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까먹는 연금상품 속출…‘노후 대비’ 비상

입력 2011.12.12 (07:03) 수정 2011.12.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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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인 `100세 시대'를 앞두고 점점 불안해지는 노후 탓에 연금가입이 올들어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 3분기(6∼9일)에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이고 개인 연금저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은행 예ㆍ적금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은행 등 연금상품 판매자들이 지나치게 안전 위주로 상품을 운용하다 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상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장기 투자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철새' 수준으로 잦은 이동을 보이는 것도 부실한 운용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퇴직연금 실질수익률 `마이너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2조8천억원에서 작년 말 29조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 말에는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이미 3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부터 법인세 손비를 인정받으려면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 등에 가입한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아자동차, SK그룹, 한국전력 등 대규모사업장들이 연말에 전환을 서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대기가입 물량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57개사이며 이중 은행이 17곳, 증권사가 17곳, 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 등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쳐 업종 구분없이 마이너스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3분기의 확정급여형(DB) 기준으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09~1.15% 수준에 그쳤다.

비원리금보장상품은 신한 -7.81%, 우리 -7.08%, 하나 -4.24%, 국민 -4.79% 등으로 원금을 까먹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퇴직계좌(IRA형)도 마찬가지였다.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4~-3%대였다.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컨설팅기업 타워스 왓슨이 발표한 `2010 한국 퇴직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88%에 달했다.

퇴직연금 시장을 전체적으로 보면 원금을 까먹는 일이 많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문제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수익률 역시 은행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당수 증권사의 DB형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24%지만 비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미래에셋증권(-6.88%), 하이투자증권(-1.30%), 한국투자증권(-4.63) 등으로 마이너스였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비원리보장상품 수익률은 -6~-3%대였고 교보생명은 -10.02%에 달했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의 수익률도 -7~-5%대로 좋지 않았다.

◇ 연금저축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하회

노후보장을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준비하는 연금저축 수익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은행의 예ㆍ적금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시중은행의 연금신탁 평균 배당률은 9월 말 현재 연 2%대에 머물고 있다.

연 4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수익 일부에 과세하는 신개인연금신탁 채권형 기준으로 평균배당률은 국민은행 `제1호(구 국민)' 2.79%, 우리은행 `신개인연금신탁' 2.19%, 신한은행 `신개인연금신탁 채권형 1호' 2.71%, 하나은행 `채권형1호' 2.46% 등이다. SC제일은행 `신개인연금신탁'(1.77%)은 2%도 넘지 못했다.

연금저축 수익률이 연간 물가상승률인 4%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4%에서 8월 4.7%로 치솟은 뒤 9월 3.8%, 10월 3.6%에서 지난달에 4%대로 복귀했다.

은행의 예ㆍ적금 금리가 4% 안팎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통장에 넣어두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월지급식 상품이 최근 들어 인기를 끌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의 절반가량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이달 8일 기준으로 주식형이 -12.56%, 주식혼합형이 -1.94%, 채권혼합형이 -1.83% 등이다.

◇ 장기간 저금리에 금융시장 불안 탓

퇴직연금과 개인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최근 다시 불거진 금융위기 탓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08년 8월 이후 연 2.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작년 7월 23개월 만에 올렸다.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던 금통위는 올해 6월 0.25%포인트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7월부터 6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연금 운영자들은 더욱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영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은행과 보험사 등은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상품을 주로 채권에 많이 투자했고 수익률도 낮게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 등은 원금을 보장해주는 수준에서 연금을 운영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더 큰 문제는 수익률이 크게 줄어도 그런 상황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라며 "배당금이 발생했는지 아닌지를 모른다. 소비자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도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하지 말고 애초 기대와 달리 수익률이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즉각 연락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장기투자 권유하지만 운용 매니저 '철새' 수준

금융당국은 노후보장을 위한 안전망으로 장기투자상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가입을 권유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여전히 `철새'처럼 이동이 잦다.

지난 1일 현재 56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연수는 4년에 불과하다.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연수는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중 금융감독원에 2010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85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연속연수는 11년6개월로 조사됐다.

