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감성 샘솟던 ‘예전의 나’ 담았죠”

입력 2011.11.15 (07:30) 수정 2011.11.1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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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동률(37)은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날씨일수록 '따뜻하다'는 단어가 빛나는 이중적인 감성이 존재하는 계절이고, 크리스마스에 민감하진 않지만 영화와 음악이 한껏 로맨틱해지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성은 그의 따뜻하고 로맨틱한 음악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김동률이 겨울을 콘셉트로 한 새 음반 '김동률(kimdongrYULE)'을 15일 발표했다.

2009년 공연 실황 음반과 지난해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만든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로 음반을 냈지만 자신의 정규 음반은 3년 10개월 만이다.

지난 14일 소속사인 여의도 뮤직팜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김동률은 "과거 쓴 곡 중 다른 음반에 수록되는 것보다 빛나도록 아껴 둔 곡을 모아 겨울에 내고 싶었다"며 "또 머릿속 구상을 당시 역량으로 풀어내기 불가능해 잠시 미뤄둔 곡도 있다. 사람들이 '예전의 나 같은 곡'들이어서 반갑다더라"고 소개했다.

음반에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영어의 옛 고어인 '율(YULE)'을 대문자로 강조하고, 트랙 도입부에 '프레이어(Prayer)' '크리스마스잖아요' '크리스마스 선물' 등 멜로디 자체에 겨울의 당위성을 띄는 곡을 배치했지만 크리스마스 용 음반을 내기로 마음 먹고 쓴 곡들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수록곡들은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써둔 미발표 곡들이 주를 이뤄 10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셈이다.

그 기간 중인 1999-2003년은 김동률이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영화 음악을 전공하던 하던 시절로, 음반 해설 자료를 쓴 유희열에 따르면 그의 감성이 가장 샘솟던 시기. 신곡임에도 10년을 흘려보내고 들으니 과거의 김동률과 재회한 듯 익숙한 서정이 반갑다.

그는 곡들이 주로 만들어진 유학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겐 그 때까지가 어른이 되기 직전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이란 울타리에 있으며 제 인생을 확 뒤집을 수 있는 나이였죠. 지금은 제가 어떻게 살 지 막연하게 길이 정해졌지만 그때는 제 인생에서 뭔가에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가장 행복했고 치열했던 시기죠."

이때의 감성이 담긴 곡들 중엔 오랜만에 절규하는 창법, 드라마틱한 멜로디, 꽉 찬 사운드도 만날 수 있다. 김동률은 "발라드를 좋아하는 내가 베란다프로젝트로 소박한 음악을 했더니 다시 몸이 근질해졌다"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곡이 2000년 초반 쓴 타이틀곡 '리플레이(Replay)'. 발라드임에도 5분 39초 길이의 웅장한 사운드가 여러 차례 전조를 거치며 펼쳐진다.

"(1999년 발표된) 이승환 씨의 '천일동안'은 제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쇼킹한 곡이었죠. 이후 '리플레이'를 썼는데 '천일동안'처럼 완성도를 높이기엔 제작비 걱정과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녹음 때는 오버해서 노래해야 해 고민했죠. 30대 후반인데 마치 교복입고 학생 연기를 하는 것처럼 민망하고 창피했어요. 하하."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한 '겨울잠'은 미국 유학 시절 쓴 소박한 곡으로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노래다.

그는 "진심에서 우러나 작곡한다지만 순도의 퍼센티지가 조금씩 다르다"며 "그런 의미에서 '겨울잠'은 기존 발표한 '동반자' '새' '귀향' '잔향'처럼 순도가 무척 높은 곡이다. 화려한 음반에 넣으면 사장되지 않고 존재감이 있을 것 같아 담았다. 왜 이런 곡은 타이틀곡이면 안될까"라고 반문했다.

성가 풍의 '프레이어'는 "유학 시절 대위법 숙제를 하다가 만든 곡"이라며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전공하지 못한 사람이 지적 허영심을 충족한 곡"이라며 웃었다.

