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춘’들의 연대

입력 2011.12.1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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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요 시급 4,320원을 받고 1년을 숨만쉬고 일만 하면, 1년 학비가 생겨요. 그럼 1년 다니고 1년 알바하고 1년 공부하고 1년 알바하고 8년만에 대학을 졸업하면 되요"

<녹취> 대학생 : "(시급은 얼마 정도 되요?) 4천원이요. (어떤 거 같아요 시급 4천원?) 편의점 치고는 센데 돈이 안되요."

<녹취> 취업준비생 : "2,3개월씩 이렇게 방학 때 (아르바이트) 했구요. 나머지는 학교 다니면서 졸업하고 취업준비하고 있어요."

<녹취> 직장인 : "제가 번 돈으로 나중에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아이를 낳아서 살 수...살기 되게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걱정부터 하게되는 그런 현실이 좀 문제인 것 같아요."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직원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청년들은 매일 '노동자'가 됩니다.

그동안은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대우를 그냥 견디거나 외면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스스로 권리를 찾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청년노조 '청년유니온'이 만들어가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취재했습니다.

<녹취>뉴스9(9/9) : " '주휴수당'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특히 시간제로 일하는 분들, 이번 뉴스 꼼꼼하게 보셔야 겠습니다. 몰라서 못 받고 사장님이 안챙겨주는 급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카페베네같은 대형 커피전문점들을 상대로 긴급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커피전문점들이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주휴수당' 때문입니다.

1주일에 열다 섯 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반드시 하루는 '유급 휴가'를 주거나 수당을 줘야하는데 그동안 이를 지킨 곳이 없었습니다.

노동부의 긴급 조사와 대형 커피전문점들의 수억 원의 주휴수당 지급을 이끌어 낸 '주휴수당 받기 운동'.

그 시작은 만들어진 지 1년 밖에 안된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수민 씨.

월급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민 : "방세며 생활비며 월급으로 충당이 안되서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제가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을 했거든요. 중간에 정말 밥만 먹고 뛰어가서..."

일명 '투잡족'으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도 생활비는 빠듯했습니다.

수민 씨는 또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청년유니온에 가입했습니다.

청년유니온에서 동료들과 노동법을 공부하다 본인이 그동안 '주휴수당'을 못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수당을 요청한 수민 씨, 그러나 돌아온 건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민 : "직원이 4-5명 정도 있었는데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하면서 처음에는 의아해 했죠. 그리고 본사에 얘기했을 때는 그러니까 진짜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점장님을 통해서 들었을 때는 그런 걸 받은 사람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뭔가 잘못 알고 있거나 그런 거다..."

수민 씨는 다른 직원에게는 알리지 않고 자신의 수딩만 주겠다는 커피빈에 맞서 지난 10월, 아르바이트생 7명과 함께 노동부에 집단고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슬그머니 통장에 입금된 주휴수당.

수민씨를 비롯한 커피빈 아르바이트생 3천여 명이 뒤늦게 5억여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주휴수당 받기 운동을 계속해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에서도 주휴수당 지급 결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조성주(청년유니온 정책기획실장) : "어떤 아르바이트생한테 불이익이 가게되면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그런 것을 굉장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나마 그런 것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워낙 법적으로 명백한 문제이고 여론이 워낙 좋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문제가 좀 빨리 해결됐던 것 같아요. "

주휴수당 받기 운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바로잡는 건 청년 유니온의 주특기입니다.

<녹취> 뉴스9(2/14)"어제 한 피자배달원이 버스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남보다 빠르게 배달한다는 업체의 과당경쟁 속에 빚어진 일입니다."

청년 유니온은 이 사건을 계기로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운동을 펼쳤습니다.

빨리 배달되는 피자보다는 안전한 피자를 먹고 싶다는 청년유니온의 메시지는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갔고, 피자 업계는 1주일여 만에 전격적으로 '피자 배달 30분제'를 폐지했습니다.

이렇게 청년들의 삶에 밀착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니 조합원 수도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3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3월 노조를 창립한 이후 이번달까지 모두 31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습니다.