펀드매니저들의 성과보수체계는 전혀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과도한 위험을 지고 펀드를 운용할 경우 그 위험을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펀드매니저 개인당 보수총액을 포함해 인센티브 구조를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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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금 까먹는 연금상품 속출…‘노후 대비’ 비상
    • 입력 2011-12-12 07:03:54
    • 수정2011-12-12 15:49:21
    연합뉴스
초고령 사회인 `100세 시대'를 앞두고 점점 불안해지는 노후 탓에 연금가입이 올들어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 3분기(6∼9일)에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이고 개인 연금저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은행 예ㆍ적금보다도 못한 상황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다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이 더욱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은행 등 연금상품 판매자들이 지나치게 안전 위주로 상품을 운용하다 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상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장기 투자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철새' 수준으로 잦은 이동을 보이는 것도 부실한 운용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 퇴직연금 실질수익률 `마이너스' 1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007년 말 2조8천억원에서 작년 말 29조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 말에는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이미 3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부터 법인세 손비를 인정받으려면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 등에 가입한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아자동차, SK그룹, 한국전력 등 대규모사업장들이 연말에 전환을 서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대기가입 물량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퇴직연금 사업자는 57개사이며 이중 은행이 17곳, 증권사가 17곳, 생명보험사 14곳, 손해보험사 8곳 등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쳐 업종 구분없이 마이너스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3분기의 확정급여형(DB) 기준으로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09~1.15% 수준에 그쳤다. 비원리금보장상품은 신한 -7.81%, 우리 -7.08%, 하나 -4.24%, 국민 -4.79% 등으로 원금을 까먹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퇴직계좌(IRA형)도 마찬가지였다. 비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은 -4~-3%대였다.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한다. 컨설팅기업 타워스 왓슨이 발표한 `2010 한국 퇴직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88%에 달했다. 퇴직연금 시장을 전체적으로 보면 원금을 까먹는 일이 많지는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은 문제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수익률 역시 은행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상당수 증권사의 DB형 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1.24%지만 비원리금보장상품 수익률은 미래에셋증권(-6.88%), 하이투자증권(-1.30%), 한국투자증권(-4.63) 등으로 마이너스였다. 대형 생명보험사의 비원리보장상품 수익률은 -6~-3%대였고 교보생명은 -10.02%에 달했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해보험사의 수익률도 -7~-5%대로 좋지 않았다. ◇ 연금저축 수익률은 물가상승률 하회 노후보장을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준비하는 연금저축 수익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 은행의 예ㆍ적금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시중은행의 연금신탁 평균 배당률은 9월 말 현재 연 2%대에 머물고 있다. 연 4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 수익 일부에 과세하는 신개인연금신탁 채권형 기준으로 평균배당률은 국민은행 `제1호(구 국민)' 2.79%, 우리은행 `신개인연금신탁' 2.19%, 신한은행 `신개인연금신탁 채권형 1호' 2.71%, 하나은행 `채권형1호' 2.46% 등이다. SC제일은행 `신개인연금신탁'(1.77%)은 2%도 넘지 못했다. 연금저축 수익률이 연간 물가상승률인 4%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 상태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4%에서 8월 4.7%로 치솟은 뒤 9월 3.8%, 10월 3.6%에서 지난달에 4%대로 복귀했다. 은행의 예ㆍ적금 금리가 4% 안팎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통장에 넣어두는 게 더 낫다는 지적도 있다. 매달 일정액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월지급식 상품이 최근 들어 인기를 끌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의 절반가량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이달 8일 기준으로 주식형이 -12.56%, 주식혼합형이 -1.94%, 채권혼합형이 -1.83% 등이다. ◇ 장기간 저금리에 금융시장 불안 탓 퇴직연금과 개인 연금저축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 기조와 최근 다시 불거진 금융위기 탓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08년 8월 이후 연 2.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작년 7월 23개월 만에 올렸다.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던 금통위는 올해 6월 0.25%포인트 올린 것을 마지막으로 7월부터 6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의 재정적자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연금 운영자들은 더욱 안전 위주로 자금을 운영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은행과 보험사 등은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상품을 주로 채권에 많이 투자했고 수익률도 낮게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 등은 원금을 보장해주는 수준에서 연금을 운영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더 큰 문제는 수익률이 크게 줄어도 그런 상황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라며 "배당금이 발생했는지 아닌지를 모른다. 소비자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도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하지 말고 애초 기대와 달리 수익률이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즉각 연락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 장기투자 권유하지만 운용 매니저 '철새' 수준 금융당국은 노후보장을 위한 안전망으로 장기투자상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가입을 권유한다. 하지만 정작 이들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여전히 `철새'처럼 이동이 잦다. 지난 1일 현재 56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연수는 4년에 불과하다.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연수는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중 금융감독원에 2010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85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평균 연속연수는 11년6개월로 조사됐다. 펀드매니저들의 성과보수체계는 전혀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과도한 위험을 지고 펀드를 운용할 경우 그 위험을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펀드매니저 개인당 보수총액을 포함해 인센티브 구조를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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