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0대 시켜 방화 ‘막장’ 학원장

입력 2011.1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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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달 전이었죠.

학원장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10대 청소년에게 불을 지르게 한 사건, 기억하십니까?

네, 당시 불을 지른 17살 김 모 군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었는데요.

천만다행으로 의식을 찾았다고 합니다.

류란 기자, 의식은 찾았지만, 아직 건강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죠?

뭔가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김 군은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면서 취재진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 했던 그날.

김 군은 왜 그런 일을 벌이게 됐는지 사건의 전모를 털어놨는데요.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김 군보다 먼저 학원장에게 방화를 제안 받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만난 이 모 군은 정 씨가 방화를 부탁하며 보내온 문자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내용을 보시면 아마 기가 차실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장난이었다며 빠져나갈 궁리만 한 학원장 정 모 씨. 이러고도 잠이 왔을까요?

<리포트>

지난 금요일, 김 군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무릎 아래와 얼굴을 뒤덮은 화상 자국들, 성한 데가 없습니다.

취재진을 본 김 군이 처음 꺼낸 말은 ‘죄송하다’였습니다.

<녹취> 김00(방화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하죠... (불 지른 거 후회하나요?) 네..."

김 군은 기관지를 크게 다쳐 아직 말하는 게 불편했는데요.

금씩 천천히 사건의 전말을 털어놨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일산의 모 학원원장 정 모 씨가 김 군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꺼낸 얘기는.

<녹취> 김00(방화피의자/음성변조) : "그냥 (학원에) 불만 지르고 나오면 된다고 (했어요.) 불 지르고 이렇게 나오면 된다.. 그 소릴 했는데, 휘발유도 그 원장이 사주고, 목장갑, 휘발유통 (준비해주고)..."

자기 학원에 불을 질러주면, 3백만 원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군은 겁이 나 잠시 망설였지만 편찮은 아버지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00 (방화피의자/음성변조) : "아빠가 몸이 안 좋아서요. 심장수술 (받은 지) 2년 됐나? 투석 받으세요. 돈 3백만 원 (주겠다) 그러니까 바로 알았다고 하고 그랬죠. 그때 (형편이) 힘들어서 돈 주겠다 해서..."

<녹취> "학원장이 형편이 어려운 수강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자기 학원에 불을 지르게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불량 청소년이 저지른 방화려니 했던 경찰.

그런데 학원장이 화재 발생 20일 전 거액의 화재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이종관(팀장/경기도 일산경찰서 형사1팀) : "(정 씨가) 10월 12일자에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요. 5천5백만 원 상당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후에 (불이 났죠.)"

조사해보니, 정 씨의 학원은 일 년 전 문을 연 후부터 월세며 관리비를 못 낼 정도로 계속 운영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김 군이 학원장의 지시로 방화를 준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김 군이 의식을 차리지 못 하는 상황을 이용해 끝까지 발뺌했습니다.

<인터뷰> 이종관(팀장/경기도 일산경찰서 형사1팀) : "(정 씨가) 자기는 장난 식으로 얘기했는데, (김 군) 걔가 실제로 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죠. 자신도 (방화를) 시킨 얘기는 하는데, 자기 말로는 아이에게 장난이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다고..."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 군이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는데요.

정 씨가 김 군보다 앞서서 김 군 친구에게 똑같은 제안을 했었다는 겁니다.

수소문 끝에 17살 이 모 군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연락이 온 거죠. 아르바이트 건이 있다고. 저는 단순히 학원생 모으거나 이런 건 줄 알고 갔는데..."

지난 9월, 아르바이트거리가 있다고 해 나갔더니 학원에 불을 질러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자기가 화재보험을 들었는데, (불이나면) 보험금이 천만 원이 나오고 5백만 원을 저한테 주겠다고 (했어요.) 준비는 다해 줄 테니까... 해주기만 하면 된다 방화를... 그 말 듣는 순간, 선생님이 다르게 보였죠."

