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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폭탄’ 내년이 고비…경제 악화 땐 재앙
입력 2011.12.04 (15:41) 연합뉴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월 110만원을 벌지만 이자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한 푼도 없다.

제2금융권에서 카드론과 대부업까지 모두 3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이자를 갚으려고 또다시 빚지는 상황이다. 김씨는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

주부 남모(55.여)씨는 대학생 딸이 졸업하면 주려고 매달 25만원씩 약 3년간 적립한 펀드를 최근 환매했다.

손대지 않으려고 했던 돈이지만 2년 전 이사하면서 받은 대출금 이자가 문제였다.

펀드 잔액은 주식시장이 2,000선을 돌파했던 때와 비교해 4분의1 토막이 났으나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남씨는 이 돈으로 대출 원리금 일부를 분할 상환했다.

◇`눈덩이' 가계빚…비상금도 털었다

김씨와 남씨의 사례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자화상이다.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통계를 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89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증가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가계신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매년 3분기 기준 2004년 4.3%에서 2005년 9.4%, 2006년 9.9%, 2007년 10.9%, 2008년 11.0%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2009년에는 5.7%로 둔화했으나 2010년 8.4%, 2011년 9.0%로 다시 확대됐다.

이대로라면 2013년에는 가계 빚이 1천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가계는 불어나는 빚 부담에 비상금도 털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계약을 해지한 건수는 지난 7월 44만7천건, 8월 51만8천건, 9월 43만8천건에 달했다.

적금 중도 해지도 우리은행이 지난해보다 65%, 신한은행이 25%가량 늘었다.

마케팅ㆍ여론조사 전문기관인 NICE알앤씨가 내놓은 `금융소비자리포트'에서 현재 보험 가입자 중 21.6%는 최근 3년 내 보험을 해지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해지 이유는 자금 필요(28.0%), 보험료 납부 부담(27.2%) 등 경제적인 측면이 과반을 차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동원해야 할 수단인데 당장에 돈이 급하면 해약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게 되면 보험료 전액도 돌려받지 못하고 나중에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기댈 곳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내년이 고비…국가신용에도 악영향 우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아니다. 가계부채 대부분을 중상위 소득계층이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빚 갚을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은 상황이 달라진다.

세계 재정위기로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충격이 오면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며 근근이 버티던 가계는 한계 상황을 맞게된다.

최근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3.6%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낮아진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고혈압과 같아서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가 충격이 오면 터질 수 있다. 가계가 부채를 관리할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내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여 가계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단기적 증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ㆍ장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국가 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금리를 올리는 것도 부채 증가를 막을 방법이다. 당국은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보험사와 카드사를 엄격히 관리ㆍ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계부채 폭탄’ 내년이 고비…경제 악화 땐 재앙
    • 입력 2011-12-04 15:41:39
    연합뉴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월 110만원을 벌지만 이자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것은 한 푼도 없다.

제2금융권에서 카드론과 대부업까지 모두 3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이자를 갚으려고 또다시 빚지는 상황이다. 김씨는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

주부 남모(55.여)씨는 대학생 딸이 졸업하면 주려고 매달 25만원씩 약 3년간 적립한 펀드를 최근 환매했다.

손대지 않으려고 했던 돈이지만 2년 전 이사하면서 받은 대출금 이자가 문제였다.

펀드 잔액은 주식시장이 2,000선을 돌파했던 때와 비교해 4분의1 토막이 났으나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다. 남씨는 이 돈으로 대출 원리금 일부를 분할 상환했다.

◇`눈덩이' 가계빚…비상금도 털었다

김씨와 남씨의 사례는 우리나라 서민들의 자화상이다.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서민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4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통계를 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892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증가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가계신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신용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매년 3분기 기준 2004년 4.3%에서 2005년 9.4%, 2006년 9.9%, 2007년 10.9%, 2008년 11.0%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속에 2009년에는 5.7%로 둔화했으나 2010년 8.4%, 2011년 9.0%로 다시 확대됐다.

이대로라면 2013년에는 가계 빚이 1천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가계는 불어나는 빚 부담에 비상금도 털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보험계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계약을 해지한 건수는 지난 7월 44만7천건, 8월 51만8천건, 9월 43만8천건에 달했다.

적금 중도 해지도 우리은행이 지난해보다 65%, 신한은행이 25%가량 늘었다.

마케팅ㆍ여론조사 전문기관인 NICE알앤씨가 내놓은 `금융소비자리포트'에서 현재 보험 가입자 중 21.6%는 최근 3년 내 보험을 해지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해지 이유는 자금 필요(28.0%), 보험료 납부 부담(27.2%) 등 경제적인 측면이 과반을 차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동원해야 할 수단인데 당장에 돈이 급하면 해약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게 되면 보험료 전액도 돌려받지 못하고 나중에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기댈 곳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내년이 고비…국가신용에도 악영향 우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아니다. 가계부채 대부분을 중상위 소득계층이 보유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빚 갚을 여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은 상황이 달라진다.

세계 재정위기로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충격이 오면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며 근근이 버티던 가계는 한계 상황을 맞게된다.

최근 외국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3.6%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가량 낮아진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는 고혈압과 같아서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가 충격이 오면 터질 수 있다. 가계가 부채를 관리할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내년 경제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여 가계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단기적 증가는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ㆍ장기적으로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국가 신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금리를 올리는 것도 부채 증가를 막을 방법이다. 당국은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보험사와 카드사를 엄격히 관리ㆍ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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