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남의 아기를 뱃속에서 길러 낳아주는 대리모.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데요.
하지만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아예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불임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논란을 부르는 인도 대리모 산업의 실태를 심인보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구자라트주의 지방 소도시, 아난드. 이곳에 있는 한 산부인과를 찾아갔습니다.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어제 아기를 낳은 산모가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산모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 사람이지만, 아기의 외모는 어느 모로 보나 몽골리안 계열 동양인처럼 보입니다. 산모가 대리모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만줄라(대리모, 37살) : "이곳 병원에서 제 자궁에다 아기를 착상시킨 다음, 보름 뒤에 임신이 됐다는 걸 알았죠. 그렇게해서 대리모가 됐습니다."
이 병원의 신생아실에는 이 일본인 아기뿐 아니라 백인 쌍둥이 아기도 있습니다. 역시 인도 대리모가 낳은, 미국인 부부의 아기입니다.
대리모는 성관계를 통해 아이를 가지는 전통적인 씨받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시험관에서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9달 동안 배속에서 키워서 낳아주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씨받이와 비교하는 건) 대리모들에게 큰 모욕입니다. 대리모들은 다른 사람의 수정란을 9달 동안 품고 있다가 낳아주는 겁니다. 어떤 육체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서양과 일본 등 부유한 나라들의 불임부부들입니다. 여러가지를 시도한 끝에 그래도 임신이 안되는 부부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제니퍼(불임 여성) : "저는 스스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리모를 통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도 시골의 작은 병원이지만, 서양의 많은 불임부부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이곳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해마다 적어도 100쌍 이상의 불임부부들이 대리모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 아닐뿐더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대리 출산의 비용은 모두 합해 3천만 원 정도로, 미국에 비하면 6분의 1수준입니다.
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남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대리모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임신을 한 대리모들은 모두 병원이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현재 38명의 대리모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니르말라(기숙사 관리인) : "대리모들은 집에 갈 수 없어요. 집에 가면 일 해야죠, 아이들 봐야죠, 그러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지 않을 겁니다. 여기 있으면 먹는 것도 잘 먹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요."
올해 36살인 바우나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바우나 : "우리 아이들 때문이죠. 일생동안 일해봤자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나요? (다른 일을 해도 이만큼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에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에요. 애들 교육을 잘 시키려고요."
<인터뷰> 바우나:"저 혼자 한달 동안 열심히 일해봤자 5만원에서 7만원 정도밖에 못 벌어요."
바우나가 아이를 낳을 경우 손에 쥐게 되는 돈은 9백만 원, 10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35살 기따 역시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인터뷰> 기따(대리모, 35살) :"저는 집을 장만하고 싶어요. 예전 직장에서는 한달에 10만 원 벌었어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고 휴일은 한달에 하루뿐이었는데도요."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편과 시집에서도 이해를 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뷰> 기따:"처음에는 저희 시집에서 원하지 않았어요. 좋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여기와서 실제로 보니까, 남편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러나 여전히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기 껄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기따 :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 없이 왔지요. 그냥 취직해서 돈 벌러 간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스스로 자괴감이나 죄의식을 느끼는 기미는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인터뷰>바우나(대리모, 36살):"아주 좋아요. 그 사람들에게 아기가 생긴다는 게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만큼 기쁘고요."
<인터뷰> 우사(대리모, 32살) :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만들어서 주니까 얼마나 기쁘겠어요? 우리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나 좋은 일이죠. 나쁜 게 아닙니다."
대리모들은 그저 가족을 위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평범한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들이었습니다.
대리모 기숙사를 다시 찾은 일요일, 분위기가 유난히 활기차 보입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가족들의 방문이 허락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임신 5개월째인 프리앙카의 남편과 아들도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10살짜리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로산(10살): "엄마를 만나니까 좋아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곳에 머무는 대리모들에게는 한달에 5만 원 정도의 용돈이 지급되는데, 이마저 가족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프리앙카(대리모, 33살) :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지만 석달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대리모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런 희생의 댓가로 대리모들은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올해 42살인 한사씨는 대리모 전문 병원의 간호사지만, 그 자신도 이미 두 차례나 대리 출산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은 미국, 두 번째는 일본 부부의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이 사진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아요. 기쁘고 행복합니다. 자꾸 보고 싶네요.”
한사는 중산층 주택가의 2층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은 한사가 두 번의 대리모일을 통해 번 돈으로 지었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굉장히 기뻤어요. 대리모 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큰 집을 가질 수 있겠어요? 아주 기분 좋아요. 오래전부터 언제 우리집을 갖게 될까, 했었거든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대리모 일을 하겠다는 한사, 그러나 아들 헤럴드는 지금이라면 엄마를 말렸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헤럴드(한사 아들) : “나중에 엄마와 부모님을 잘 모실 겁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해드릴 거예요.”
