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대수술’ 얼마나 심각하길래?
입력 2011.11.24 (07:57)
수정 2011.11.24 (11: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를 `서민금융 범죄'로 규정하고 대수술에 들어간 것은 범죄 행각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를 당하고도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챙기고 온몸이 멀쩡한데도 수많은 병원을 옮겨다니며 `의료쇼핑'을 한 사례가 금감원에 수시로 신고됐다.
금감원이 수술용 메스를 꺼내 든 것은 범죄자들에게 흘러가는 보험금을 차단함으로써 일반 고객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고질적인 보험사기 행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면 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ㆍ의원이나 차량정비소 등이 보험 범죄로 혜택을 보는 현실에서 이들이 공모하면 범행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 실적을 올리려고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팔고 지급 심사를 허술하게 하는 보험사의 상술도 개선 대상이다.
◇"보험사기로 보험료 피해" 민원ㆍ진정 속출
보험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김모(44ㆍ컨설턴트)씨의 사례를 보면 선뜻 알 수 있다. 김씨는 경남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심모(보험설계사)씨의 승용차를 살짝 추돌했다.
김씨의 `수난'은 이때 시작됐다. 심씨는 첫날 범퍼를 교체하겠다더니, 다음날엔 병원비도 요구했다.
얼마 후 그는 "당시 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다"며 가족의 진료비까지 더해 400만원을 김씨의 보험사에서 타 갔다.
김씨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누가 봐도 살짝 부딪힌 게 주차장 CCTV에 찍혔는데 한의원, 재활의원, 종합병원에서 `의료쇼핑'을 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심씨가 `건수 하나 잡았다'는 마음에 보험지식을 활용한 의도적인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박모(38)씨도 황당한 보험사기를 겪었다. 그는 최근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고, 택시 운전사는 합의금 3만원을 요구했다.
박씨는 "보험료가 얼마 오르지 않을 거란 보험사 측 말을 믿고 합의했는데, 나중에 보니 합의금과 병원비 등으로 240만원이 지급됐더라"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그는 현장 사진을 제출하면서 "범퍼에 1㎜ 손상도 없었는데 합의금이 애초 3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둔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모(50ㆍ전문직)씨도 비슷한 피해자다. 남씨의 차가 뒤에서 살짝 받은 버스는 50m가량 가더니 갑자기 멈췄다.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다친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고, `사고가 난 줄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으로 갔다. 남씨는 "운전사가 병원에 드러눕는 바람에 보험료가 확 오르게 생겼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ㆍ정비소ㆍ보험사도 `수술 대상'
금감원이 보험사기를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보험금 과잉 지급이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할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인수 절차를 강화하는 건 보험사기 가능성을 애초부터 철저히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보험사기에는 중복가입 수법이 주로 악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차량 등의 사고를 보면 사기 의도가 엿보이는 중복가입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보상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보험 가입자 처지에선 보상 담당 직원이 지급 심사를 대충 넘길수록 자신이 더 내야 하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금감원에 민원을 낸 박씨는 "보험사와 피해자가 결탁하지 않았다면 터무니없는 보험금 지급으로 내 보험료가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담보한도를 초과해 수리(5~10% 할증)를 받고 병원 신세를 지는 `나이롱 환자'(5~10% 할증)에게 걸리면 사고 한 번에 보험료가 10~20%까지 오른다.
근본적으로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외면한 채 `손님 유치'에 바쁜 병원과 정비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된다.
손해보험업계는 가벼운 부상환자에 대한 입원과 통원 기준을 국토해양부가 조속히 결론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 초 마무리하기로 했던 사안을 질질 끄는 게 국토부가 병ㆍ의원 단체의 로비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가입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됐던 보험사 역시 문제가 많다.
한 생보사가 내놨던 `요실금 보험'이 여성 생식기 성형수술(속칭 `이쁜이 수술')에 악용돼 의료업자들이 자주 적발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사고로 보험료가 오를 때마다 할증 금액을 보장하는 유형의 상품도 문제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보험사기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를 당하고도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챙기고 온몸이 멀쩡한데도 수많은 병원을 옮겨다니며 `의료쇼핑'을 한 사례가 금감원에 수시로 신고됐다.