인터넷 카페 회원도 4천여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노동부나 기존의 노조에 거리감을 느꼈던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특히 노동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해 노무사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아 무료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훈(노무사) : "(노동상담 내용은)받고 있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경우 혹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이런 경우에 대한 어떤 구제방법이죠.노동부 진정이라든가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상의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녹취> "안녕하세요? 김영경입니다."

학교나 노동단체의 강연 요청이 많아 위윈장 김영경씨는 늘 동분서주합니다.

<녹취> "70년대 생인데 질문해도 됩니까?"

강연이 끝난 뒤에도 밤늦도록 질문과 응답 시간이 계속됩니다.

<녹취> "청년유니온에도 최저시급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역시 젊은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인터뷰>김성환(대학생) : "나를 대변해주는 단체가 있구나 정말 모 편의점에 그렇게 당했던 것을 그렇게 해졀해주고 해소해주었을 때 정말 나도 그런 위험을 당했을 때 정말 나에게도 정말 마지노선이 있구나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단체가 있구나..."

청년들의 일자리, 노동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면 부지런히 찾아가지만,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이 반려된 '법외 노조'입니다.

조합원 대부분이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 설립이 반려됐습니다.

<인터뷰> 김성호(고용노동부 법제과장) : "청년 유니온에서 설립 신고를 냈을 때, 범위가 일반론 형태로 왔었거든요. 대부분이 구직자들이 많더라구요. 구직자이고 그런데 그부분에 대해서 구직자, 근로자가 아닌 자 저희 노동조합의 노동관계조정법 2조 4항 라조에 보면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가입이 안되도록 되어있습니다."

노동부의 거듭된 반려에 결국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이 많은 청년들의 특성상 구직자 신분일 때가 많은데, 이런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백수 노조'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청년유니온은 자체적으로 취업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본의 청년노조와도 교류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청년유니온 첫 지부인 대전에서 후원행사가 열렸습니다.

<녹취> "키 큰 사람 부를까? 하하하" "괜찮아요 이정도면...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모습을 담아 전시 패널을 만들고, 손님맞이 음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녹취> 장주영(대전 위원장) : "오늘 저희 대전 청년유니온 후원의 밤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던 장주영 씨.

<인터뷰> 인터뷰(장주영) : "89만원 받고 일을 했었는데 그런 것도 이제 좀 내가 노동관계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으면 그냥 선심 쓰듯이 야 90만원이면 됐지 라고 얘기할 때 조목조목 얘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노동조합은 있어야 되겠는데 이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본인 뿐 아니라 친구들도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청년유니온을 제발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넉 달 만에 조합원 8명.

예산이 부족해 조합원들이 자비를 들여 활동을 해야할 처지지만 내년에는 젊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통큰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청년 유니온은)소수를 가지고 연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어떤 노동권까지도 보호를 해주고 혜택을 받게 하는 그것이...아주 최대의 특징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매두 독특한 형태의 그리고 또한 불안정한 노동자들한테는 매우 적합한 조직형태와 활동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그런 특징이 있죠."

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베스트 셀러의 제목처럼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청년 담론 속에 청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픈 청춘' 이었습니다.

등록금 걱정, 취업 걱정, 당장의 생활비 걱정.

걱정투성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훈계나 지적보다는 위로와 격려일지 모릅니다.

<인터뷰>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 : "자기를 질타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지만 그렇게 위로와 격려가 되겠다고 지금의 어떤 실업이나 이런 것이 단순히 당신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여기 함께 있는 청년들이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청년유니온이 일하는 청년들의 수기를 묶어 낸 책의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레알 청춘'. 진짜 청춘이라는 뜻입니다.

청춘의 진짜 아픔을 아는 청년들 자신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고 말하는 청년유니온.