한사처럼 대리모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만큼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도 대리모 산업의 규모는 23억 달러, 우리 돈 2조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리모를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는데다 상대적으로 쉽게 대리모를 구할 수 있다보니 국제적인 대리모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녹취> "자궁을 빌려줄 값싸고 좋은 대리모를 찾고 계십니까?"
"동성애자를 포함해 어떤 커플이든, 심지어 독신남이나 독신녀라도 대리모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장기 매매와 차이가 없지 않냐는 겁니다. 제대로 관리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중간에서 돈만 가로채는 악질 브로커들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리모 산업계는, 불임부부와 대리모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되는만큼 나쁠 게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불임 부부와 대리모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면, 이들을 비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절대로요.”
대리모 기숙사의 아주 특별한 날, 임신 7개월이 된 산모들을 위해 힌두교식 베이비 샤워 행사가 열리는 날입니다.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가네샤 신상에 기름을 부으며 뱃속의 아기와스스로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기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비록 대리모라해도 친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스미따(대리모, 35살) : "내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니까 편히 잘 쉬려면서 건강을 잘 지키려고 해요"
불임부부에게는 아이를,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합리적인 선택이냐, 아니면 저개발국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적인 착취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남의 아기를 뱃속에서 길러 낳아주는 대리모.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데요.
하지만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아예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불임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논란을 부르는 인도 대리모 산업의 실태를 심인보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구자라트주의 지방 소도시, 아난드. 이곳에 있는 한 산부인과를 찾아갔습니다.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어제 아기를 낳은 산모가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산모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 사람이지만, 아기의 외모는 어느 모로 보나 몽골리안 계열 동양인처럼 보입니다. 산모가 대리모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만줄라(대리모, 37살) : "이곳 병원에서 제 자궁에다 아기를 착상시킨 다음, 보름 뒤에 임신이 됐다는 걸 알았죠. 그렇게해서 대리모가 됐습니다."
이 병원의 신생아실에는 이 일본인 아기뿐 아니라 백인 쌍둥이 아기도 있습니다. 역시 인도 대리모가 낳은, 미국인 부부의 아기입니다.
대리모는 성관계를 통해 아이를 가지는 전통적인 씨받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시험관에서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9달 동안 배속에서 키워서 낳아주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씨받이와 비교하는 건) 대리모들에게 큰 모욕입니다. 대리모들은 다른 사람의 수정란을 9달 동안 품고 있다가 낳아주는 겁니다. 어떤 육체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서양과 일본 등 부유한 나라들의 불임부부들입니다. 여러가지를 시도한 끝에 그래도 임신이 안되는 부부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제니퍼(불임 여성) : "저는 스스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리모를 통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도 시골의 작은 병원이지만, 서양의 많은 불임부부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이곳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해마다 적어도 100쌍 이상의 불임부부들이 대리모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 아닐뿐더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대리 출산의 비용은 모두 합해 3천만 원 정도로, 미국에 비하면 6분의 1수준입니다.
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남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대리모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임신을 한 대리모들은 모두 병원이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현재 38명의 대리모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니르말라(기숙사 관리인) : "대리모들은 집에 갈 수 없어요. 집에 가면 일 해야죠, 아이들 봐야죠, 그러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지 않을 겁니다. 여기 있으면 먹는 것도 잘 먹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요."
올해 36살인 바우나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바우나 : "우리 아이들 때문이죠. 일생동안 일해봤자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나요? (다른 일을 해도 이만큼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에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에요. 애들 교육을 잘 시키려고요."
<인터뷰> 바우나:"저 혼자 한달 동안 열심히 일해봤자 5만원에서 7만원 정도밖에 못 벌어요."
바우나가 아이를 낳을 경우 손에 쥐게 되는 돈은 9백만 원, 10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35살 기따 역시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인터뷰> 기따(대리모, 35살) :"저는 집을 장만하고 싶어요. 예전 직장에서는 한달에 10만 원 벌었어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고 휴일은 한달에 하루뿐이었는데도요."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편과 시집에서도 이해를 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뷰> 기따:"처음에는 저희 시집에서 원하지 않았어요. 좋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여기와서 실제로 보니까, 남편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러나 여전히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기 껄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기따 :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 없이 왔지요. 그냥 취직해서 돈 벌러 간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스스로 자괴감이나 죄의식을 느끼는 기미는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인터뷰>바우나(대리모, 36살):"아주 좋아요. 그 사람들에게 아기가 생긴다는 게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만큼 기쁘고요."
<인터뷰> 우사(대리모, 32살) :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만들어서 주니까 얼마나 기쁘겠어요? 우리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나 좋은 일이죠. 나쁜 게 아닙니다."
대리모들은 그저 가족을 위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평범한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들이었습니다.
