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상비약 슈퍼 판매’ 무산되나?

입력 2011.11.15 (22:06) 수정 2011.11.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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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개정이 완료되면 심야나 공휴일에도 약 구입이 쉬워질 것입니다." 



<녹취> "졸속정책 실용정부 각성하라! 각성하라!" 



<앵커 멘트>



가정 상비약의 슈퍼판매 문제로. 올초부터 의약계 안팎이 떠들썩했었죠.



결국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게 백지화될 처지입니다.



어쩐 일인지 정홍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찾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상비약을 구입하기가 불편하다며 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이심(대한노인회장) : "간단히 감기약 하나 먹으면 나을 수 있는 걸 못 먹어서 일주일 동안 고생하는 노인들이 참 많습니다."



상비약 슈퍼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지난 9월 말.



당초 오는 21일에야 상임위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불투명합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사실상 반대 당론인데다가 여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주승용(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 : "광고 시장이 넓어져서 의약품 오남용이 심해지고 의약품 가격이 상승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거죠."



KBS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23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3명에 불과했고, 9명은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관련 단체 눈치보기와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앵커 멘트>



네. 국민대다수가 원한다고 해도 보시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관련단체의 눈치를 보다보니까 이 문제가 꼬일수밖에 없는 겁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민철 기자가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선, 지금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보시면, 예전엔 약국에서만 팔던 박카스나 까스명수, 안티프라민 등이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 슈퍼 판매를 요구했던 약은 이런 의약외품이 아니라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 같은, 이른바 가정상비약들이었습니다.



이 약들이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팔리려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달 한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약사들은 약물 오남용 등에 따른 안전성문제가 편의성 보다 더 우선이라며 상비약 슈퍼판매 정책에 반대해왔습니다.



계속되는 논란을 구경하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국회 앞에선 몇 달째 약사들의 약사법 개정 반대 일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경자(대한약사회 홍보이사) : "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면 편리는 하겠지만, 의약품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야나 공휴일 약 구입난은 근처 약국을 바로 찾아주는 스마트폰 앱의 보급 등으로 편의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약사회는 그러면서 슈퍼 판매를 허용한 나라는 불허한 나라보다 인구 대비 약화사고 건수가 2배나 높고, 특히, 청소년의 피해가 크다고 경고합니다.



또, 슈퍼판매는 구매욕을 부추키는 약 광고를 늘려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유창식(약사) :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대변인 광고에만 이끌려서 약을 잘못 선택하셨을 때 국민들의 건강에 해악을 미치는 쪽으로.."



이에 대해 정부는 슈퍼판매 허용여부와 약화사고는 상관이 없고,청소년 위험성도 별도 방지책을 낼 것이란 입장입니다.



<인터뷰>김국일(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 : "기준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따져서 가장 안전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슈퍼 판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네, 다른나라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지난 2004년 슈퍼판매를 허용해, 지금은 일반약의 95%까지를 슈퍼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에서 살 수 있게 해도 약국에서의 약 구입 비중이 별로 줄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OECD 국가중 상비약 슈퍼 판매 시행국은 미국,영국 등 19개 나라고,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11개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상비약 슈퍼판매를 도입한 스웨덴은 어떤지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일을 맞은 스웨덴 스톡홀름...



직장인 알 야오니씨는 약국이 문닫은 휴일에 약이 필요하면 이 대형마트에 옵니다.



먼저 터치스크린에서 알레르기약과 감기약, 위장약과 해열진통제 등 상비약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쿠폰이 나옵니다.



이 쿠폰값을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엔 식별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를 자판기에 입력해야 약이 나옵니다.



터치스크린에는 약 외에도 담배나 건전지 등이 있는데, 18살 이상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터뷰>얄 야오니(상비약 구매자) : "점원이 봐서 18살 미만이면 식별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안주니까 자판기에서 약을 탈 수 없어요."



모든 약국을 국가가 관리하던 스웨덴은 약국 수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이 계속되자 지난 2009년부터 약국 자율화와 상비약 슈퍼 판매를 시행했습니다.



대신 이처럼 청소년 접근을 억제하고 부작용 모니터를 강화했습니다.



<인터뷰>비욘 웨터마크(스톡홀름주 공공의료서비스 위원회 분석처장) : "약의 남용, 과용 문제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약의 중독이 늘었는지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곳 스웨덴에서도 휴일이나 심야시간, 그리고 시골 지역에서 약을 사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편리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현실을 개선하려는 스웨덴 당국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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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상비약 슈퍼 판매’ 무산되나?
    • 입력 2011-11-15 22:06:26
    • 수정2011-11-15 22:14:29
    뉴스 9
<녹취> "개정이 완료되면 심야나 공휴일에도 약 구입이 쉬워질 것입니다." 

