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쥐어짜인 중산층’ 부자증세 논의 점화

입력 2011.12.12 (22: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옥스퍼드 사전 편찬자들은 올해의 단어로 ’쥐어 짜인 중산층’이란 말을 뽑았습니다.



뛰는 물가에 임금은 묶이고 복지는 줄어 고통받는 중하류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건데요,



기업들만, 부자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있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습니다.



먼저, 뉴욕에서 임장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들불처럼 번져가며 세계를 뜨겁게 달군 반 월가 시위...



반 월가 시위대가 든 미국 국기입니다.



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은행과 정유사, 제약사 등의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거대 기업과 부자들이 미국의 주인이 되고 있음을 비꼬는 겁니다.



<녹취>마이클(반 월가 시위대) : "대다수 사람들은 복지와 일자리가 깎여나가는데, 백만장자들은 세금이 깎여나갑니다. 공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 사이 미국민 상위 1%의 소득은 세 배로 늘었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18% 늘었을 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이지만, 가난한 사람이 계속 늘어 6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입니다.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실업률과 물가는 뛰었는데, 나라 빚을 줄이려다 보니 복지 예산도 깎여 살림살이가 더 힘듭니다.



<인터뷰>슈라이너(반 월가 독일인 시위대) : "부유층과 빈곤층간 격차가 커져 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요. 독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빈부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현실이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OECD 국가들의 경우 빈부 격차가 3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부유층 상위 10%의 소득은 빈곤층 하위 10%보다 9배나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10대 1을 기록했고, 미국은 14대 1에 달합니다.



OECD는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부자 증세를 제안했는데요.



세계적인 갑부들까지 부자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유지향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자산만 45조 원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이 먼저 앞장섰습니다.



<인터뷰> 워렌 버핏(해서웨이 회장) : "근로 소득세까지 계산해도, 내 사무실에서 일하는 어떤 직원들보다도 나에게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겁니다."



미국의 백만장자 138명은 세금을 더 올리라고 의회에 요구했습니다.



프랑스 로레알 상속녀인 베탕구르와 이탈리아 페라리 회장, 몬테체몰로 등 유럽 부자들도 부자 증세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심각한 재정 적자를 그냥 뒀다간 나라 경제가 흔들려 결국 부자들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약 10% 수준으로 연 1조 3천억 달러에 달하고,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 각국들은 더 극심한 부채 위기에 시달립니다.



1980년대 이래 계속돼 온 감세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부자 증세 주장에 힘을 보탭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최고소득세율은 1981년에는 대부분 60~70%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40% 안팎으로 떨어졌습니다.



세금을 줄여주면, 부자들 투자가 늘어 경기가 살고 일자리도 늘 거라 기대했는데 효과는 적고, 양극화만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혜택을 봤던 부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멘트>



부자 증세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도입한 나라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기자 멘트>



<녹취> "I’m warren buffett’s secretary"



다들 자신이 워렌 버핏의 비서라고 말하는데요.



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상황을 꼬집는 겁니다.



버핏의 지난해 수입을 보시죠.



회사 연봉은 0.4% 밖에 안 되고, 99.6%가 주식 배당 등에서 나왔습니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번 셈인데 미국에선, 이 같은 자본 이득에 1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일해서 번 근로 소득에 대한 세율은 35%에 달해 불공평하단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부자 증세의 방안으로는 최상위 소득자의 근로 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메기는 방법과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측은 재정이 확보돼 소비가 늘거라고 말하지만, 반대 쪽은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세수도 줄어들거라고 반박합니다.



논란 속에서도, 부자 증세 논의는 전 세계로 확산 돼 미국과 스페인, 일본 등지는 검토 중이고, 프랑스는 부자들 세율을 3% 포인트 더 높이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자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정치권이 중심이 되고 있고, 당사자인 재계는 별 다른 말이 없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연봉 1억 원대인 대기업 김 부장은 자신이 최고 세율을 부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OO(대기업 부장 /음성변조) : "3억, 5억 원 이상 훨씬 더 많이 받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한테 최고 세율이 부과해야 되는 것 아닐까?"



부자 증세 논란이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득세율 문제로 점화됐습니다.



우리 세율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세율 35%인 과표 최고구간 대상이 현 체계가 도입된 1996년 만 명에서 지난해 28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표 최고구간을 8800만 원보다 올리고 세율도 높이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녹취> 김성식(한나라당 의원) : "소득세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분들이 지난 15년 동안 20배 이상 늘었습니다.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최고 구간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재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당초 반대하던 정부는 부분개편 보단 전면개편이 낫다며 한 발 물러났습니다.



또, 과세가 미미한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인터뷰>전병목(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자본소득에) 아예 과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낮다 하더라도 과세범위 내에 포함시켜서..."



특히 내년 선거의 해를 맞아 증세 논란은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쥐어짜인 중산층’ 부자증세 논의 점화
    • 입력 2011-12-12 22:01:32
    뉴스 9
<앵커 멘트>

옥스퍼드 사전 편찬자들은 올해의 단어로 ’쥐어 짜인 중산층’이란 말을 뽑았습니다.

