해결...EFSF 확대 미결 민간채권단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헤어컷) 확대가 난항을 겪고 있다.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면서 손실률을 확대하려면 유럽은행 자본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계획을 아우르는 `포괄적' 해결 방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그리스 국채 손실률 확대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유로존 정부들과 은행들이 애초 21%로 정한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는 데에는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 교환될 국채의 신용보강을 놓고 이견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그리스 빚부담 낮춰야 =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 7월21일 회의에서 그리스에 1천9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민간채권단도 손실분담에 참여토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민간채권단의 손실분담 참여(PSI)는 국채 교환·롤오버(차환), 환매(바이백) 등을 통해 2011~2014년 총 500억 유로를 기여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손실률은 21%였다. 그러나 이런 2차 지원안으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으로 번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평가가 확산됐다. 그리스가 스스로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 빚을 탕감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고조됐다. 이에 유로존이 현실을 인정하고 손실률 확대를 추진한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재정 긴축으로 예상보다 침체폭이 커지고 이는 다시 재정 적자 감축 목표 달성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출현한 현상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 실사팀은 그리스에 대한 5차 점검을 마친 뒤 일종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추정했다.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면 2020년 이 비율이 120%로 낮아질 것으로 나왔다. 60%로 높이면 이 비율은 11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손실률을 21%로 한 이전 계획대로라면 이 비율은 올해 수준(160%. 추정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손실률이 50%로 확대되면 현재 3천500억유로 수준인 정부 부채가 20% 줄어들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 "손실률 50% 의견수렴..신용보강 이견" = 익명을 요구한 EU 소식통들은 유로존 정부들과 은행들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그리스 국채 손실률이 적어도 50%는 돼야 한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협상을 중재한 국제금융협회(IIF) 대변인은 이날 "IIF 측이 전날 밤 자발적인 그리스 국채 교환에 중요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 IIF가 지난주 제의한 40%를 넘는 새로운 손실률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양측이 손실률을 50%로 확대하는 데에는 의견수렴이 이뤄지고 있지만 새로 교환될 그리스 국채에 대해 원금 상환을 보장하는 신용보강을 얼마나 할지를 놓고 이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에는 민간채권단의 국채 손실률 확대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도 자리 잡고 있다. ◇ EFSF 가용 재원 확대 선결돼야 = 유로존은 유럽 은행 등 유럽 전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그리스 국채 손실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손실률 확대가 미리 마련해놓은 통제 장치에 따라 `질서있는 디폴트'로 전개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한 그리스 은행들에 대해선 국유화 등의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또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프랑스나 독일 은행들도 손실률이 확대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아울러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위험국의 국채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과 이들 은행에 위험노출이 많은 제3의 은행들도 `유로존 회원국 초유의 사실상 디폴트'에 굳건히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을 금융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그리스 국채의 손실률 확대와 가격이 떨어진 다른 위기국의 국채를 시가로 반영하기 위해 유럽 은행들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유로존 정상들은 이날 "유럽 대형은행들이 내년 6월까지 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Tier 1)을 9%로 높여야 한다"고 합의했다. 은행들이 스스로 자본확충을 하지 못할 경우 정부나 EFSF가 보증을 서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은행들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는 1천억~1천100억유로 수준이다. 그러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상황이 악화하는 것에 대비해 EFSF의 가용재원도 확대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나오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EU 소식통은 AFP 통신에 유로존 정상들이 이날 회의에서 레버리지를 통해 EFSF 가용 재원을 "수배로" 늘릴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이를 "최소 4배로" 확대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로존 정상들이 큰 방향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수치'에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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