히트곡 '취중진담'에서 술기운을 빌렸던 그는 '크리스마스잖아요'에선 크리스마스에 기대어 사랑 고백을 한다. 그의 주변인들이 말하는 '예민, 신중, 소심, 꼼꼼'한 김동률과 닮은 노랫말이다.

"'아이처럼' '취중진담' 가사에서처럼 제 안에 그런 사람이 있나 봐요. 사실 제가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죠. 욕심이 많아 남들보다 멀었다고 늘 만족 못하니 그런 애가 존재하나 봐요. 사랑엔 소심할 때도 아닌 경우도 있는데…."

깐깐한 성격임에도 김동률에게는 많은 음악 동료들이 있다. 1998년 작곡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선 유희열, 이상순, 윤상, 정재윤, 이적, 박정현 등 18명의 선후배들이 함께 노래했다. 1990년대 스타일로 편곡하고 당시 유행하던 건반인 SY99를 구해 연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유일한 최근 곡은 올해 초 쓴 박새별과의 듀엣곡 '새로운 시작'. 또 2000년 '희망' 음반에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과 '한 겨울밤의 꿈'을 새롭게 편곡해 불렀다.

"'희망'은 미국에서 혼자 만든 음반인데 실력이 버거운 걸 무리해 만들어 전곡을 리메이크 하고 싶을 정도죠. '크리스마스 선물'은 캐럴인데 당시 록을 베이스로 한 게 판단 '미스'였기에 이번엔 오케스트라 위주로 편곡했어요. 뮤지컬 풍의 '한 겨울밤의 꿈'은 스윙 발라드로 편곡했고요. 마이클 부블레처럼요."



한곡 한곡을 꼼꼼하게 설명한 그는 스스로도 '범생이' 기질이 있다고 했다.

유학을 택했던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대학 교육 4년 후 사회생활 전 지적인 투자를 하는데 평생 음악할 사람이 감으로만 음악하는 건 스스로에게 소홀한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또 대학 시절부터 활동해 나름 권태기도 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공부를 마친 후 다시 돌아오기 싫었어요. 당시 일본 유명 피아니스트 히로미 우에하라와 버클리음대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가 된 것처럼 히로미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며 제 음악이 하찮게 느껴진 적도 있어요. 그런데 히로미가 '난 3-4분 안에 기승전결 있는 멜로디, 가사를 못 쓰는데 넌 왜 다른 걸 부러워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더군요. 그 조언이 와 닿았어요. 제가 가진 장기는 한국 사람들의 동시대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악이니까요. 이를테면 도메스틱 용 뮤지션, 하하.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김동률은 공들여 만든 음반을 방송이 아닌 콘서트 무대에서 펼쳐보인다.

2008년 2만 관객을 모으며 공연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다음 달 24-26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김동률'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절대 나쁘지 않은 무대를 선보일 생각이란다.

공연 무대만 고려할 뿐, 음악 프로그램 MC인 유희열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정재형 등 동료들처럼 방송 출연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세가지죠. '일단 잘됐다, 부럽지 않다, 외롭다'예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건 보기 좋아요. 하지만 전 '끼'가 없어 그럴 생각이 없기에 부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이젠 음악만 해서 되는 시대가 아닌데 제가 고집 피우며 못 따라간다는 시선을 받을 때는 외롭죠."

자신의 음악들을 모아 뮤지컬로 만들 생각은 없을까.

