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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사·공기업·금융사 투기등급 속출 가능성
입력 2011.12.01 (06:25) 연합뉴스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신용등급은 투자자들에게 모회사나 다른 계열사, 혹은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적 생존능력을 보여준다. 실질적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금융기관 등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 기업의 독자적 생존능력 파악

독자신용등급 도입이 검토되는 것은 기업의 재무상황과 투자위험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평사들이 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 외에 앞으로 그룹의 암묵적 지원 가능성 등도 고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특정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다른 계열사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재벌 계열사는 부도 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기업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환능력이 취약한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가능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계열사는 공동운명체였지만 100% 자회사가 아니면 한몸이라고 할 수 없다. 계열사들이 서로 도와주던 관행은 과거 선단식 경영의 잔재로, 채권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 업계 파문 클듯

새 제도는 투명한 신용평가를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실제로 시행되면 관련 업계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계열사로부터의 자금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은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개별 재무구조와 투자위험(리스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은 "지원받을 가능성을 감안한 신용등급과 순수한 재무 능력만 고려한 신용등급이 차이가 크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설립한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17개 지방공기업 가운데 지자체가 50% 이상 출자한 곳은 379개 회사(지난해 7월 기준)에 달한다. 대다수 회사가 지자체로부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방공기업을 평가할 때 `유사시 정부(지자체)로 부터 지원받을 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채권 분석가는 "지방 공기업 가운데 `BBB' 등급이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신평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 "시장이나 신평사로서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정 산업부터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공사ㆍ그룹계열사 등급 하향 가능성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당장 공기업과 대기업 그룹 계열회사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채 시장 분석가들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보다는 공기업에 미칠 파문이 더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재무능력만 고려하면 등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등급에 해당되는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1천362조원 규모의 한국채권시장 중에서 공사채 시장은 280조원, 회사채 시장은 146조원이다. 회사채에 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포함할 경우 회사채 시장 규모는 공사채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

한국채권투자자문 김형호 대표는 "계열사 지원이 없다고 가정하면 기업들의 등급이 확 떨어져 저평가될 것이다. 공기업들도 등급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증권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모두 AAA등급이니까 채권투자자는 서열을 매겨야 한다. 공기업 부채가 적었을 때는 독자신용등급이 의미가 없었는데 지금은 부채비율이 최대 400%에 이르니 등급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독자적 평가가 도입되면 투자등급에 해당하던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회사채시장에서는 같은 공기업이나 우량 그룹 계열사라 하더라도 신용위험이 가격에 반영돼 있어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투자자 혼란ㆍ생색내기용 꼼수 우려

독자신용등급은 현재 통용되는 신용등급과 함께 사용되면 투자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 당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효신용등급과 독자신용등급을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가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한 증권사 채권분석가는 "과거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했다가 폐지하고 나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국제신평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뒷북평가에 대한 비난이 일면서 이미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했는데 AAAㆍAAㆍA 등 기존체계와 AㆍBㆍCㆍD체계로 구분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신용평가사들이 독자신용등급을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올려줘야 해서는 안되는 기업까지 등급을 올려 등급 인플레를 만들어놨다.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해 공기업 등의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신평사는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 재벌사·공기업·금융사 투기등급 속출 가능성
    • 입력 2011-12-01 06:25:50
    연합뉴스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신용등급은 투자자들에게 모회사나 다른 계열사, 혹은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배제한 독자적 생존능력을 보여준다. 실질적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금융기관 등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 기업의 독자적 생존능력 파악

독자신용등급 도입이 검토되는 것은 기업의 재무상황과 투자위험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평사들이 그룹 계열사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 외에 앞으로 그룹의 암묵적 지원 가능성 등도 고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특정 계열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다른 계열사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재벌 계열사는 부도 위험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기업은 상황은 더 심각하다. 상환능력이 취약한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가능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계열사는 공동운명체였지만 100% 자회사가 아니면 한몸이라고 할 수 없다. 계열사들이 서로 도와주던 관행은 과거 선단식 경영의 잔재로, 채권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 업계 파문 클듯

새 제도는 투명한 신용평가를 도모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실제로 시행되면 관련 업계에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계열사로부터의 자금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양호한 신용등급을 받은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개별 재무구조와 투자위험(리스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은 "지원받을 가능성을 감안한 신용등급과 순수한 재무 능력만 고려한 신용등급이 차이가 크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우후죽순처럼 설립한 지방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417개 지방공기업 가운데 지자체가 50% 이상 출자한 곳은 379개 회사(지난해 7월 기준)에 달한다. 대다수 회사가 지자체로부터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방공기업을 평가할 때 `유사시 정부(지자체)로 부터 지원받을 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채권 분석가는 "지방 공기업 가운데 `BBB' 등급이 속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기업이나 신평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연구위원 "시장이나 신평사로서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정 산업부터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공사ㆍ그룹계열사 등급 하향 가능성

독자신용등급이 도입되면 당장 공기업과 대기업 그룹 계열회사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채 시장 분석가들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보다는 공기업에 미칠 파문이 더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도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재무능력만 고려하면 등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등급에 해당되는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1천362조원 규모의 한국채권시장 중에서 공사채 시장은 280조원, 회사채 시장은 146조원이다. 회사채에 금융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포함할 경우 회사채 시장 규모는 공사채 시장 규모를 넘어선다.

한국채권투자자문 김형호 대표는 "계열사 지원이 없다고 가정하면 기업들의 등급이 확 떨어져 저평가될 것이다. 공기업들도 등급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양증권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공기업의 신용등급이 모두 AAA등급이니까 채권투자자는 서열을 매겨야 한다. 공기업 부채가 적었을 때는 독자신용등급이 의미가 없었는데 지금은 부채비율이 최대 400%에 이르니 등급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독자적 평가가 도입되면 투자등급에 해당하던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회사채시장에서는 같은 공기업이나 우량 그룹 계열사라 하더라도 신용위험이 가격에 반영돼 있어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투자자 혼란ㆍ생색내기용 꼼수 우려

독자신용등급은 현재 통용되는 신용등급과 함께 사용되면 투자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 당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효신용등급과 독자신용등급을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가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한 증권사 채권분석가는 "과거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했다가 폐지하고 나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국제신평사들은 금융위기 이후 뒷북평가에 대한 비난이 일면서 이미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했는데 AAAㆍAAㆍA 등 기존체계와 AㆍBㆍCㆍD체계로 구분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신용평가사들이 독자신용등급을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신평사들이 올려줘야 해서는 안되는 기업까지 등급을 올려 등급 인플레를 만들어놨다.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해 공기업 등의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신평사는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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