금감원이 수술용 메스를 꺼내 든 것은 범죄자들에게 흘러가는 보험금을 차단함으로써 일반 고객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고질적인 보험사기 행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면 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ㆍ의원이나 차량정비소 등이 보험 범죄로 혜택을 보는 현실에서 이들이 공모하면 범행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 실적을 올리려고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팔고 지급 심사를 허술하게 하는 보험사의 상술도 개선 대상이다.
◇"보험사기로 보험료 피해" 민원ㆍ진정 속출
보험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김모(44ㆍ컨설턴트)씨의 사례를 보면 선뜻 알 수 있다. 김씨는 경남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심모(보험설계사)씨의 승용차를 살짝 추돌했다.
김씨의 `수난'은 이때 시작됐다. 심씨는 첫날 범퍼를 교체하겠다더니, 다음날엔 병원비도 요구했다.
얼마 후 그는 "당시 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다"며 가족의 진료비까지 더해 400만원을 김씨의 보험사에서 타 갔다.
김씨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누가 봐도 살짝 부딪힌 게 주차장 CCTV에 찍혔는데 한의원, 재활의원, 종합병원에서 `의료쇼핑'을 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심씨가 `건수 하나 잡았다'는 마음에 보험지식을 활용한 의도적인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박모(38)씨도 황당한 보험사기를 겪었다. 그는 최근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고, 택시 운전사는 합의금 3만원을 요구했다.
박씨는 "보험료가 얼마 오르지 않을 거란 보험사 측 말을 믿고 합의했는데, 나중에 보니 합의금과 병원비 등으로 240만원이 지급됐더라"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그는 현장 사진을 제출하면서 "범퍼에 1㎜ 손상도 없었는데 합의금이 애초 3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둔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모(50ㆍ전문직)씨도 비슷한 피해자다. 남씨의 차가 뒤에서 살짝 받은 버스는 50m가량 가더니 갑자기 멈췄다.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다친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고, `사고가 난 줄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으로 갔다. 남씨는 "운전사가 병원에 드러눕는 바람에 보험료가 확 오르게 생겼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ㆍ정비소ㆍ보험사도 `수술 대상'
금감원이 보험사기를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보험금 과잉 지급이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할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인수 절차를 강화하는 건 보험사기 가능성을 애초부터 철저히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보험사기에는 중복가입 수법이 주로 악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차량 등의 사고를 보면 사기 의도가 엿보이는 중복가입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보상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보험 가입자 처지에선 보상 담당 직원이 지급 심사를 대충 넘길수록 자신이 더 내야 하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금감원에 민원을 낸 박씨는 "보험사와 피해자가 결탁하지 않았다면 터무니없는 보험금 지급으로 내 보험료가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담보한도를 초과해 수리(5~10% 할증)를 받고 병원 신세를 지는 `나이롱 환자'(5~10% 할증)에게 걸리면 사고 한 번에 보험료가 10~20%까지 오른다.
근본적으로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외면한 채 `손님 유치'에 바쁜 병원과 정비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된다.
손해보험업계는 가벼운 부상환자에 대한 입원과 통원 기준을 국토해양부가 조속히 결론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 초 마무리하기로 했던 사안을 질질 끄는 게 국토부가 병ㆍ의원 단체의 로비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가입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됐던 보험사 역시 문제가 많다.
한 생보사가 내놨던 `요실금 보험'이 여성 생식기 성형수술(속칭 `이쁜이 수술')에 악용돼 의료업자들이 자주 적발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사고로 보험료가 오를 때마다 할증 금액을 보장하는 유형의 상품도 문제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보험사기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보험사기 대수술’ 얼마나 심각하길래?
-
- 입력 2011-11-24 07:57:32
- 수정2011-11-24 11:46:06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를 `서민금융 범죄'로 규정하고 대수술에 들어간 것은 범죄 행각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를 당하고도 수백만원의 보험료를 챙기고 온몸이 멀쩡한데도 수많은 병원을 옮겨다니며 `의료쇼핑'을 한 사례가 금감원에 수시로 신고됐다.