"사실 '아바'나 할 수 있죠. 아바의 곡이 뮤지컬 '맘마미아'로 가능했던 건 음악의 가사가 버라이어티하기 때문이에요. 제 노래는 주로 이별 가사여서 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만 하고 말 거예요. 하지만 뮤지컬을 위한 창작곡을 써볼 용의는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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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률 “감성 샘솟던 ‘예전의 나’ 담았죠”
    • 입력 2011-11-15 07:30:32
    • 수정2011-11-15 13:19:05
    연합뉴스
싱어송라이터 김동률(37)은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날씨일수록 '따뜻하다'는 단어가 빛나는 이중적인 감성이 존재하는 계절이고, 크리스마스에 민감하진 않지만 영화와 음악이 한껏 로맨틱해지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성은 그의 따뜻하고 로맨틱한 음악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김동률이 겨울을 콘셉트로 한 새 음반 '김동률(kimdongrYULE)'을 15일 발표했다. 2009년 공연 실황 음반과 지난해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만든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로 음반을 냈지만 자신의 정규 음반은 3년 10개월 만이다. 지난 14일 소속사인 여의도 뮤직팜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김동률은 "과거 쓴 곡 중 다른 음반에 수록되는 것보다 빛나도록 아껴 둔 곡을 모아 겨울에 내고 싶었다"며 "또 머릿속 구상을 당시 역량으로 풀어내기 불가능해 잠시 미뤄둔 곡도 있다. 사람들이 '예전의 나 같은 곡'들이어서 반갑다더라"고 소개했다. 음반에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영어의 옛 고어인 '율(YULE)'을 대문자로 강조하고, 트랙 도입부에 '프레이어(Prayer)' '크리스마스잖아요' '크리스마스 선물' 등 멜로디 자체에 겨울의 당위성을 띄는 곡을 배치했지만 크리스마스 용 음반을 내기로 마음 먹고 쓴 곡들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수록곡들은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써둔 미발표 곡들이 주를 이뤄 10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셈이다. 그 기간 중인 1999-2003년은 김동률이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영화 음악을 전공하던 하던 시절로, 음반 해설 자료를 쓴 유희열에 따르면 그의 감성이 가장 샘솟던 시기. 신곡임에도 10년을 흘려보내고 들으니 과거의 김동률과 재회한 듯 익숙한 서정이 반갑다. 그는 곡들이 주로 만들어진 유학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겐 그 때까지가 어른이 되기 직전이었던 것 같아요. 학생이란 울타리에 있으며 제 인생을 확 뒤집을 수 있는 나이였죠. 지금은 제가 어떻게 살 지 막연하게 길이 정해졌지만 그때는 제 인생에서 뭔가에 고민하며 혼란스러운, 가장 행복했고 치열했던 시기죠." 이때의 감성이 담긴 곡들 중엔 오랜만에 절규하는 창법, 드라마틱한 멜로디, 꽉 찬 사운드도 만날 수 있다. 김동률은 "발라드를 좋아하는 내가 베란다프로젝트로 소박한 음악을 했더니 다시 몸이 근질해졌다"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곡이 2000년 초반 쓴 타이틀곡 '리플레이(Replay)'. 발라드임에도 5분 39초 길이의 웅장한 사운드가 여러 차례 전조를 거치며 펼쳐진다. "(1999년 발표된) 이승환 씨의 '천일동안'은 제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쇼킹한 곡이었죠. 이후 '리플레이'를 썼는데 '천일동안'처럼 완성도를 높이기엔 제작비 걱정과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번 녹음 때는 오버해서 노래해야 해 고민했죠. 30대 후반인데 마치 교복입고 학생 연기를 하는 것처럼 민망하고 창피했어요. 하하."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한 '겨울잠'은 미국 유학 시절 쓴 소박한 곡으로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노래다. 그는 "진심에서 우러나 작곡한다지만 순도의 퍼센티지가 조금씩 다르다"며 "그런 의미에서 '겨울잠'은 기존 발표한 '동반자' '새' '귀향' '잔향'처럼 순도가 무척 높은 곡이다. 화려한 음반에 넣으면 사장되지 않고 존재감이 있을 것 같아 담았다. 