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 한국경제 ‘도약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1.11.22 (17:06) 수정 2011.11.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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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역강국 기회…양극화ㆍ동조화는 난제

4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도약의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에 이어 초강국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유럽,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광활한 시장을 놓고 무한경쟁을 펼치게 됐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그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21세기 무역강국'으로 뛰어오를 기회를 잡게 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 거인'의 틈바구니에서 미국과 정치, 군사를 넘어 경제동맹,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물론, 진검승부에서 밀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봇물 터지 듯 밀려들 선진국 제품과 서비스로 가뜩이나 불안한 고용과 경기침체를 되레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의 제조업과 IT 분야의 경쟁력, 중국과 일본을 틈바구니에 둔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한미 FTA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져올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으로서는 유럽, 미국과의 시장개방은 질 좋은 공산품, 농수산물의 접근성 확대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

물가안정과 저축액 증대, 한국산 제품의 품질 제고 노력을 자극해 외환위기 이후 장기침체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줄 개연성도 커진다.

다만, 한미 FTA 협정 타결, 재협상, 비준안 통과라는 긴 여정을 지나면서 드러난 국론분열, 리더십 부재 등은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정치 선진화, 산업 구조개혁, 제도선진화 등에 뼈를 깎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 FTA가 가져올 업종별·계층별 양극화, 선진경제와의 동조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한국경제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확장된 무역영토…무한 경쟁 시대 돌입

지난 7월 1일 자로 우리와의 FTA가 발효된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GDP는 14조3천억달러(세계 GDP 23%)로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불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GDP 1조4천억달러)보다 30배, 세계 무역의 60%에 이르는 세계 1,2위권의 경제권에 대한 관세 없는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 교역 규모는 900억달러 정도다. 수출은 498억달러, 수입은 404억달러로 무역수지는 94억달러다.

통상교섭본부는 "FTA가 시행 중인 칠레,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액 증가 속도를 보면 시행 전후에 무역액이 30~50% 정도나 증가했다"며 "전세계의 경기침체 여파 영향을 받겠지만 FTA 발효로 내년 한미간 교역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경제효과에 대해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달러,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은 35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우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 차 부품, 석유제품, 전자, 반도체 등이 FTA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보인다. 관세 등 거래비용이 줄고 통상마찰이 완화돼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공산품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면 이는 원가 절감과 고용증가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다.

조상현 무역협회 연구원은 "현재 선진국들이 산업사이클상 바닥이어서 당장 수출 증가율이 반전하고 수출 주문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FTA효과는 분명히 나타나 한국경제가 규모의 경제로 발전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질 좋은 공산품을 살 수 있게 돼 국민후생과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주 LG경제원 연구원은 "최종소비재이든, 중간재이든 싸게 들어오면 2차, 3차 연쇄적으로 가격 인하의 효과가 확산된다"며 "이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저축의 증대, 또다른 소비의 확대로 연결돼 경제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보호에 안주했던 저생산성, 비효율 부문은 미국, 유럽의 최고급 상품들과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픔을 거쳐야 한다. 의약, 법률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어차피 개방이 대세라고 한다면 이를 피하거나 숨으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미국이 세계의 경영기술 트렌드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이고 세계 최고의 신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 점도 우리 기업에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경제동맹 통한 국가 시스템 업그레이드 기회

한미 FTA의 발효는 국내 산업 등 경제구조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호 교역 및 투자의 확대, 인적 왕래의 증가는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투명하지 못한 절차 등의 개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자연스럽게 제도의 혁신과 국가 및 사회 시스템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FTA는 국가경쟁력에 엄청나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개방경제나 규제 완화의 기틀을 거대 경제권과의 교류를 통해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내수 시장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기존의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물론 FTA가 갖는 '양날의 칼' 때문에 중소기업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다면 판로의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인교 교수는 "FTA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데 한-칠레는 지난 7년간 중소기업의 수출품목과 기업의 수가 50% 증가했다"며 '기회'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형주 연구원도 "FTA발효는 기업들이 계급장을 떼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인정받으면 미국, 유럽에서도 인정받으니 중소업체들도 동기부여가 될 거다. 우리 중소기업의 제품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지정학적 안보위험도 FTA를 통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도 있다.

