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철인’ 박태준을 보내며

입력 2011.12.15 (07:10) 수정 2011.12.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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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객원 해설위원 ]



영원한 ‘철의 사나이’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이 8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고인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전제조건은 철강자급이라는 확신으로 허허벌판 영일만을 세계 최대 철강단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이 있었다고 하지만 박회장의 목숨을 건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포스코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박회장은 포스코 건립자금으로 사용된 대일 청구권자금이 ‘조상의 핏값’임을 강조하면서 철강보국 기치를 내걸고 실패하면 모두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사즉생 정신으로 앞장섰습니다. 현장 숙소에서 군화를 신고 쪽잠을 자던 박회장의 투혼이야말로 우리 경제개발시대의 표상인 것입니다.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던 중국의 당시 덩샤오핑 주석이 박태준을 수입할 길이 없음을 한탄했다는 일화는 ‘철강왕 박태준’의 국제적 평판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태준이 이끈 철강 강국의 기반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확산됐고, 한국을 세계 9위 무역강국으로 이끈 견인차가 된 것입니다. 박회장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는 철강왕 다운 유언을 남겼습니다. 박회장의 유지 앞에서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포스코의 앞날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돼 지배주주가 없는 대표적 국민기업입니다.



박태준 회장이 떠난 이후 김영삼 정부때부터 인사잡음이 계속돼 왔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 측근들이 사외이사 자리에 대거 진출하고 대통령 친구가 회장 선임에 개입하는 등 잡음이 있었습니다.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지배구조로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포스코 수장으로서 박태준 리더십의 요체는 ‘청렴과 결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비자금을 주무르듯 하던 시절에도 포스코는 깨끗한 전통을 지켰습니다. 박태준 회장이 남긴 유산이 한푼도 없다는 유족들의 발표는 충격과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렴한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사기업이 정치권력에 휘둘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청렴과 결단의 박태준 정신이 포스코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포스코가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배척하고 철강보국의 초심으로 돌아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박태준 회장의 유지대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장성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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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철인’ 박태준을 보내며
    • 입력 2011-12-15 07:10:36
    • 수정2011-12-15 07:16:25
    뉴스광장 1부
[이만우 객원 해설위원 ]

영원한 ‘철의 사나이’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이 8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고인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전제조건은 철강자급이라는 확신으로 허허벌판 영일만을 세계 최대 철강단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이 있었다고 하지만 박회장의 목숨을 건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포스코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박회장은 포스코 건립자금으로 사용된 대일 청구권자금이 ‘조상의 핏값’임을 강조하면서 철강보국 기치를 내걸고 실패하면 모두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사즉생 정신으로 앞장섰습니다. 현장 숙소에서 군화를 신고 쪽잠을 자던 박회장의 투혼이야말로 우리 경제개발시대의 표상인 것입니다.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던 중국의 당시 덩샤오핑 주석이 박태준을 수입할 길이 없음을 한탄했다는 일화는 ‘철강왕 박태준’의 국제적 평판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태준이 이끈 철강 강국의 기반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확산됐고, 한국을 세계 9위 무역강국으로 이끈 견인차가 된 것입니다. 박회장은 ‘포스코가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는 철강왕 다운 유언을 남겼습니다. 박회장의 유지 앞에서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포스코의 앞날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돼 지배주주가 없는 대표적 국민기업입니다.

박태준 회장이 떠난 이후 김영삼 정부때부터 인사잡음이 계속돼 왔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 측근들이 사외이사 자리에 대거 진출하고 대통령 친구가 회장 선임에 개입하는 등 잡음이 있었습니다.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지배구조로는 세계 최고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포스코 수장으로서 박태준 리더십의 요체는 ‘청렴과 결단’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비자금을 주무르듯 하던 시절에도 포스코는 깨끗한 전통을 지켰습니다. 박태준 회장이 남긴 유산이 한푼도 없다는 유족들의 발표는 충격과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청렴한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사기업이 정치권력에 휘둘릴 일이 없는 것입니다.

청렴과 결단의 박태준 정신이 포스코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포스코가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배척하고 철강보국의 초심으로 돌아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박태준 회장의 유지대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장성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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