왜 이런 곡은 타이틀곡이면 안될까"라고 반문했다. 성가 풍의 '프레이어'는 "유학 시절 대위법 숙제를 하다가 만든 곡"이라며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전공하지 못한 사람이 지적 허영심을 충족한 곡"이라며 웃었다. 히트곡 '취중진담'에서 술기운을 빌렸던 그는 '크리스마스잖아요'에선 크리스마스에 기대어 사랑 고백을 한다. 그의 주변인들이 말하는 '예민, 신중, 소심, 꼼꼼'한 김동률과 닮은 노랫말이다. "'아이처럼' '취중진담' 가사에서처럼 제 안에 그런 사람이 있나 봐요. 사실 제가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죠. 욕심이 많아 남들보다 멀었다고 늘 만족 못하니 그런 애가 존재하나 봐요. 사랑엔 소심할 때도 아닌 경우도 있는데…." 깐깐한 성격임에도 김동률에게는 많은 음악 동료들이 있다. 1998년 작곡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선 유희열, 이상순, 윤상, 정재윤, 이적, 박정현 등 18명의 선후배들이 함께 노래했다. 1990년대 스타일로 편곡하고 당시 유행하던 건반인 SY99를 구해 연주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유일한 최근 곡은 올해 초 쓴 박새별과의 듀엣곡 '새로운 시작'. 또 2000년 '희망' 음반에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과 '한 겨울밤의 꿈'을 새롭게 편곡해 불렀다. "'희망'은 미국에서 혼자 만든 음반인데 실력이 버거운 걸 무리해 만들어 전곡을 리메이크 하고 싶을 정도죠. '크리스마스 선물'은 캐럴인데 당시 록을 베이스로 한 게 판단 '미스'였기에 이번엔 오케스트라 위주로 편곡했어요. 뮤지컬 풍의 '한 겨울밤의 꿈'은 스윙 발라드로 편곡했고요. 마이클 부블레처럼요." 한곡 한곡을 꼼꼼하게 설명한 그는 스스로도 '범생이' 기질이 있다고 했다. 유학을 택했던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대학 교육 4년 후 사회생활 전 지적인 투자를 하는데 평생 음악할 사람이 감으로만 음악하는 건 스스로에게 소홀한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또 대학 시절부터 활동해 나름 권태기도 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공부를 마친 후 다시 돌아오기 싫었어요. 당시 일본 유명 피아니스트 히로미 우에하라와 버클리음대에서 함께 공부했는데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가 된 것처럼 히로미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며 제 음악이 하찮게 느껴진 적도 있어요. 그런데 히로미가 '난 3-4분 안에 기승전결 있는 멜로디, 가사를 못 쓰는데 넌 왜 다른 걸 부러워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더군요. 그 조언이 와 닿았어요. 제가 가진 장기는 한국 사람들의 동시대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악이니까요. 이를테면 도메스틱 용 뮤지션, 하하. 그때의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김동률은 공들여 만든 음반을 방송이 아닌 콘서트 무대에서 펼쳐보인다. 2008년 2만 관객을 모으며 공연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다음 달 24-26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김동률'이란 타이틀로 공연한다. 절대 나쁘지 않은 무대를 선보일 생각이란다. 공연 무대만 고려할 뿐, 음악 프로그램 MC인 유희열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정재형 등 동료들처럼 방송 출연에는 여전히 난색을 표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세가지죠. '일단 잘됐다, 부럽지 않다, 외롭다'예요. 그들의 일상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건 보기 좋아요. 하지만 전 '끼'가 없어 그럴 생각이 없기에 부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이젠 음악만 해서 되는 시대가 아닌데 제가 고집 피우며 못 따라간다는 시선을 받을 때는 외롭죠." 자신의 음악들을 모아 뮤지컬로 만들 생각은 없을까. "사실 '아바'나 할 수 있죠. 아바의 곡이 뮤지컬 '맘마미아'로 가능했던 건 음악의 가사가 버라이어티하기 때문이에요. 제 노래는 주로 이별 가사여서 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만 하고 말 거예요. 하지만 뮤지컬을 위한 창작곡을 써볼 용의는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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