이 군에 따르면 정 씨의 방화 계획은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정씨가) 학원 책상 밑에 기름을 나둔다 그랬고, 마스크랑 장갑은 챙겨가라 그랬고, 안 입는 옷, 생전 처음 입는 옷 그런 거 입고 가라고..."

대충 얼버무리며 빠져나온 뒤 연락을 끊었지만, 정 씨는 끈질기게 연락해 왔고 급기야 방화를 해줄 만한 다른 친구를 소개해 달라고까지 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정 씨가 보내 온 문자 메시지입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방화할) 적임자를 찾아달라고... 진짜 자기가 간절하다는 듯이 (문자왔어요) 저는 제 인생 망치기 싫어서 피한 거고, 누구를 (소개해서) 거기에다 끼어들게 해 가지고 그 애 인생을 망치는 것 같아서 (거절했어요.)"

하지만 보름 뒤,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순간 진짜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일단 그냥 화부터 났어요. 걔한테도 화가 났고... (김 군이) 저한테라도 말 해줬으면 제가 말렸겠죠. 어떻게든..."

지난 10월 31일 새벽, 병원에 옮겨질 때만 해도 김 군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대수술로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큰 흉이 걱정입니다.

<인터뷰> 임해준(교수/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 "성장기에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대개 성인보다는 흉이 더 많이 지기 마련이고요, 물론 얼굴에도 (화상) 자국이 남을 거고..."

취재진은 김 군 아버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아버지는 면목이 없다며 끝내 거절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 : "내 몸이 아프다고... 아이가 무슨 생각하는지, 누구 만나고 다니는지 모르고 살았으니, 아이의 잘못은 다... 아비인 제 탓입니다."