청년 실업, 부당노동 문제에서 정부나 기존의 노동단체들이 할 수 없었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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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청춘’들의 연대
    • 입력 2011-12-12 08:51:40
    취재파일K
<녹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되요 시급 4,320원을 받고 1년을 숨만쉬고 일만 하면, 1년 학비가 생겨요. 그럼 1년 다니고 1년 알바하고 1년 공부하고 1년 알바하고 8년만에 대학을 졸업하면 되요" <녹취> 대학생 : "(시급은 얼마 정도 되요?) 4천원이요. (어떤 거 같아요 시급 4천원?) 편의점 치고는 센데 돈이 안되요." <녹취> 취업준비생 : "2,3개월씩 이렇게 방학 때 (아르바이트) 했구요. 나머지는 학교 다니면서 졸업하고 취업준비하고 있어요." <녹취> 직장인 : "제가 번 돈으로 나중에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아이를 낳아서 살 수...살기 되게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걱정부터 하게되는 그런 현실이 좀 문제인 것 같아요."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직원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청년들은 매일 '노동자'가 됩니다. 그동안은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대우를 그냥 견디거나 외면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스스로 권리를 찾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청년노조 '청년유니온'이 만들어가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취재했습니다. <녹취>뉴스9(9/9) : " '주휴수당'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특히 시간제로 일하는 분들, 이번 뉴스 꼼꼼하게 보셔야 겠습니다. 몰라서 못 받고 사장님이 안챙겨주는 급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커피빈이나 스타벅스, 카페베네같은 대형 커피전문점들을 상대로 긴급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커피전문점들이 아르바이트생 등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주휴수당' 때문입니다. 1주일에 열다 섯 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반드시 하루는 '유급 휴가'를 주거나 수당을 줘야하는데 그동안 이를 지킨 곳이 없었습니다. 노동부의 긴급 조사와 대형 커피전문점들의 수억 원의 주휴수당 지급을 이끌어 낸 '주휴수당 받기 운동'. 그 시작은 만들어진 지 1년 밖에 안된 청년들의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이수민 씨. 월급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민 : "방세며 생활비며 월급으로 충당이 안되서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제가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을 했거든요. 중간에 정말 밥만 먹고 뛰어가서..." 일명 '투잡족'으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해도 생활비는 빠듯했습니다. 수민 씨는 또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청년유니온에 가입했습니다. 청년유니온에서 동료들과 노동법을 공부하다 본인이 그동안 '주휴수당'을 못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수당을 요청한 수민 씨, 그러나 돌아온 건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인터뷰> 이수민 : "직원이 4-5명 정도 있었는데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하면서 처음에는 의아해 했죠. 그리고 본사에 얘기했을 때는 그러니까 진짜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점장님을 통해서 들었을 때는 그런 걸 받은 사람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뭔가 잘못 알고 있거나 그런 거다..." 수민 씨는 다른 직원에게는 알리지 않고 자신의 수딩만 주겠다는 커피빈에 맞서 지난 10월, 아르바이트생 7명과 함께 노동부에 집단고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슬그머니 통장에 입금된 주휴수당. 수민씨를 비롯한 커피빈 아르바이트생 3천여 명이 뒤늦게 5억여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청년유니온은 주휴수당 받기 운동을 계속해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인 카페베네에서도 주휴수당 지급 결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조성주(청년유니온 정책기획실장) : "어떤 아르바이트생한테 불이익이 가게되면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그런 것을 굉장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나마 그런 것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워낙 법적으로 명백한 문제이고 여론이 워낙 좋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문제가 좀 빨리 해결됐던 것 같아요. " 주휴수당 받기 운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바로잡는 건 청년 유니온의 주특기입니다. <녹취> 뉴스9(2/14)"어제 한 피자배달원이 버스와 부딪혀 숨졌습니다. 남보다 빠르게 배달한다는 업체의 과당경쟁 속에 빚어진 일입니다." 청년 유니온은 이 사건을 계기로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운동을 펼쳤습니다. 빨리 배달되는 피자보다는 안전한 피자를 먹고 싶다는 청년유니온의 메시지는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갔고, 피자 업계는 1주일여 만에 전격적으로 '피자 배달 30분제'를 폐지했습니다. 이렇게 청년들의 삶에 밀착된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다보니 조합원 수도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3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3월 노조를 창립한 이후 이번달까지 모두 310여 명의 조합원이 모였습니다. 인터넷 카페 회원도 4천여 명이 훌쩍 넘었습니다. 