정인교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던 우리나라가 주요 동맹국과의 FTA를 통해 한배를 탔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며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가적 신인도 제고로 이어져 투자유치나 국외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뿐더러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향상, 기업들의 외자 조달비용 감소 효과, 증권시장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간 독소조항으로 인식돼온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의 경우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난제 산적

하지만 한미 FTA가 시행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지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면서 무관세를 실현했지만 이는 빈부격차의 심화, 문화 종속, 공공서비스 기반 붕괴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같이 미국과 국경을 접하지 않아 어느 정도 충격을 완화할 수 여지는 있다. 허나 멕시코 정부, 기업처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FTA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FTA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한미 FTA 시행에 맞춰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피해기업 및 생산자에 대한 핀셋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DI) 연구원은 "한미 FTA 시행에 따른 그늘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FTA로 인한 이익은 최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관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농촌부분에 몇조씩 쏟아붓는 식의 지원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치피 피해가 일부 농가, 노동자에 가장 몰리는 만큼 정부 지원이 이들에게 곧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재의 지원책이 완성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FTA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수출진흥기구들의 역할 및 시스템을 개편하고 국외 영업인력을 다원화하는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미 FTA 논의 시작 시점부터 비준안 통과까지 이어져 온 심각한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국가 역량을 통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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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1-22 17:06:24
    • 수정2011-11-22 17: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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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무역강국 기회…양극화ㆍ동조화는 난제 4년여를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도약의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EU에 이어 초강국 미국과의 무역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유럽,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광활한 시장을 놓고 무한경쟁을 펼치게 됐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그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21세기 무역강국'으로 뛰어오를 기회를 잡게 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경제 거인'의 틈바구니에서 미국과 정치, 군사를 넘어 경제동맹,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효과도 예상된다. 물론, 진검승부에서 밀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봇물 터지 듯 밀려들 선진국 제품과 서비스로 가뜩이나 불안한 고용과 경기침체를 되레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의 제조업과 IT 분야의 경쟁력, 중국과 일본을 틈바구니에 둔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한미 FTA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가져올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으로서는 유럽, 미국과의 시장개방은 질 좋은 공산품, 농수산물의 접근성 확대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다. 물가안정과 저축액 증대, 한국산 제품의 품질 제고 노력을 자극해 외환위기 이후 장기침체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줄 개연성도 커진다. 다만, 한미 FTA 협정 타결, 재협상, 비준안 통과라는 긴 여정을 지나면서 드러난 국론분열, 리더십 부재 등은 경제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정치 선진화, 산업 구조개혁, 제도선진화 등에 뼈를 깎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 FTA가 가져올 업종별·계층별 양극화, 선진경제와의 동조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한국경제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힘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확장된 무역영토…무한 경쟁 시대 돌입 지난 7월 1일 자로 우리와의 FTA가 발효된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한다. 미국의 GDP는 14조3천억달러(세계 GDP 23%)로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불과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GDP 1조4천억달러)보다 30배, 세계 무역의 60%에 이르는 세계 1,2위권의 경제권에 대한 관세 없는 접근권을 확보하게 된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 교역 규모는 900억달러 정도다. 수출은 498억달러, 수입은 404억달러로 무역수지는 94억달러다. 통상교섭본부는 "FTA가 시행 중인 칠레,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액 증가 속도를 보면 시행 전후에 무역액이 30~50% 정도나 증가했다"며 "전세계의 경기침체 여파 영향을 받겠지만 FTA 발효로 내년 한미간 교역량은 적잖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국책연구기관들은 경제효과에 대해 향후 15년간 수출은 13억달러,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은 35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특히 당장 관세가 철폐되는 우리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 차 부품, 석유제품, 전자, 반도체 등이 FTA 혜택을 가장 많이 볼 것으로 보인다. 