대리모 기숙사를 다시 찾은 일요일, 분위기가 유난히 활기차 보입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가족들의 방문이 허락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임신 5개월째인 프리앙카의 남편과 아들도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10살짜리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로산(10살): "엄마를 만나니까 좋아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곳에 머무는 대리모들에게는 한달에 5만 원 정도의 용돈이 지급되는데, 이마저 가족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프리앙카(대리모, 33살) :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지만 석달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대리모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런 희생의 댓가로 대리모들은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올해 42살인 한사씨는 대리모 전문 병원의 간호사지만, 그 자신도 이미 두 차례나 대리 출산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은 미국, 두 번째는 일본 부부의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이 사진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아요. 기쁘고 행복합니다. 자꾸 보고 싶네요.”
한사는 중산층 주택가의 2층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은 한사가 두 번의 대리모일을 통해 번 돈으로 지었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굉장히 기뻤어요. 대리모 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큰 집을 가질 수 있겠어요? 아주 기분 좋아요. 오래전부터 언제 우리집을 갖게 될까, 했었거든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대리모 일을 하겠다는 한사, 그러나 아들 헤럴드는 지금이라면 엄마를 말렸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헤럴드(한사 아들) : “나중에 엄마와 부모님을 잘 모실 겁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해드릴 거예요.”
한사처럼 대리모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만큼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도 대리모 산업의 규모는 23억 달러, 우리 돈 2조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리모를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는데다 상대적으로 쉽게 대리모를 구할 수 있다보니 국제적인 대리모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녹취> "자궁을 빌려줄 값싸고 좋은 대리모를 찾고 계십니까?"
"동성애자를 포함해 어떤 커플이든, 심지어 독신남이나 독신녀라도 대리모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장기 매매와 차이가 없지 않냐는 겁니다. 제대로 관리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중간에서 돈만 가로채는 악질 브로커들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리모 산업계는, 불임부부와 대리모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되는만큼 나쁠 게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불임 부부와 대리모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면, 이들을 비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절대로요.”
대리모 기숙사의 아주 특별한 날, 임신 7개월이 된 산모들을 위해 힌두교식 베이비 샤워 행사가 열리는 날입니다.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가네샤 신상에 기름을 부으며 뱃속의 아기와스스로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기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비록 대리모라해도 친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스미따(대리모, 35살) : "내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니까 편히 잘 쉬려면서 건강을 잘 지키려고 해요"
불임부부에게는 아이를,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합리적인 선택이냐, 아니면 저개발국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적인 착취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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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eye] 인도, “아기를 낳아드립니다”
-
- 입력 2011-12-11 09:19:42
<앵커 멘트>
남의 아기를 뱃속에서 길러 낳아주는 대리모.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데요.
하지만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아예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서부터 불임부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긍정적인 평가까지.
논란을 부르는 인도 대리모 산업의 실태를 심인보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도 구자라트주의 지방 소도시, 아난드. 이곳에 있는 한 산부인과를 찾아갔습니다.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어제 아기를 낳은 산모가 신생아에게 젖을 물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산모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 사람이지만, 아기의 외모는 어느 모로 보나 몽골리안 계열 동양인처럼 보입니다. 산모가 대리모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만줄라(대리모, 37살) : "이곳 병원에서 제 자궁에다 아기를 착상시킨 다음, 보름 뒤에 임신이 됐다는 걸 알았죠. 그렇게해서 대리모가 됐습니다."
이 병원의 신생아실에는 이 일본인 아기뿐 아니라 백인 쌍둥이 아기도 있습니다. 역시 인도 대리모가 낳은, 미국인 부부의 아기입니다.
대리모는 성관계를 통해 아이를 가지는 전통적인 씨받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시험관에서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시킨 뒤, 9달 동안 배속에서 키워서 낳아주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씨받이와 비교하는 건) 대리모들에게 큰 모욕입니다. 대리모들은 다른 사람의 수정란을 9달 동안 품고 있다가 낳아주는 겁니다. 어떤 육체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
대리모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서양과 일본 등 부유한 나라들의 불임부부들입니다. 여러가지를 시도한 끝에 그래도 임신이 안되는 부부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게 바로 대리모입니다.
<인터뷰> 제니퍼(불임 여성) : "저는 스스로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리모를 통하는 것입니다."
비록 인도 시골의 작은 병원이지만, 서양의 많은 불임부부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이곳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해마다 적어도 100쌍 이상의 불임부부들이 대리모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 아닐뿐더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대리 출산의 비용은 모두 합해 3천만 원 정도로, 미국에 비하면 6분의 1수준입니다.
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남의 아이를 낳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대리모들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임신을 한 대리모들은 모두 병원이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집단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곳에는 현재 38명의 대리모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니르말라(기숙사 관리인) : "대리모들은 집에 갈 수 없어요. 집에 가면 일 해야죠, 아이들 봐야죠, 그러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지 않을 겁니다. 여기 있으면 먹는 것도 잘 먹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요."
