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점차 신용등급 ‘위험권’ 진입

입력 2011.11.30 (06:32) 수정 2011.11.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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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의 국가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강등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점차 위험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진국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추락에 따른 재무상태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외화 자금조달 마저 어려워진다면 등급 하락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채권분석가들은 국내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등급 상향조정보다 하향조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S&P 37개 美ㆍ日 주요은행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린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미국과 일본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미국과 아시아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S&P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37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는 물론 HSBC와 뉴욕멜론은행, UBS까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일본 스미모토 미쓰이와 미즈호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이는 S&P가 금융산업에 대한 평가기준을 수정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등급 하향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려온 미국과 일본 주요 투자은행들은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다.

하이투자증권 김낙원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도 자산의 유럽 노출도가 높고, 전 세계 은행들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럽은행의 신용경색 위험이 미국에까지 확산됐다. 국가의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번진 뒤 실물경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컸지만, 이제는 정부가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서 신용평가사들이 은행 자체의 기초여건을 보고 신용등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업신용위험 유럽에서 亞로 전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유럽 기업들은 4년째 신용등급 하향조정 업체수가 상향조정 업체수를 웃돌고 있다.

서유럽 기업들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하향업체 대비 상향업체 비율을 보면 2007년 169%에서 2008년 26%로 내려왔고 이어 2009년 21.5%, 2010년 59.9%, 올해 51.4%를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 기업들까지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업체 대비 상향업체 비율은 2008년 16.7%, 2009년 42.9%이었지만 작년에는 760%로 급속히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 다시 80.6%로 내려앉아 신용등급 하향조정 업체 수가 상향조정 업체수를 웃돌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아시아 기업 중에도 등급 하향조정이 두드러진 것은 한국 기업이었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연구원은 "아시아권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른 실적개선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홍콩 기업의 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은 대체로 하향조정 일변도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기업신용도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韓 기업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직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한국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했다.

S&P는 올 들어 SK텔레콤, POSCO, LG전자, POSCO건설, 외환은행, 신세계 등 한국기업 5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올린 곳은 아예 없었다.

무디스는 한국기업 5곳의 신용등급을 내린 반면, 1곳은 상향조정했다.

피치는 한국기업 3곳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제 신평사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국기업 37곳의 등급을 올렸고 4곳은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기간 한국기업 33곳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13곳은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국내 신평사들도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KB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세계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돼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신평사들은 특히 후한 등급을 줘 왔기 때문에 등급 하향조정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투기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은 계속 안 좋을 것 같다. 하지만, AA등급 이상 기업들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등급에 따른 양극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건설ㆍ해운ㆍ조선업종 우려"

채권분석가들은 한국의 기업 중에서도 특히 건설ㆍ해운ㆍ조선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수년간 업황부진으로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박정호 채권분석부장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업종은 건설회사, 시멘트제조회사, 저축은행 등이다. 물론 조선업체나 해운업체도 실적이 안좋아 우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구조 특성상 선진국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사는 분양률이 저조해 현금흐름 구조가 취약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현금 흐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일부 해운ㆍ조선업체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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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기업들, 점차 신용등급 ‘위험권’ 진입
    • 입력 2011-11-30 06:32:29
    • 수정2011-11-30 14:15:21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국가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강등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점차 위험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들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선진국 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추락에 따른 재무상태 악화는 신용등급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외화 자금조달 마저 어려워진다면 등급 하락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채권분석가들은 국내 기업의 신용도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등급 상향조정보다 하향조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S&P 37개 美ㆍ日 주요은행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린 데 이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미국과 일본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미국과 아시아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S&P는 29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37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는 물론 HSBC와 뉴욕멜론은행, UBS까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일본 스미모토 미쓰이와 미즈호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갔다. 이는 S&P가 금융산업에 대한 평가기준을 수정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등급 하향으로 경영악화에 시달려온 미국과 일본 주요 투자은행들은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다. 하이투자증권 김낙원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도 자산의 유럽 노출도가 높고, 전 세계 은행들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럽은행의 신용경색 위험이 미국에까지 확산됐다. 국가의 재정위기가 은행위기로 번진 뒤 실물경기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컸지만, 이제는 정부가 그럴만한 여력이 없어서 신용평가사들이 은행 자체의 기초여건을 보고 신용등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기업신용위험 유럽에서 亞로 전이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유럽 기업들은 4년째 신용등급 하향조정 업체수가 상향조정 업체수를 웃돌고 있다. 서유럽 기업들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하향업체 대비 상향업체 비율을 보면 2007년 169%에서 2008년 26%로 내려왔고 이어 2009년 21.5%, 2010년 59.9%, 올해 51.4%를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 기업들까지 번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업체 대비 상향업체 비율은 2008년 16.7%, 2009년 42.9%이었지만 작년에는 760%로 급속히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 다시 80.6%로 내려앉아 신용등급 하향조정 업체 수가 상향조정 업체수를 웃돌게 됐다. 특히, 올해 들어 아시아 기업 중에도 등급 하향조정이 두드러진 것은 한국 기업이었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연구원은 "아시아권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른 실적개선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 홍콩 기업의 등급 하향이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은 대체로 하향조정 일변도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빠른 기업신용도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韓 기업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직면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발빠른 움직임에 한국 기업들은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했다. S&P는 올 들어 SK텔레콤, POSCO, LG전자, POSCO건설, 외환은행, 신세계 등 한국기업 5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올린 곳은 아예 없었다. 무디스는 한국기업 5곳의 신용등급을 내린 반면, 1곳은 상향조정했다. 피치는 한국기업 3곳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제 신평사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국기업 37곳의 등급을 올렸고 4곳은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기간 한국기업 33곳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고, 13곳은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국내 신평사들도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KB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세계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돼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국내 신평사들은 특히 후한 등급을 줘 왔기 때문에 등급 하향조정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투기등급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은 계속 안 좋을 것 같다. 하지만, AA등급 이상 기업들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등급에 따른 양극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건설ㆍ해운ㆍ조선업종 우려" 채권분석가들은 한국의 기업 중에서도 특히 건설ㆍ해운ㆍ조선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했다. 이들 업체는 최근 수년간 업황부진으로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박정호 채권분석부장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큰 업종은 건설회사, 시멘트제조회사, 저축은행 등이다. 물론 조선업체나 해운업체도 실적이 안좋아 우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민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구조 특성상 선진국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사는 분양률이 저조해 현금흐름 구조가 취약하거나 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현금 흐름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일부 해운ㆍ조선업체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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