노동부나 기존의 노조에 거리감을 느꼈던 청년들이 청년유니온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특히 노동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만으로는 전문성이 부족해 노무사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아 무료 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훈(노무사) : "(노동상담 내용은)받고 있는 아르바이트 시급이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경우 혹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이런 경우에 대한 어떤 구제방법이죠.노동부 진정이라든가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상의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녹취> "안녕하세요? 김영경입니다." 학교나 노동단체의 강연 요청이 많아 위윈장 김영경씨는 늘 동분서주합니다. <녹취> "70년대 생인데 질문해도 됩니까?" 강연이 끝난 뒤에도 밤늦도록 질문과 응답 시간이 계속됩니다. <녹취> "청년유니온에도 최저시급에 대해서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역시 젊은 참석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인터뷰>김성환(대학생) : "나를 대변해주는 단체가 있구나 정말 모 편의점에 그렇게 당했던 것을 그렇게 해졀해주고 해소해주었을 때 정말 나도 그런 위험을 당했을 때 정말 나에게도 정말 마지노선이 있구나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단체가 있구나..." 청년들의 일자리, 노동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면 부지런히 찾아가지만, 청년유니온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이 반려된 '법외 노조'입니다. 조합원 대부분이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조합 설립이 반려됐습니다. <인터뷰> 김성호(고용노동부 법제과장) : "청년 유니온에서 설립 신고를 냈을 때, 범위가 일반론 형태로 왔었거든요. 대부분이 구직자들이 많더라구요. 구직자이고 그런데 그부분에 대해서 구직자, 근로자가 아닌 자 저희 노동조합의 노동관계조정법 2조 4항 라조에 보면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조에) 가입이 안되도록 되어있습니다." 노동부의 거듭된 반려에 결국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이 많은 청년들의 특성상 구직자 신분일 때가 많은데, 이런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백수 노조'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도 청년유니온은 자체적으로 취업도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본의 청년노조와도 교류하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청년유니온 첫 지부인 대전에서 후원행사가 열렸습니다. <녹취> "키 큰 사람 부를까? 하하하" "괜찮아요 이정도면...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모습을 담아 전시 패널을 만들고, 손님맞이 음식 준비에 한창입니다. <녹취> 장주영(대전 위원장) : "오늘 저희 대전 청년유니온 후원의 밤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소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 했던 장주영 씨. <인터뷰> 인터뷰(장주영) : "89만원 받고 일을 했었는데 그런 것도 이제 좀 내가 노동관계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으면 그냥 선심 쓰듯이 야 90만원이면 됐지 라고 얘기할 때 조목조목 얘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노동조합은 있어야 되겠는데 이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본인 뿐 아니라 친구들도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청년유니온을 제발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넉 달 만에 조합원 8명. 예산이 부족해 조합원들이 자비를 들여 활동을 해야할 처지지만 내년에는 젊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통큰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은수미(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청년 유니온은)소수를 가지고 연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어떤 노동권까지도 보호를 해주고 혜택을 받게 하는 그것이...아주 최대의 특징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매두 독특한 형태의 그리고 또한 불안정한 노동자들한테는 매우 적합한 조직형태와 활동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그런 특징이 있죠." 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베스트 셀러의 제목처럼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를 휩쓴 청년 담론 속에 청년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픈 청춘' 이었습니다. 등록금 걱정, 취업 걱정, 당장의 생활비 걱정. 걱정투성이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훈계나 지적보다는 위로와 격려일지 모릅니다. <인터뷰> 김영경(청년유니온 위원장) : "자기를 질타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지만 그렇게 위로와 격려가 되겠다고 지금의 어떤 실업이나 이런 것이 단순히 당신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 여기 함께 있는 청년들이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청년유니온이 일하는 청년들의 수기를 묶어 낸 책의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레알 청춘'. 진짜 청춘이라는 뜻입니다. 청춘의 진짜 아픔을 아는 청년들 자신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고 말하는 청년유니온. 청년 실업, 부당노동 문제에서 정부나 기존의 노동단체들이 할 수 없었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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