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대의 연애담…‘티끌모아 로맨스’

입력 2011.11.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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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월세 방에서도 쫓겨날 상태에 놓인 청년 백수 지웅(송중기). 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의 앞에 옆집에 사는 홍실(한예슬)이 나타나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두 달간 자신을 잘 따르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홍실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 지웅은 쓰레기통을 뒤적이며 타인이 버린 재활용봉투에 쓰레기를 구겨 넣는 홍실의 짠순이 행각에 경악한다.



그러나 조금씩 쌓여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점점 홍실을 닮아가던 지웅은 호감 가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자 명품 구두를 사주는 무리수를 두다가 홍실에게 걸린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짠순이 연상녀와 철없는 대학생의 전형적인 로맨스이야기지만 젊은 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버무렸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로맨틱코미디다. 영화 초반은 88만원 세대의 우울한 초상이 코믹한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제법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취업에 번번이 떨어지면서도 당당하게 면접관에게 말하는 주인공의 태도나 돈 50원이 없어서 사랑의 도구를 사지 못해 쓴웃음을 삼키는 지웅의 에피소드, 커피전문점에서 설탕을 훔치는 홍실의 에피소드가 초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재미의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끝끝내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 돈밖에 모르는 짠순이와 철딱서니 없는 남자가 벌이는 동거일기는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한 유머들이 작열한다.



사회드라마로서 현실의 세태를 품어 안으며 영화를 좀 더 끌고 가는 것도 괜찮을 법했을 텐데 이 영화로 장편데뷔한 김정환 감독은 너무 일찍 둘의 로맨스에 집중한 듯 보인다. 알콩달콩한 둘의 로맨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은 상영시간 114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한예슬의 짠순이 역은 드라마 등을 통해 익숙하게 봐왔기에 예상 가능하지만 송중기의 변신은 이채롭다. 모범생 이미지를 벗은 송중기는 음탕하면서도 순수하고 게으르면서도 그래도 할 건 하는 신세대 지웅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한예슬의 연기는 돋보이거나 흥미롭지는 않지만, 예상 가능한 길을 걸어가면서도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확한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11월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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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세대의 연애담…‘티끌모아 로맨스’
    • 입력 2011-11-02 10:31:50
    연합뉴스
 매번 취업에 실패하고 월세 방에서도 쫓겨날 상태에 놓인 청년 백수 지웅(송중기). 거리에 나앉게 생긴 그의 앞에 옆집에 사는 홍실(한예슬)이 나타나 함께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두 달간 자신을 잘 따르면 500만원을 주겠다는 홍실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 지웅은 쓰레기통을 뒤적이며 타인이 버린 재활용봉투에 쓰레기를 구겨 넣는 홍실의 짠순이 행각에 경악한다.

그러나 조금씩 쌓여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점점 홍실을 닮아가던 지웅은 호감 가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자 명품 구두를 사주는 무리수를 두다가 홍실에게 걸린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짠순이 연상녀와 철없는 대학생의 전형적인 로맨스이야기지만 젊은 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을 버무렸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로맨틱코미디다. 영화 초반은 88만원 세대의 우울한 초상이 코믹한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제법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취업에 번번이 떨어지면서도 당당하게 면접관에게 말하는 주인공의 태도나 돈 50원이 없어서 사랑의 도구를 사지 못해 쓴웃음을 삼키는 지웅의 에피소드, 커피전문점에서 설탕을 훔치는 홍실의 에피소드가 초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중반부터는 재미의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끝끝내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 돈밖에 모르는 짠순이와 철딱서니 없는 남자가 벌이는 동거일기는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한 유머들이 작열한다.

사회드라마로서 현실의 세태를 품어 안으며 영화를 좀 더 끌고 가는 것도 괜찮을 법했을 텐데 이 영화로 장편데뷔한 김정환 감독은 너무 일찍 둘의 로맨스에 집중한 듯 보인다. 알콩달콩한 둘의 로맨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은 상영시간 114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한예슬의 짠순이 역은 드라마 등을 통해 익숙하게 봐왔기에 예상 가능하지만 송중기의 변신은 이채롭다. 모범생 이미지를 벗은 송중기는 음탕하면서도 순수하고 게으르면서도 그래도 할 건 하는 신세대 지웅을 흥미롭게 표현했다. 한예슬의 연기는 돋보이거나 흥미롭지는 않지만, 예상 가능한 길을 걸어가면서도 포인트를 짚어주는 정확한 연기로 극에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11월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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