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판매한 ‘깡통 펀드’ 원금 70% 파격 배상

입력 2011.11.2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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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2005년 판매한 외국계 파워인컴펀드 고객들이 투자 원금을 몽땅 날리고서 법정 싸움 끝에 승소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만기 도래한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는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파워인컴펀드는 2차에 걸쳐 2천300여 명에게 1천700억원 이상이 팔릴 정도로 한때 높은 인기를 끌었다.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연 6.7%의 금리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상품으로 알려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파워인컴펀드에는 `뇌관'이 숨겨져 있었다. 편입 종목이 일정한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막대한 손실이 생기는 파생상품이었던 것이다.

이 상품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폭발하고 말았다. 2005년 11월 설정된 파워인컴펀드 1호는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진 종목이 많아 원금손실 비율 100%를 기록했다.

내년 1월 초가 만기인 2호 역시 원금 100%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의 위험성은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린 우리은행은 낭패를 보게됐다. 판매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다 손실액 대부분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파워인컴펀드 투자자 87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서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로써 원고들은 총 20억3천400여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법원이 그동안 인정한 펀드 판매사나 운용사의 손해배상 비율이 최고 40%였다는 점에서 이번 배상비율은 파격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은행 직원의 부당한 권유와 별도로 펀드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법원은 상품을 설계한 외국회사가 일반인에게 공모 방식으로 팔리기에 부적합한 장외파생상품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했고,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안전한 확정금리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고 결론냈다.

외국계 펀드 설계사들은 파생금융상품 사기 판매 혐의로 기소된 골드만삭스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김주영 변호사는 "법원이 펀드의 투자대상인 장외파생상품 설계 단계에서 기초자산을 선정하면서 사기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이 단순한 판매 과정을 넘어 펀드의 구조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2005년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을 판매한 씨티은행과 메릴린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을 사기 혐의로 미국 현지에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국내 소송에는 상고하지 않고 피해액을 배상하기로 하고 고객들이 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원 결정을 토대로 배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일부 펀드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고자 펀드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함께 3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지금까지 200억원가량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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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銀 판매한 ‘깡통 펀드’ 원금 70% 파격 배상
    • 입력 2011-11-28 06:34:13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2005년 판매한 외국계 파워인컴펀드 고객들이 투자 원금을 몽땅 날리고서 법정 싸움 끝에 승소했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만기 도래한 우리파워인컴펀드 1호는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파워인컴펀드는 2차에 걸쳐 2천300여 명에게 1천700억원 이상이 팔릴 정도로 한때 높은 인기를 끌었다.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연 6.7%의 금리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상품으로 알려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파워인컴펀드에는 `뇌관'이 숨겨져 있었다. 편입 종목이 일정한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막대한 손실이 생기는 파생상품이었던 것이다. 이 상품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폭발하고 말았다. 2005년 11월 설정된 파워인컴펀드 1호는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진 종목이 많아 원금손실 비율 100%를 기록했다. 내년 1월 초가 만기인 2호 역시 원금 100%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펀드의 위험성은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린 우리은행은 낭패를 보게됐다. 판매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다 손실액 대부분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파워인컴펀드 투자자 87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서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이로써 원고들은 총 20억3천400여만원을 돌려받게 됐다. 법원이 그동안 인정한 펀드 판매사나 운용사의 손해배상 비율이 최고 40%였다는 점에서 이번 배상비율은 파격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은행 직원의 부당한 권유와 별도로 펀드 자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법원은 상품을 설계한 외국회사가 일반인에게 공모 방식으로 팔리기에 부적합한 장외파생상품을 자사에 유리하게 설계했고,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은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안전한 확정금리상품인 것처럼 판매했다고 결론냈다. 외국계 펀드 설계사들은 파생금융상품 사기 판매 혐의로 기소된 골드만삭스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재판부의 시각이다. 원고 측 대리인인 김주영 변호사는 "법원이 펀드의 투자대상인 장외파생상품 설계 단계에서 기초자산을 선정하면서 사기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판결을 내렸다"며 "법원이 단순한 판매 과정을 넘어 펀드의 구조적인 부분을 지적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은 2005년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파생상품을 판매한 씨티은행과 메릴린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을 사기 혐의로 미국 현지에서 고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국내 소송에는 상고하지 않고 피해액을 배상하기로 하고 고객들이 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원 결정을 토대로 배상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일부 펀드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하고자 펀드 운용사인 우리자산운용과 함께 3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지금까지 200억원가량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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