뛰는 물가에 임금은 묶이고 복지는 줄어 고통받는 중하류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건데요,

기업들만, 부자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고 있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습니다.

먼저, 뉴욕에서 임장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들불처럼 번져가며 세계를 뜨겁게 달군 반 월가 시위...

반 월가 시위대가 든 미국 국기입니다.

별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은행과 정유사, 제약사 등의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거대 기업과 부자들이 미국의 주인이 되고 있음을 비꼬는 겁니다.

<녹취>마이클(반 월가 시위대) : "대다수 사람들은 복지와 일자리가 깎여나가는데, 백만장자들은 세금이 깎여나갑니다. 공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 사이 미국민 상위 1%의 소득은 세 배로 늘었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18% 늘었을 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이지만, 가난한 사람이 계속 늘어 6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입니다.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실업률과 물가는 뛰었는데, 나라 빚을 줄이려다 보니 복지 예산도 깎여 살림살이가 더 힘듭니다.

<인터뷰>슈라이너(반 월가 독일인 시위대) : "부유층과 빈곤층간 격차가 커져 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어요. 독일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빈부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현실이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OECD 국가들의 경우 빈부 격차가 3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부유층 상위 10%의 소득은 빈곤층 하위 10%보다 9배나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10대 1을 기록했고, 미국은 14대 1에 달합니다.

OECD는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부자 증세를 제안했는데요.

세계적인 갑부들까지 부자들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유지향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자산만 45조 원으로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워렌 버핏이 먼저 앞장섰습니다.

<인터뷰> 워렌 버핏(해서웨이 회장) : "근로 소득세까지 계산해도, 내 사무실에서 일하는 어떤 직원들보다도 나에게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겁니다."

미국의 백만장자 138명은 세금을 더 올리라고 의회에 요구했습니다.

프랑스 로레알 상속녀인 베탕구르와 이탈리아 페라리 회장, 몬테체몰로 등 유럽 부자들도 부자 증세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은 심각한 재정 적자를 그냥 뒀다간 나라 경제가 흔들려 결국 부자들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GDP의 약 10% 수준으로 연 1조 3천억 달러에 달하고, 재정 위기를 겪는 유럽 각국들은 더 극심한 부채 위기에 시달립니다.

1980년대 이래 계속돼 온 감세 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도 부자 증세 주장에 힘을 보탭니다.

주요 선진국들의 최고소득세율은 1981년에는 대부분 60~70%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40% 안팎으로 떨어졌습니다.

세금을 줄여주면, 부자들 투자가 늘어 경기가 살고 일자리도 늘 거라 기대했는데 효과는 적고, 양극화만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혜택을 봤던 부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멘트>

부자 증세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도입한 나라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기자 멘트>

<녹취> "I’m warren buffett’s secretary"

다들 자신이 워렌 버핏의 비서라고 말하는데요.

부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상황을 꼬집는 겁니다.

버핏의 지난해 수입을 보시죠.

회사 연봉은 0.4% 밖에 안 되고, 99.6%가 주식 배당 등에서 나왔습니다.

돈을 굴려서 돈을 번 셈인데 미국에선, 이 같은 자본 이득에 1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일해서 번 근로 소득에 대한 세율은 35%에 달해 불공평하단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부자 증세의 방안으로는 최상위 소득자의 근로 소득에 더 높은 세율을 메기는 방법과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찬성하는 측은 재정이 확보돼 소비가 늘거라고 말하지만, 반대 쪽은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세수도 줄어들거라고 반박합니다.

논란 속에서도, 부자 증세 논의는 전 세계로 확산 돼 미국과 스페인, 일본 등지는 검토 중이고, 프랑스는 부자들 세율을 3% 포인트 더 높이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자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정치권이 중심이 되고 있고, 당사자인 재계는 별 다른 말이 없습니다.

김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연봉 1억 원대인 대기업 김 부장은 자신이 최고 세율을 부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OO(대기업 부장 /음성변조) : "3억, 5억 원 이상 훨씬 더 많이 받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한테 최고 세율이 부과해야 되는 것 아닐까?"

부자 증세 논란이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소득세율 문제로 점화됐습니다.

우리 세율 체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세율 35%인 과표 최고구간 대상이 현 체계가 도입된 1996년 만 명에서 지난해 28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표 최고구간을 8800만 원보다 올리고 세율도 높이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녹취> 김성식(한나라당 의원) : "소득세 최고구간에 해당하는 분들이 지난 15년 동안 20배 이상 늘었습니다.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최고 구간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재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당초 반대하던 정부는 부분개편 보단 전면개편이 낫다며 한 발 물러났습니다.

또, 과세가 미미한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인터뷰>전병목(조세연구원 연구위원) : "우리나라는 (자본소득에) 아예 과세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낮다 하더라도 과세범위 내에 포함시켜서..."

특히 내년 선거의 해를 맞아 증세 논란은 우리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KBS 뉴스 김준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