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끈 한진重 정리해고 갈등 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1.11.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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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11개월 넘게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10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는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에서 300여일이 넘게 고공농성에 나서면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희망버스'가 지원세력으로 등장, 과거에 없던 새로운 노동운동의 선례를 만들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생산직 400명의 희망퇴직 계획서를 노조에 통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사측은 "신규 선박건조 일감이 떨어지고 중국 조선업체의 도전이 거세 구조조정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노조도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노조는 "대기업이 경영손실 전망을 과장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며 사측의 정리해고 통보 닷새 뒤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어 보름여 뒤인 지난 1월6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크레인 고공시위에 돌입하면서 노조에 힘을 실었다.

사측은 김 지도위원 점거에 대응해 법원에 퇴거명령신청으로 맞서는 등 노조간부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나섰고, 이후 노사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채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희망버스' 정리해고 문제 이슈화 기여 =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자 전국 각지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가 6월초 꾸려져 부산을 방문하면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갔다.

희망버스는 4차례에 걸친 행사에서 전국에서 총인원 3만5천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SNS로 소통하는 이들 시민세력의 지원은 노사문제에 외부세력 개입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의 큰 이슈로 만들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점에서는 노동운동에 있어 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희망버스의 불법시위와 무질서 등은 되짚어볼 대목이다.

부산경찰은 1, 2, 3, 5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25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36명에 대해 출석요구를 해놓은 상태다.

◇정치권 중재 '물꼬' 텄지만..자율교섭 원칙 무너져 = 한진중공업 사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번처럼 노사문제가 정치쟁점화가 됐던 적이 없었던 점이다.

사실 한진중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정치권의 중재 노력이었다.

해고자 94명에 대한 재고용과 해고자 1인당 2천만원 생활자금 지원 등은 노사 협상에서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서 중재권고안 등을 받아들이는 형식 등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타결은 협상 형식은 노사간에 이뤄졌지만 그 물꼬는 노사자율 교섭의 협상테이블이 아닌 정치권 등 외부에 의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 희망버스와 정치권이 개입되면서 노사문제가 보수와 진보 대결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정당성을 인정한 정리해고에 대해 힘과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기업을 압박한 점은 향후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을 제약해 기업활동 환경을 경직시키는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상공계 한 인사는 "노사가 다행히 늦게나마 타결점을 찾았지만 노사문제에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처럼 정치 쟁점으로 비화된 적이 없었다"며 "노사자율과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노사는 물론 부산시, 지역상공계 등에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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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개월 끈 한진重 정리해고 갈등 무엇을 남겼나
    • 입력 2011-11-10 16:31:38
    연합뉴스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11개월 넘게 끌어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10일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는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에서 300여일이 넘게 고공농성에 나서면서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희망버스'가 지원세력으로 등장, 과거에 없던 새로운 노동운동의 선례를 만들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15일 사측이 생산직 400명의 희망퇴직 계획서를 노조에 통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사측은 "신규 선박건조 일감이 떨어지고 중국 조선업체의 도전이 거세 구조조정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노조도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노조는 "대기업이 경영손실 전망을 과장하고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며 사측의 정리해고 통보 닷새 뒤 총파업으로 맞섰다. 이어 보름여 뒤인 지난 1월6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크레인 고공시위에 돌입하면서 노조에 힘을 실었다. 사측은 김 지도위원 점거에 대응해 법원에 퇴거명령신청으로 맞서는 등 노조간부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나섰고, 이후 노사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채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희망버스' 정리해고 문제 이슈화 기여 =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자 전국 각지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희망버스'가 6월초 꾸려져 부산을 방문하면서 한진중공업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갔다. 희망버스는 4차례에 걸친 행사에서 전국에서 총인원 3만5천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SNS로 소통하는 이들 시민세력의 지원은 노사문제에 외부세력 개입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의 큰 이슈로 만들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점에서는 노동운동에 있어 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희망버스의 불법시위와 무질서 등은 되짚어볼 대목이다. 부산경찰은 1, 2, 3, 5차 희망버스 행사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25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36명에 대해 출석요구를 해놓은 상태다. ◇정치권 중재 '물꼬' 텄지만..자율교섭 원칙 무너져 = 한진중공업 사태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번처럼 노사문제가 정치쟁점화가 됐던 적이 없었던 점이다. 사실 한진중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은 정치권의 중재 노력이었다. 해고자 94명에 대한 재고용과 해고자 1인당 2천만원 생활자금 지원 등은 노사 협상에서 논의된 사안이 아니라 조남호 회장이 국회에서 중재권고안 등을 받아들이는 형식 등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타결은 협상 형식은 노사간에 이뤄졌지만 그 물꼬는 노사자율 교섭의 협상테이블이 아닌 정치권 등 외부에 의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또 희망버스와 정치권이 개입되면서 노사문제가 보수와 진보 대결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정당성을 인정한 정리해고에 대해 힘과 정치적 논리를 앞세워 기업을 압박한 점은 향후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구조조정을 제약해 기업활동 환경을 경직시키는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상공계 한 인사는 "노사가 다행히 늦게나마 타결점을 찾았지만 노사문제에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처럼 정치 쟁점으로 비화된 적이 없었다"며 "노사자율과 지역사회에서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노사는 물론 부산시, 지역상공계 등에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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