금감원이 수술용 메스를 꺼내 든 것은 범죄자들에게 흘러가는 보험금을 차단함으로써 일반 고객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도 있다.
고질적인 보험사기 행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면 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병ㆍ의원이나 차량정비소 등이 보험 범죄로 혜택을 보는 현실에서 이들이 공모하면 범행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 실적을 올리려고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팔고 지급 심사를 허술하게 하는 보험사의 상술도 개선 대상이다.
◇"보험사기로 보험료 피해" 민원ㆍ진정 속출
보험사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김모(44ㆍ컨설턴트)씨의 사례를 보면 선뜻 알 수 있다. 김씨는 경남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심모(보험설계사)씨의 승용차를 살짝 추돌했다.
김씨의 `수난'은 이때 시작됐다. 심씨는 첫날 범퍼를 교체하겠다더니, 다음날엔 병원비도 요구했다.
얼마 후 그는 "당시 가족이 함께 타고 있었다"며 가족의 진료비까지 더해 400만원을 김씨의 보험사에서 타 갔다.
김씨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누가 봐도 살짝 부딪힌 게 주차장 CCTV에 찍혔는데 한의원, 재활의원, 종합병원에서 `의료쇼핑'을 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심씨가 `건수 하나 잡았다'는 마음에 보험지식을 활용한 의도적인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회사원 박모(38)씨도 황당한 보험사기를 겪었다. 그는 최근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고, 택시 운전사는 합의금 3만원을 요구했다.
박씨는 "보험료가 얼마 오르지 않을 거란 보험사 측 말을 믿고 합의했는데, 나중에 보니 합의금과 병원비 등으로 240만원이 지급됐더라"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그는 현장 사진을 제출하면서 "범퍼에 1㎜ 손상도 없었는데 합의금이 애초 3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둔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모(50ㆍ전문직)씨도 비슷한 피해자다. 남씨의 차가 뒤에서 살짝 받은 버스는 50m가량 가더니 갑자기 멈췄다.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에게 "다친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아무런 말도 없었고, `사고가 난 줄 몰랐다'는 반응도 있었다.
운전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으로 갔다. 남씨는 "운전사가 병원에 드러눕는 바람에 보험료가 확 오르게 생겼다"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ㆍ정비소ㆍ보험사도 `수술 대상'
금감원이 보험사기를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건 보험금 과잉 지급이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할증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험계약 인수 절차를 강화하는 건 보험사기 가능성을 애초부터 철저히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보험사기에는 중복가입 수법이 주로 악용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24일 "차량 등의 사고를 보면 사기 의도가 엿보이는 중복가입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보상 절차도 도마에 올랐다. 보험 가입자 처지에선 보상 담당 직원이 지급 심사를 대충 넘길수록 자신이 더 내야 하는 보험료가 늘어난다.
금감원에 민원을 낸 박씨는 "보험사와 피해자가 결탁하지 않았다면 터무니없는 보험금 지급으로 내 보험료가 오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담보한도를 초과해 수리(5~10% 할증)를 받고 병원 신세를 지는 `나이롱 환자'(5~10% 할증)에게 걸리면 사고 한 번에 보험료가 10~20%까지 오른다.
근본적으로는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외면한 채 `손님 유치'에 바쁜 병원과 정비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된다.
손해보험업계는 가벼운 부상환자에 대한 입원과 통원 기준을 국토해양부가 조속히 결론 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 초 마무리하기로 했던 사안을 질질 끄는 게 국토부가 병ㆍ의원 단체의 로비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엉터리 상품을 만들어 가입 실적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됐던 보험사 역시 문제가 많다.
한 생보사가 내놨던 `요실금 보험'이 여성 생식기 성형수술(속칭 `이쁜이 수술')에 악용돼 의료업자들이 자주 적발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교통사고로 보험료가 오를 때마다 할증 금액을 보장하는 유형의 상품도 문제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보험사기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