경찰은 김 군을 매수해 불을 지르게 한 51살 정 모 씨를‘방화 교사’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불을 낸 김 군은 입원치료가 끝나는 대로 경찰조사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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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0대 시켜 방화 ‘막장’ 학원장
    • 입력 2011-11-28 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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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달 전이었죠. 학원장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10대 청소년에게 불을 지르게 한 사건, 기억하십니까? 네, 당시 불을 지른 17살 김 모 군은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었는데요. 천만다행으로 의식을 찾았다고 합니다. 류란 기자, 의식은 찾았지만, 아직 건강은 좋지 않을 것 같은데,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죠? 뭔가 억울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김 군은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면서 취재진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 했던 그날. 김 군은 왜 그런 일을 벌이게 됐는지 사건의 전모를 털어놨는데요.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김 군보다 먼저 학원장에게 방화를 제안 받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어렵게 만난 이 모 군은 정 씨가 방화를 부탁하며 보내온 문자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 내용을 보시면 아마 기가 차실 겁니다. 그래도 끝까지 장난이었다며 빠져나갈 궁리만 한 학원장 정 모 씨. 이러고도 잠이 왔을까요? <리포트> 지난 금요일, 김 군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무릎 아래와 얼굴을 뒤덮은 화상 자국들, 성한 데가 없습니다. 취재진을 본 김 군이 처음 꺼낸 말은 ‘죄송하다’였습니다. <녹취> 김00(방화피의자/음성변조) : "죄송하죠... (불 지른 거 후회하나요?) 네..." 김 군은 기관지를 크게 다쳐 아직 말하는 게 불편했는데요. 금씩 천천히 사건의 전말을 털어놨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일산의 모 학원원장 정 모 씨가 김 군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꺼낸 얘기는. <녹취> 김00(방화피의자/음성변조) : "그냥 (학원에) 불만 지르고 나오면 된다고 (했어요.) 불 지르고 이렇게 나오면 된다.. 그 소릴 했는데, 휘발유도 그 원장이 사주고, 목장갑, 휘발유통 (준비해주고)..." 자기 학원에 불을 질러주면, 3백만 원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 군은 겁이 나 잠시 망설였지만 편찮은 아버지 생각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녹취> 김00 (방화피의자/음성변조) : "아빠가 몸이 안 좋아서요. 심장수술 (받은 지) 2년 됐나? 투석 받으세요. 돈 3백만 원 (주겠다) 그러니까 바로 알았다고 하고 그랬죠. 그때 (형편이) 힘들어서 돈 주겠다 해서..." <녹취> "학원장이 형편이 어려운 수강생에게 돈을 주겠다며 자기 학원에 불을 지르게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불량 청소년이 저지른 방화려니 했던 경찰. 그런데 학원장이 화재 발생 20일 전 거액의 화재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이종관(팀장/경기도 일산경찰서 형사1팀) : "(정 씨가) 10월 12일자에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요. 5천5백만 원 상당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후에 (불이 났죠.)" 조사해보니, 정 씨의 학원은 일 년 전 문을 연 후부터 월세며 관리비를 못 낼 정도로 계속 운영난을 겪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김 군이 학원장의 지시로 방화를 준비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김 군이 의식을 차리지 못 하는 상황을 이용해 끝까지 발뺌했습니다. <인터뷰> 이종관(팀장/경기도 일산경찰서 형사1팀) : "(정 씨가) 자기는 장난 식으로 얘기했는데, (김 군) 걔가 실제로 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죠. 자신도 (방화를) 시킨 얘기는 하는데, 자기 말로는 아이에게 장난이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했다고..."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 군이 충격적인 얘기를 털어놨는데요. 정 씨가 김 군보다 앞서서 김 군 친구에게 똑같은 제안을 했었다는 겁니다. 수소문 끝에 17살 이 모 군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연락이 온 거죠. 아르바이트 건이 있다고. 저는 단순히 학원생 모으거나 이런 건 줄 알고 갔는데..." 지난 9월, 아르바이트거리가 있다고 해 나갔더니 학원에 불을 질러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자기가 화재보험을 들었는데, (불이나면) 보험금이 천만 원이 나오고 5백만 원을 저한테 주겠다고 (했어요.) 준비는 다해 줄 테니까... 해주기만 하면 된다 방화를... 그 말 듣는 순간, 선생님이 다르게 보였죠." 이 군에 따르면 정 씨의 방화 계획은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정씨가) 학원 책상 밑에 기름을 나둔다 그랬고, 마스크랑 장갑은 챙겨가라 그랬고, 안 입는 옷, 생전 처음 입는 옷 그런 거 입고 가라고..." 대충 얼버무리며 빠져나온 뒤 연락을 끊었지만, 정 씨는 끈질기게 연락해 왔고 급기야 방화를 해줄 만한 다른 친구를 소개해 달라고까지 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이 바로 정 씨가 보내 온 문자 메시지입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방화할) 적임자를 찾아달라고... 진짜 자기가 간절하다는 듯이 (문자왔어요) 저는 제 인생 망치기 싫어서 피한 거고, 누구를 (소개해서) 거기에다 끼어들게 해 가지고 그 애 인생을 망치는 것 같아서 (거절했어요.)" 하지만 보름 뒤,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녹취> 이00(17세/음성변조) : "순간 진짜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일단 그냥 화부터 났어요. 걔한테도 화가 났고... (김 군이) 저한테라도 말 해줬으면 제가 말렸겠죠. 어떻게든..." 지난 10월 31일 새벽, 병원에 옮겨질 때만 해도 김 군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에 걸친 대수술로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큰 흉이 걱정입니다. <인터뷰> 임해준(교수/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 "성장기에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대개 성인보다는 흉이 더 많이 지기 마련이고요, 물론 얼굴에도 (화상) 자국이 남을 거고..." 취재진은 김 군 아버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아버지는 면목이 없다며 끝내 거절했습니다. <녹취> 김 군 아버지 : "내 몸이 아프다고... 아이가 무슨 생각하는지, 누구 만나고 다니는지 모르고 살았으니, 아이의 잘못은 다... 아비인 제 탓입니다." 경찰은 김 군을 매수해 불을 지르게 한 51살 정 모 씨를‘방화 교사’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불을 낸 김 군은 입원치료가 끝나는 대로 경찰조사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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