<녹취> "졸속정책 실용정부 각성하라! 각성하라!" 

<앵커 멘트>

가정 상비약의 슈퍼판매 문제로. 올초부터 의약계 안팎이 떠들썩했었죠.

결국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게 백지화될 처지입니다.

어쩐 일인지 정홍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을 찾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상비약을 구입하기가 불편하다며 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이심(대한노인회장) : "간단히 감기약 하나 먹으면 나을 수 있는 걸 못 먹어서 일주일 동안 고생하는 노인들이 참 많습니다."

상비약 슈퍼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지난 9월 말.

당초 오는 21일에야 상임위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불투명합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사실상 반대 당론인데다가 여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주승용(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 : "광고 시장이 넓어져서 의약품 오남용이 심해지고 의약품 가격이 상승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거죠."

KBS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23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3명에 불과했고, 9명은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관련 단체 눈치보기와 여야의 힘겨루기로 인해 약사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앵커 멘트>

네. 국민대다수가 원한다고 해도 보시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의 입장에서는 관련단체의 눈치를 보다보니까 이 문제가 꼬일수밖에 없는 겁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민철 기자가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우선, 지금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가보시면, 예전엔 약국에서만 팔던 박카스나 까스명수, 안티프라민 등이 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초 슈퍼 판매를 요구했던 약은 이런 의약외품이 아니라 해열진통제나 종합감기약 같은, 이른바 가정상비약들이었습니다.

이 약들이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팔리려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난달 한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약사들은 약물 오남용 등에 따른 안전성문제가 편의성 보다 더 우선이라며 상비약 슈퍼판매 정책에 반대해왔습니다.

계속되는 논란을 구경하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국회 앞에선 몇 달째 약사들의 약사법 개정 반대 일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김경자(대한약사회 홍보이사) : "의약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면 편리는 하겠지만, 의약품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야나 공휴일 약 구입난은 근처 약국을 바로 찾아주는 스마트폰 앱의 보급 등으로 편의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약사회는 그러면서 슈퍼 판매를 허용한 나라는 불허한 나라보다 인구 대비 약화사고 건수가 2배나 높고, 특히, 청소년의 피해가 크다고 경고합니다.

또, 슈퍼판매는 구매욕을 부추키는 약 광고를 늘려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유창식(약사) :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대변인 광고에만 이끌려서 약을 잘못 선택하셨을 때 국민들의 건강에 해악을 미치는 쪽으로.."

이에 대해 정부는 슈퍼판매 허용여부와 약화사고는 상관이 없고,청소년 위험성도 별도 방지책을 낼 것이란 입장입니다.

<인터뷰>김국일(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 : "기준을 만들어서 하나하나 따져서 가장 안전한 의약품을 대상으로 슈퍼 판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네, 다른나라 사례를 보면 일본의 경우 지난 2004년 슈퍼판매를 허용해, 지금은 일반약의 95%까지를 슈퍼에서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에서 살 수 있게 해도 약국에서의 약 구입 비중이 별로 줄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OECD 국가중 상비약 슈퍼 판매 시행국은 미국,영국 등 19개 나라고,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11개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상비약 슈퍼판매를 도입한 스웨덴은 어떤지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일을 맞은 스웨덴 스톡홀름...

직장인 알 야오니씨는 약국이 문닫은 휴일에 약이 필요하면 이 대형마트에 옵니다.

먼저 터치스크린에서 알레르기약과 감기약, 위장약과 해열진통제 등 상비약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면 쿠폰이 나옵니다.

이 쿠폰값을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엔 식별번호가 있는데 이 번호를 자판기에 입력해야 약이 나옵니다.

터치스크린에는 약 외에도 담배나 건전지 등이 있는데, 18살 이상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인터뷰>얄 야오니(상비약 구매자) : "점원이 봐서 18살 미만이면 식별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안주니까 자판기에서 약을 탈 수 없어요."

모든 약국을 국가가 관리하던 스웨덴은 약국 수가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져 불편이 계속되자 지난 2009년부터 약국 자율화와 상비약 슈퍼 판매를 시행했습니다.

대신 이처럼 청소년 접근을 억제하고 부작용 모니터를 강화했습니다.

<인터뷰>비욘 웨터마크(스톡홀름주 공공의료서비스 위원회 분석처장) : "약의 남용, 과용 문제가 잠재돼 있기 때문에 약의 중독이 늘었는지 여부를 계속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곳 스웨덴에서도 휴일이나 심야시간, 그리고 시골 지역에서 약을 사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편리성과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현실을 개선하려는 스웨덴 당국의 노력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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