관세 등 거래비용이 줄고 통상마찰이 완화돼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공산품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증가하면 이는 원가 절감과 고용증가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다. 조상현 무역협회 연구원은 "현재 선진국들이 산업사이클상 바닥이어서 당장 수출 증가율이 반전하고 수출 주문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FTA효과는 분명히 나타나 한국경제가 규모의 경제로 발전하는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질 좋은 공산품을 살 수 있게 돼 국민후생과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주 LG경제원 연구원은 "최종소비재이든, 중간재이든 싸게 들어오면 2차, 3차 연쇄적으로 가격 인하의 효과가 확산된다"며 "이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저축의 증대, 또다른 소비의 확대로 연결돼 경제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보호에 안주했던 저생산성, 비효율 부문은 미국, 유럽의 최고급 상품들과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픔을 거쳐야 한다. 의약, 법률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어차피 개방이 대세라고 한다면 이를 피하거나 숨으려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미국이 세계의 경영기술 트렌드 표준을 선도하는 국가이고 세계 최고의 신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인 점도 우리 기업에 여러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경제동맹 통한 국가 시스템 업그레이드 기회 한미 FTA의 발효는 국내 산업 등 경제구조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상호 교역 및 투자의 확대, 인적 왕래의 증가는 고질적인 규제와 불합리한 관행, 투명하지 못한 절차 등의 개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자연스럽게 제도의 혁신과 국가 및 사회 시스템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미 FTA는 국가경쟁력에 엄청나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개방경제나 규제 완화의 기틀을 거대 경제권과의 교류를 통해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는 내수 시장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기존의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물론 FTA가 갖는 '양날의 칼' 때문에 중소기업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다면 판로의 확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정인교 교수는 "FTA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데 한-칠레는 지난 7년간 중소기업의 수출품목과 기업의 수가 50% 증가했다"며 '기회'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형주 연구원도 "FTA발효는 기업들이 계급장을 떼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한국에서 인정받으면 미국, 유럽에서도 인정받으니 중소업체들도 동기부여가 될 거다. 우리 중소기업의 제품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우리를 괴롭혔던 지정학적 안보위험도 FTA를 통해 상당 부분 희석될 수도 있다. 정인교 교수는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던 우리나라가 주요 동맹국과의 FTA를 통해 한배를 탔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며 "중국,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가적 신인도 제고로 이어져 투자유치나 국외비즈니스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뿐더러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향상, 기업들의 외자 조달비용 감소 효과, 증권시장의 도약도 기대할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간 독소조항으로 인식돼온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의 경우 외국자본에 대한 투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난제 산적 하지만 한미 FTA가 시행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갑자기 높아지고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한다.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면서 무관세를 실현했지만 이는 빈부격차의 심화, 문화 종속, 공공서비스 기반 붕괴 등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같이 미국과 국경을 접하지 않아 어느 정도 충격을 완화할 수 여지는 있다. 허나 멕시코 정부, 기업처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FTA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FTA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뼈를 깎는 노력과 함께 한미 FTA 시행에 맞춰 정교한 모니터링 시스템과 피해기업 및 생산자에 대한 핀셋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DI) 연구원은 "한미 FTA 시행에 따른 그늘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FTA로 인한 이익은 최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관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농촌부분에 몇조씩 쏟아붓는 식의 지원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어치피 피해가 일부 농가, 노동자에 가장 몰리는 만큼 정부 지원이 이들에게 곧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재의 지원책이 완성판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계속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FTA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수출진흥기구들의 역할 및 시스템을 개편하고 국외 영업인력을 다원화하는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미 FTA 논의 시작 시점부터 비준안 통과까지 이어져 온 심각한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국가 역량을 통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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