올해 36살인 바우나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바우나 : "우리 아이들 때문이죠. 일생동안 일해봤자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나요? (다른 일을 해도 이만큼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에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에요. 애들 교육을 잘 시키려고요."
<인터뷰> 바우나:"저 혼자 한달 동안 열심히 일해봤자 5만원에서 7만원 정도밖에 못 벌어요."
바우나가 아이를 낳을 경우 손에 쥐게 되는 돈은 9백만 원, 10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35살 기따 역시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인터뷰> 기따(대리모, 35살) :"저는 집을 장만하고 싶어요. 예전 직장에서는 한달에 10만 원 벌었어요. 아침 일찍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고 휴일은 한달에 하루뿐이었는데도요."
처음에는 주위의 시선이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편과 시집에서도 이해를 해준다고 합니다.
<인터뷰> 기따:"처음에는 저희 시집에서 원하지 않았어요. 좋게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여기와서 실제로 보니까, 남편도 나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러나 여전히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털어놓기 껄끄러운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기따 :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말 없이 왔지요. 그냥 취직해서 돈 벌러 간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스스로 자괴감이나 죄의식을 느끼는 기미는 전혀 없어보였습니다.
<인터뷰>바우나(대리모, 36살):"아주 좋아요. 그 사람들에게 아기가 생긴다는 게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그 사람들만큼 기쁘고요."
<인터뷰> 우사(대리모, 32살) :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만들어서 주니까 얼마나 기쁘겠어요? 우리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나 좋은 일이죠. 나쁜 게 아닙니다."
대리모들은 그저 가족을 위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평범한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들이었습니다.
대리모 기숙사를 다시 찾은 일요일, 분위기가 유난히 활기차 보입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가족들의 방문이 허락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임신 5개월째인 프리앙카의 남편과 아들도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난 10살짜리 아들은 엄마 품에 안겨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인터뷰> 로산(10살): "엄마를 만나니까 좋아요.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곳에 머무는 대리모들에게는 한달에 5만 원 정도의 용돈이 지급되는데, 이마저 가족들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프리앙카(대리모, 33살) :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게 힘들지만 석달만 참으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 괜찮아요.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대리모가 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런 희생의 댓가로 대리모들은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올해 42살인 한사씨는 대리모 전문 병원의 간호사지만, 그 자신도 이미 두 차례나 대리 출산을 경험했습니다. 처음은 미국, 두 번째는 일본 부부의 아이였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이 사진을 보면 아주 기분이 좋아요. 기쁘고 행복합니다. 자꾸 보고 싶네요.”
한사는 중산층 주택가의 2층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은 한사가 두 번의 대리모일을 통해 번 돈으로 지었습니다.
<인터뷰> 한사(대리모 경험자) : “굉장히 기뻤어요. 대리모 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큰 집을 가질 수 있겠어요? 아주 기분 좋아요. 오래전부터 언제 우리집을 갖게 될까, 했었거든요.”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시 대리모 일을 하겠다는 한사, 그러나 아들 헤럴드는 지금이라면 엄마를 말렸을 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헤럴드(한사 아들) : “나중에 엄마와 부모님을 잘 모실 겁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해드릴 거예요.”
한사처럼 대리모를 통해 인생을 바꿨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만큼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도 대리모 산업의 규모는 23억 달러, 우리 돈 2조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리모를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는데다 상대적으로 쉽게 대리모를 구할 수 있다보니 국제적인 대리모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녹취> "자궁을 빌려줄 값싸고 좋은 대리모를 찾고 계십니까?"
"동성애자를 포함해 어떤 커플이든, 심지어 독신남이나 독신녀라도 대리모 병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인간의 몸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장기 매매와 차이가 없지 않냐는 겁니다. 제대로 관리를 해주지도 않으면서 중간에서 돈만 가로채는 악질 브로커들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대리모 산업계는, 불임부부와 대리모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되는만큼 나쁠 게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야나 파텔(산부인과 의사) : “불임 부부와 대리모들을 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없다면, 이들을 비판할 권리가 없습니다. 절대로요.”
대리모 기숙사의 아주 특별한 날, 임신 7개월이 된 산모들을 위해 힌두교식 베이비 샤워 행사가 열리는 날입니다.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가네샤 신상에 기름을 부으며 뱃속의 아기와스스로를 위해 기도합니다. 아기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은 비록 대리모라해도 친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뷰> 스미따(대리모, 35살) : "내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니까 편히 잘 쉬려면서 건강을 잘 지키려고 해요"
불임부부에게는 아이를,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합리적인 선택이냐, 아니면 저개발국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적인 착취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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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보 기자 nad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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